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보장 16.4%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비판의 핵심은 임금 보장에 따른 부담으로 고용이 위축되고, 임금 인상이 가격 인상을 통해 결국 소비자에게로 전가된다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타당해 보이는 것 같지만 과장되고 왜곡된 주장이다.
무엇보다 최저임금 보장이 결정된 지난해 7월 15일 바로 다음 날 정부가 내놓은 일자리 안정자금이 예상되는 부작용의 대부분을 완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 일자리 안정기금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해당 근로자가 사회보험에 가입돼 있어야 한다. 보험 가입을 꺼리는 근로자를 위해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금 또한 최대 90%까지 정부가 부담하는 두루누리 사업도 병행한다.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완화하며, 부가가치세 등 세금 부담도 완화한다. 소상공인 진흥기금 규모(현 2조 원)를 4조 원으로 늘리고 지역신보의 보증 지원을 현 18조 원에서 2022년까지 23조 원으로 확충한다. 결국 큰 폭으로 보이는 최저임금 보장의 충격은 대부분 완충된다. 남는 부담은 지난 5년간의 평균 최저임금 상승률 7.4%와 동일한 수준이다.
내수·고용 증가로 확대될 것
물가에 미치는 영향 또한 과장돼 있다. 최저임금 보장은 특정 기업에의 임금 인상 압력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충격이고, 이에 대한 대응은 가격 인상으로 나타날 공산이 크다. 때문에 고용 위축보다 물가 인상을 걱정하는 게 합리적인 생각이기는 하다. 하지만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최저임금 10% 상승은 전체 임금의 1% 상승 효과를 갖고 이것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0.2~0.4%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가 기존 최저임금 상승률 이상의 추가적 인상분을 재정으로 커버한다는 점에서 민간이 담당해야 할 부담은 예년과 동일한 7.4%인 점을 감안하면 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저임금 보장은 중기적으로는 고용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가계소득 확대에 따라 내수 증가가 예상되며, 이는 내수에 의존한 소상공인과 다수 중소기업의 매출 확대와 고용 증대로 연결될 것이다.
때문에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과장하고 그 효과를 왜곡하기보다는 왜 지금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필요한지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최저임금 보장은 헌법 정신을 구현하는 것이다. 헌법은 국가가 근로자의 적정임금 보장에 노력해야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국가는 사회적 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대한민국 헌법 32조 1항).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일을 하고도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른바 근로빈곤층이 다수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2015년 3월 기준 중위임금 2/3 미만의 저임금 노동자 규모는 무려 451만 2000명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분석에 의하면 한국 임금소득의 질은 시간당 미 달러화 기준 9.6달러에 불과하다. OECD 평균 16.5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 임금소득의 질이 이렇게 낮은 이유는 임금의 평균 수준도 낮지만, 특히 근로자 간의 임금격차가 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국의 저임금 노동자의 비중은 23.5%로 OECD 국가 중 미국에 이어 2위에 해당한다. OECD 평균 16.3%보다 7%p정도 높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전체 임금 근로자 1952만 9000명 중 월급이 200만 원에 못 미치는 사람이 47.4%로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 이렇게 저임금이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임금 상승률이 낮았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에서 2014년까지 연평균 생산성 증가율이 2.4%였는데도 임금 상승률은 1/6에 불과한 0.4%에 머물렀다. 늘어난 임금 상승분 또한 대부분 상층부의 소득 증가로 나타났다. 임금은 노동생산성을 반영한다는 이론적 믿음과는 달리 근로계약에서 우위를 점하는 사업주에 의해 비대칭적으로 결정된다. 이 점에서 최저임금의 보장은 저임금 근로자들이 겪었던 부당한 현실을 부분적으로나마 교정해주는 일이라 할 것이다.
생산성 증가 2.4% 동안 임금상승 0.4%에 불과
근로빈곤의 문제를 완화하는 것은 근로빈곤자들이 대거 존재하는 30인 이하 중소기업의 일터 혁신을 통한 생산성의 증대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사실 이번 최저임금의 보장에 따라 직접적인 충격을 받는 소상공인과 30인 이하 중소기업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공정한 시장관계의 2피해자들이다. 이들은 임대료, 가맹본사와의 식자재 및 광고료, 로열티 지급, 그리고 원하청 계약에서 일방적으로 불이익을 받아왔다. 이들의 불이익과 피해는 일부 대기업들이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구가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이다.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이 건물주와의 공정한 계약관계를 통해 임대료 부담을 줄이고, 대기업 또는 가맹본사와의 불공정한 관계를 완화한다면 최저임금의 적정한 보장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가 개선된다면 사실 시급 1만 원의 지급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현장 소상공인들의 목소리이다.
외환위기 전인 1996년에 국민 총소득(GNI) 중 70.8%였던 가계소득의 비중은 2016년 말 현재 62.1%로 쪼그라들었다. OECD 어느 나라를 살펴보더라도 이 정도로 가계소득이 줄어든 나라를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의 경우 한국과 유사한 경향성을 보이긴 하지만 그 정도는 덜하다. 프랑스에서는 심지어 가계소득의 비중이 70.7%에서 72.2%로 오히려 상승했다.
가계소득의 비중이 줄어든 만큼 기업소득의 비중은 증가했다. 1996년 국민 총소득 중 15.7%였던 기업소득의 비중이 2016년에는 24.1%로 수직 상승했다. 기업소득의 상승폭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일부 글로벌 대기업의 경우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고 현금자산이 늘어나고 있으며, 심지어 모기업의 경우 2017년에만 11조 원의 영업이익을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사용했다.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성장 결과가 가계와 근로소득으로 환류돼 내수 진작을 통해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매출 확대로 이어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문재인정부가 내세우는 소득주도 성장의 주요한 내용이며 그 첫걸음이 최저임금의 현실화인 것이다.
김용기│아주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