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선수단 공동 입장, LED 촛불로 형상화한 비둘기 등 지난 2월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중 많은 순간이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못지않게 신스틸러가 된 사람들이 있다. 모든 선수단이 입장하는 한 시간여 동안 ‘무한댄스’를 췄던 자원봉사자들이 그 주인공. 여느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고민을 안고 있는 그들을 만났다. 아르바이트 경험부터 진로 문제까지, 각양각색 목소리가 모였다.
“학교 교육과 실무 사이 차이 줄여야 해 ”
컴퓨터공학과 특성상 학교에서 교육받는 것과 실무의 차이가 큽니다.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러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교내 수업이 프로젝트 단위로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 과목을 이수하고 나면 해당 교육 내용을 적용한 생산물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진정으로 배웠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데이터 분석 관련 취업을 계획하고 있는데, 제가 배운 것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올해부터 초·중학교를 대상으로 코딩 교육이 의무화됐듯이 데이터 분석 교육의 중요성도 부각되면 좋겠어요.
김준영(22)
“높은 어학시험 비용 부담 덜어줬으면”
국제비즈니스어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졸업까지 1년 남았는데 그 이후에는 영어와 불어를 쓸 수 있는 항공사 지상직에서 근무하고 싶어요. 최근 대학에서 인문학의 입지가 굉장히 좁아지고 있다는 걸 체감합니다. 입학 정원이 꾸준히 줄고 있고 학과가 사라지는 경우도 생기고 좋은 교수진도 감소해요. 상대적으로 조명받는 학과, 그렇지 못한 학과 사이의 균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 가지 더 바란다면 어학시험 비용 부담을 줄어주셨으면 해요. 주기적으로 점수를 갱신해야 하는 시험이 있는가 하면, 점수가 평생 보장되는 시험도 있는데 두 시험 모두 여러 차례 치르고 나면 그 비용만 수십만 원입니다. 취업도, 취업을 위한 준비도 모두 쉽지 않네요.
정다영(24)
“항공우주산업 저변 확대하는 정부 정책 기대”
항공우주공학도로서 국내 우주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는 연구원이 되고 싶습니다. 평창올림픽 자원봉사 활동 또한 직업 목표와 궤를 같이한다고 생각해 지원하게 됐어요.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같았거든요. 안타까운 점은 국내 항공우주산업은 발전 속도가 더뎌 채용시장이 굉장히 좁다는 것이죠.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민항기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갖추지 못했어요. 국가 지원이 상당히 필요한 이유입니다. 항공산업은 물론 글로벌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우주산업에 대한 정부 정책을 기대해도 될까요.
임정우(25)
“추웠던 평창 날씨마저 아름답게 기억돼”
추운 날씨에 바깥에서 춤을 춰야 한다는 사실에 입이 쩍 벌어졌어요. 그런데 막상 공연을 마치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춤 동작이 어렵지도 않았고, 유명 선수들을 눈앞에서 볼 수 있었던 점이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춤 연습을 하면서 친해진 동료들과 함께해 더욱 즐거웠어요. 가끔 늦은 시간까지 퇴근 버스를 기다리느라 추위에 떨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아름다운 추억이 됐어요.
노푸름(25)
“성별과 나이, 취업시장 차별 요소 사라져야”
손해사정사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해오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자원봉사 신청 배경 또한 취업 스펙을 쌓기 위해서였어요. 그런데 인내심과 좋은 동료 등 스펙 그 이상의 것을 얻었습니다. 우리나라 취업시장은 불합리한 점이 꽤 있는것 같아요. 여성 지원자라는 이유만으로 불합격하는 사례가 종종 있어요. 또 우리 사회는 나이에 유난히 엄격한 것 같아요. 이 나이 때는 무엇을 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흔히 말하는 ‘루저’ 취급을 하는데,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100세 시대에 나이가 취업의 기준이 되는 건 모순 아닌가요.
서수림(27)
“간호사 위한 사회적 안전장치 마련됐으면”
간호학과 학생으로서 관련 사건사고를 보면 걱정이 생기는 건 사실이에요. 최근에도 대형병원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는데 사고 직후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는 것 같지 않아 더욱 염려스럽죠. 그렇지만 정말 갖고 싶은 직업인 만큼 최선을 다해 도전하려 합니다. 저와 같은 간호사 지망생들을 위해 실질적인 사회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주셨으면 해요. 정부에 특히 감사한 점이 있어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같이 우리의 목소리를 표출하고 답변을 들을 수 있는 통로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모든 청원이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귀 기울이겠다는 정부의 노력하는 모습이 만족스러워요.
김유정(22)
“평창올림픽 통해 많은 깨달음 얻어”
1년 동안 휴학을 했어요. 전공을 살려 진로를 결정할지 새로운 길에 들어서야 할지 고민하기 위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경험을 했고 자원봉사는 그중 하나였어요. 대규모 행사를 기획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싶었는데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에서 제작단의 업무를 직접 보니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또 우리나라가 컬링 강국을 무너뜨리는 모습을 보며 ‘세상에 절대 강자는 없다. 노력하면 된다’라는 깨달음도 얻었죠.
김현우(25)
“취업 고민, 국적 불문하고 비슷해”
해외에서 10년 정도 거주하다 한국에 온 지 1년 반 정도 됐어요. 우리 문화를 조금 더 피부로 느끼고 싶어서 귀국했는데, 혼란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호주에서 공부한 회계가 우리나라에서는 적용하는 방식이 조금 달라요. 배운 것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드는 것 같아 진로 방향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취업과 관련해 학연, 지연 문제가 거론되곤 하는데 호주도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아요. 낙하산 인사는 없지만 형성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면접 기회가 주어지거든요. 취업 고민은 국적을 불문하고 비슷한 것 같습니다.
황재유(28)
“함께 노력해야 최저임금 인상 효과 거둘 수 있어”
일본 교환학생 당시 현지 고깃집에서 알바를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한국과 비교하면 일본 최저임금은 높은 수준이지만 그만큼 업무 강도가 센 편이죠. 그렇다고 근무환경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어요. 일본에서의 경험을 비춰볼 때 고용주와 피고용인 양쪽 모두 노력해야 우리나라 최저임금 보장의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봐요. 간단하게 말하면 고용주는 정확한 임금을 보장하고, 피고용인은 양질의 업무를 해야 합니다.
구태웅(25)
“정부의 토목 사업 투자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요새 최대 고민은 ‘난 이제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하지’예요. 건설환경플랜트공학을 전공한 만큼 시설물 관리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특히 평창올림픽 이후 시설 활용 방안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은데, 그 부분을 깊이 공부하고 싶기도 합니다. 토목 사업은 큰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꾸준하고 안정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평소 정부의 적극적인 소통은 만족스럽지만 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에 대해서는 불만이 있었던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잘 마무리됐고 먼 훗날 돌이켜보면 역사적인 순간이자 추억이 되겠죠.
유재혁(24)
이근하│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