15개 전 종목에 선수 145명, 경기 임원(코치 포함) 40명, 본부 임원 35명 등 220명으로 구성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의 금빛 사냥이 시작됐다.
우리 선수단은 금메달 8개, 은메달 4개, 동메달 8개 등 20개의 메달로 종합 4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다. 대한체육회는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도록 종목별 전담팀 등 전문인력을 최대 지원하고 정부합동지원단과 코리아하우스를 운영해 다각도로 선수단을 지원하고 있다. 144명 모든 선수의 선전이 기대되는 가운데 평창동계올림픽 메달 사냥에 나서는 선수들을 소개한다.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 일본 고다이라 누르고 3연패 갈까?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29·스포츠토토)는 일본의 강자 고다이라 나오와의 대결에서 승리해 밴쿠버와 소치올림픽에 이어 여자 500m 3연패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상화는 이번 시즌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월드컵에서 고다이라와 7번 만나 모두 지고, 2위만 5번 했다. 월드컵 7전 전승을 기록한 고다이라를 누를 이상화의 승부수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상화는 초반 100m에서 강한 가속도를 이용해 올림픽 재패를 노릴 전망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동계올림픽에서 따낸 금메달 26개는 쇼트트랙 21개, 스피드스케이팅 4개, 피겨 1개 등 빙상종목에서 나왔다. 하지만 올해는 스켈레톤, 스키, 컬링 등 새로운 종목에서도 메달리스트가 나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 세계 랭킹 1위인 이승훈(30·대한항공)도 이번 평창올림픽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에서 초대 올림픽 챔피언 등극을 기대하고 있다. 여자 매스스타트 금메달은 김보름(25·강원도청)이 정조준하고 있다.
매스스타트는 자신의 레인이 고정된 다른 종목과 달리 최대 24명이 레인 구분 없이 출발해 400m 트랙을 16바퀴 도는 레이스다. 기록경기가 아닌 만큼 치열한 두뇌 싸움으로 선두를 지키는 게 중요한 종목으로 쇼트트랙과 비슷한 점이 많다.
이승훈은 평창동계올림픽에서 1500m를 제외한 4종목에 출전한다. 이승훈은 지난 ISU 월드컵에서 남자 1500m, 5000m, 10000m, 매스스타트와 팀추월까지 중·장거리 모든 종목의 출전권 5장을 확보했으나 1500m는 체력적인 어려움을 고려해 포기했다. 모든 종목에 출전하려면 이틀 간격으로 쉴 새 없이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장거리 주력 종목에 집중하기 위해 1500m를 건너뛰기로 한 것이다.
이승훈은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10000m 금메달과 5000m 은메달을 목에 걸었으며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는 팀추월 은메달을 추가했다. 이번 평창올림픽에 처음 추가되는 매스스타트에선 이번 시즌 세계 랭킹 1위를 기록하면서 초대 챔피언 등극에 도전하고 있다.
김보름은 쇼트트랙 선수로 빙상에 입문해 2010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하면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팬들에게 알렸고, 여기에 쇼트트랙 기술이 가미된 매스스타트 종목을 통해 기대주로 부상했다. 김보름은 2016-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매스스타트에서 랭킹 1위를 차지한 강자다. 5차례 월드컵 시리즈에서 3차례나 우승을 따내고, 2차례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전 세계에서 매스스타트를 가장 잘하는 여자 선수로 우뚝 섰다. 무엇보다 쇼트트랙에서 다진 코너링 기술이 매스스타트에서 빛을 발하면서 김보름은 자연스럽게 ‘평창 금빛 1순위’로 자리매김했다.
▶ 2017년 12월 9일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유타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17-2018 국제빙상경기연맹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4차 대회 여자 500m 2차 레이스에서 ‘빙속 여제’ 이상화가 질주하고 있다. ⓒ연합
금메달을 따든 못 따든 울 것 같다.
경기를 마친 뒤 많은 분이 손뼉을 쳐줄 것으로 생각한다.
얼마나 내려놓는가에 따라 기록이 나온다. ‘이겨야지’ 하는 마음보다는 얼마나 최선을 다하는가에 따라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열심히 하겠으니 많이 응원해달라.
이상화
하키
남북단일 여자하키팀 세계적 기대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선수 23명에 북한 선수 12명이 가세해 총 35명으로 구성된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단일팀이 구성됐기 때문이다. 게임 엔트리는 그대로 22명이고, 최소한 북한 선수 3명이 포함돼야 한다. 세계 평화를 추구하는 올림픽 정신이 남북단일팀을 통해 전 세계에 화해의 메시지를 알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지난 1월 25일 진천선수촌에 합류한 북한 선수들은 28일부터 우리 선수들과 합동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출신으로 ‘아이스하키의 히딩크’라는 별명이 붙은 백지선(51·영어명 짐 팩)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의 마법도 기대된다. 백 감독은 “히딩크 감독과 비교되는 것은 영광이다. 히딩크 감독은 대한민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 결과를 만들었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백 감독은 “우리의 목표는 변함없이 금메달”이라며 선전을 자신하고 있다.
▶ (오른쪽부터)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1월 22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을 겨냥한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갔다. ⓒ연합 박우상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주장 ⓒ뉴시스
평창에서의 활약 기대해달라. 우리의 강점은 스피드다.
체력을 바탕으로 우리보다 체격이 큰 상대팀을 스피드로 거세게 압박한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귀화 선수들의 장비를 보면 항상 태극기가 있다. 애국가를 흥얼거릴 정도로 한국을 좋아한다. 선지해장국을 먹는 모습을 보며 ‘한국 선수가 다 됐구나’ 하고 실감한다.
박우상
쇼트트랙
간판스타 최민정·심석희 선전 기대
15개 종목 가운데 우리나라가 가장 많은 메달을 기대하는 종목은 전통의 ‘메달 밭’인 쇼트트랙이다. 여자팀은 간판스타 최민정(20·성남시청)과 심석희(21·한국체대)가 버티고 있어 금메달이 가장 기대된다. 남자팀도 임효준(22·한국체대), 황대헌(19·부흥고) 등 새로운 멤버로 전력을 보강해 평창에서 메달 사냥에 나선다.
여자 쇼트트랙은 4개 전 종목(500m·1000m·1500m·계주)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쇼트트랙에는 모두 8개의 메달이 걸려 있는데 한국 선수들이 강세를 보이는 남녀 1500m와 1000m 외에 여자 500m에서도 첫 금메달에 도전한다. 여자 3000m와 남자 5000m 계주도 대표팀이 특히 욕심을 내는 종목이다. 지난 네 차례의 월드컵 성적을 종합하면 최민정이 1500m 랭킹 1위, 500m와 1000m는 랭킹 2위에 올라 있다. 심석희는 1000m와 1500m 종합 랭킹 3위다. 두 스타의 활약으로 여자팀은 계주 랭킹 1위를 기록했다.
쇼트트랙은 동계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한국이 가장 기대하는 종목으로 꼽힌다. 한국은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21개뿐만 아니라 은메달 12개와 동메달 9개를 포함해 쇼트트랙에서만 42개의 메달을 획득해왔다.
▶ 대한민국 쇼트트랙 대표팀 심석희(3번)가 2월 6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훈련하고 있다. ⓒ연합
2014 소치동계올림픽이 끝나고 멀게만 느껴졌던 평창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인 만큼 감회가 새롭다. 선수들 모두 자국 개최의 장점을 최대로 끌어올리려 노력하고 있다.
심석희
스켈레톤
혜성과 같이 등장한 윤성빈
가장 기대를 모으는 선수는 윤성빈(24·강원도청)이다. 윤성빈은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 스켈레톤 황제 마르틴스 두쿠르스를 제치고 세계 랭킹 1위에 등극했다. 두쿠르스가 2009~2010시즌부터 무려 8시즌 연속 세계 랭킹 1위를 지켰기에 윤성빈의 등장은 혜성과 같았다.
윤성빈은 2017~2018시즌 월드컵 1~7차 대회에 출전해 금 5개, 은 2개를 따내는 등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썰매 종목의 홈 이점이 유난히 크다는 점도 윤성빈의 금빛 승전보를 기대하게 하는 이유다. 세계에는 IBSF 공식 인증을 받은 트랙이 16개 있는데, 저마다 코스가 달라 해당 트랙에서 가장 많은 훈련을 해본 대회 개최국 선수가 여러 면에서 유리하다.
사실 윤성빈은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12년까지 올림픽과 거리가 멀었다. 운동신경이 뛰어난 평범한 학생이었다. 스켈레톤에 도전해보라는 체육 교사의 권유가 인생의 전환점을 가져다준 것이다.
금메달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라트비아 마르틴스 두쿠르스(34)는 ‘스켈레톤 황제’로 불린다. 두쿠르스는 2009년부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남자 스켈레톤 부문 세계 랭킹 1위를 굳건히 지켜왔다. 윤성빈이 두쿠르스를 넘어설 수 있을지가 최대의 관전 포인트다.
▶ 스켈레톤 세계 랭킹 1위인 윤성빈이 1월 5일 독일 알텐베르크에서 열린 2017-2018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
레톤경기연맹 월드컵 6차 대회에서 1차 시기 스타트를 하고 있다. ⓒ연합
많은 관심을 응원이라고 생각한다. 실전 연습이 잘 끝난 것 같다. 이제 정말 가장 중요한 마지막 시합이 남았다. 부담 가질 이유는 전혀 없다.
윤성빈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뒤를 잇는 최다빈
밴쿠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연아의 뒤를 잇고 있는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최다빈(18·수리고)의 활약도 기대된다. 최다빈은 2017년 2월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 최고의 기량을 선보였다. 총점 187.54점으로 개인 최고 점수를 경신하며 금메달을 차지한 것이다. 한국인 역대 최초의 아시안게임 피겨스케이팅 금메달이었다. 최다빈은 2017년 3월 말에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 김연아 은퇴 이후 국내 선수로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인 최고점인 191.11점을 기록하면서 종합 10위에 올랐다. ‘톱 10’까지 주어지는 출전권 2장을 거머쥔 최다빈은 단숨에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평창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은 러시아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와 알리나 자기토바, 캐나다 케이틀린 오스먼드, 일본 미야하라 사토코, 미국 미라이 나가수 등이 메달권에 근접해 있다. 세계적 스타들과 당당하게 겨룰 최다빈이 기대된다.
▶ 1월 7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올림픽 최종 선발전 ‘KB금융 코리아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8’ 여자부 싱글 1그룹에 출전한 최다빈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
그동안 힘든 일이 너무 많았는데 잘 극복했다. 올림픽은 모든 선수들의 꿈이다. 나에게도 마찬가지다. 꿈의 무대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최선을 다해 마무리하겠다. 새로운 기술보다 가진 기술을 안정적으로 펼칠 수 있도록 깨끗한 연기를 하는 것이 목표다. 잘 다듬어서 준비하겠다.
최다빈
스노보드
설상의 희망 이상호
한국은 지금까지 동계올림픽 설상종목에서 단 하나의 메달도 따내지 못했다.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올림픽에서 설상종목 첫 메달이 특히 기대되는 이유다. 메달 획득 가능성이 가장 큰 선수는 바로 스노보드에 출전하는 이상호(23·한국체대)다. 이상호가 참가하는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은 알파인 스키처럼 스노보드로 가파른 경사를 빨리 내려오는 속도를 겨루는 종목이다. 16강이 겨루는 결선부터는 두 명씩 토너먼트 맞대결을 통해 더 빨리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가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상호는 이미 한국 스키 종목의 역사를 수차례 새로 쓰고 있다. 2017년 3월 터키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2위에 올라 한국 스키 사상 최초로 월드컵 메달을 획득했으며, 지난해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2관왕에 올라 한국 스노보드 선수 최초로 아시안게임을 제패했다.이상호는 ‘배추보이’로 유명하다. 초등 1학년때 아버지의 권유로 스노보드를 배운 이상호는 강원도 평창의 사북 출신이다. 이상호는 집 근처 고랭지 배추밭을 개량한 눈썰매장에서 훈련했다. 국제 대회에서 뛰어난 실력을 올렸고 ‘배추보이’의 이름은 전국에 퍼졌다. 대회에서 우승을 한 직후에는 그에게 배추 선물이 쏟아지기도 했다.
▶ 2017년 2월 19일 열린 2017 삿포로동계아시안 게임 남자 스노보드 대회에 출전한 이상호가 경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
평창에서 금메달을 꼭 따고 싶다. 알파인 스노보드를 많은 사람에게 알려 같은 운동을 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이상호
컬링
쌍둥이 형제의 도전
쌍둥이 형제가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 고향인 강원도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까지 함께 나간다. 남자 컬링(4인조) 국가대표 이기복(23)과 믹스더블(혼성 2인조) 컬링 국가대표 이기정(23)은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쌍둥이 형제다. 이들은 주니어 시절에도 함께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2017년 강릉에서 열린 세계주니어컬링선수권대회에서는 남자부(4인조)에서 호흡을 맞춰 한국 컬링 사상 첫 금메달이라는 쾌거를 만들어냈다. 동생 이기정은 평창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새로 편입된 믹스더블로 전향했다. 형제는 “이번 올림픽으로 한국 컬링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며 “우리 성적이 좋아야 컬링이 발전할 거라 여긴다.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기쁨을 주고 싶다”며 형제 동반 메달을 꿈꾸고 있다. 4인조 컬링은 리드, 세컨드, 서드, 스킵 순으로 스톤을 던진다. 전략이 중요한 컬링 특성상 경기 중 네 명이 머리를 맞대 작전을 짠다. 반면 믹스더블은 남녀 두 명이 짝을 이룬다. 스톤은 두 명이 번갈아 던진다. 이기정은 장혜지(21)와 믹스더블 호흡을 맞추고 있다.
▶ 11일 오후 경북 의성군 의성컬링센터에서 쌍둥이 컬링 형제 이기복(왼쪽), 이기정 선수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
컬링의 매력 포인트는 끝까지 경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올림픽 경기를 위해 정말 준비를 많이 했다. 우리 성적이 좋아야 컬링이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힘들게 사는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기쁨을 주고 싶다.
이기복, 이기정
이정현 위클리 공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