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트를 신고 빙판을 가로지르는 스피드스케이팅. 다른 종목에 비해 경기 방식이 단순하기 때문에 역사가 오래됐다. 스피드스케이팅은 13세기 네덜란드에서 나무 바닥에 쇠날을 박아 타기 시작하면서 여러 사람이 두루 즐기는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1924년 프랑스 샤모니에서 열린 제1회 동계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스피드스케이팅은 순위를 가려 경쟁하는 종목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0.01초라도 빨리 들어오는 것이 관건인 기록경기다. 선수 두 명이 400m 트랙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며 인코스와 아웃코스에서 동시에 출발해 레이스를 펼친다. 인코스가 아웃코스보다 거리가 짧기 때문에 한 바퀴를 돌 때마다 정해진 교차 구역에서 아웃코스에서 출발한 선수는 인코스로, 인코스에서 출발한 선수는 아웃코스로 주로를 바꾼다. 트랙을 돌 때마다 자리가 계속 바뀌기 때문에 선수들을 쉽게 식별하도록 인코스에서 출발한 선수는 흰색, 아웃코스에서 출발한 선수는 빨간색 암밴드를 차고 달린다.
스피드스케이팅은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이 걸린 종목이다. 세부 종목으로 남자 500m, 1000m, 1500m, 5000m, 1만m, 여자 500m, 1000m, 1500m, 3000m, 5000m, 그리고 남녀 팀추월과 매스스타트로 구성돼 총 14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특히 매스스타트는 이번 평창에서 첫선을 보이는 종목이라 눈길을 끈다.
▶ 이상화 ⓒ연합
이상화, 고다이라 나오 대결 눈길
스피드스케이팅은 우리나라 동계올림픽 효자 종목으로 불리는 만큼 세계적으로 기량이 출중한 선수가 많다. 그중 가장 금메달에 근접해 있다고 평가받는 선수는 여자 500m에 출전하는 이상화(29)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때만 해도 이상화는 메달권 진입을 기대하지 않는 선수였다. 그랬던 이상화가 놀랍게도 폭발적인 기량을 보이며 금메달을 목에 건 데 이어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거머쥐어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따면 미국의 보니 블레어에 이어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에서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선수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상화가 평창에서 금빛 레이스를 펼치기 위해서는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32)를 반드시 넘어야 한다. 고다이라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 때까지만 해도 이상화의 적수가 아니었다. 밴쿠버에서는 12위, 소치에서는 5위에 머물며 메달권 진입이 불가능해 보였다. 고다이라는 소치 이후 빙상 최강국인 네덜란드로 훈련을 다녀온 이후 성적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2014~2015 국제빙상연맹(ISU) 월드컵 여자 500m에서 이상화를 따돌리고 종합 우승을 거머쥔 이래로 세계선수권대회,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휩쓸며 전성기를 맞고 있다. 올 시즌에도 고다이라는 포디움 제일 윗자리를 차지하며 평창 준비를 마친 상황이다. 고다이라가 승승장구하는 동안 이상화는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애를 먹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화에게 금메달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17~2018 ISU 월드컵 1, 2차 레이스에서 1초, 0.88초로 고다이라에 뒤졌지만 가장 최근 맞대결이었던 지난 2017년 12월 ISU 월드컵 4차 대회에서 0.21초, 0.25초로 격차를 줄였다. 특히 강릉 아이스아레나 경기장이 이상화와 잘 맞고 홈경기를 펼친다는 이점까지 더해지면 이상화가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무엇보다 이상화는 “고다이라의 선전으로 오히려 부담감이 덜하다. 크게 의식하지 않고 기량을 보완하면 승산이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 2 남자 팀추월 국가대표 이승훈, 주형준, 김민석(왼쪽부터) ⓒ연합
매스스타트에 출전하는 이승훈(30)도 메달 기대주다. 이승훈은 아시안게임, 월드컵대회, 세계선수권대회 등 각종 세계대회를 휩쓸며 세계 랭킹 1위에 등극했다. 2016~2017시즌 ISU 월드컵대회 1~4차 대회 동안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 2개, 팀추월에서 금메달 1개를 따며 기량을 뽐냈다. 이승훈은 매스스타트뿐 아니라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1만m, 5000m, 팀추월까지 총 4개 장거리 종목에서 활약한다.
▶ 김보름 ⓒ연합
이상화, 이승훈이 스피드스케이팅 종목 버팀목으로 자리 잡고 있는 동안 샛별들이 속속 등장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자 매스스타트 김보름(25), 남자 500m 차민규(24)가 그들이다. 김보름은 아시안게임, 월드컵대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승훈과 함께 좋은 성적을 내며 평창에서 가장 촉망받는 기대주로 떠올랐다. 김보름은 2017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2017~2018 ISU 월드컵 4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며 평창으로 갈 막바지 준비를 마쳤다. 차민규는 그야말로 ‘깜짝 등장’한 기대주다. 2016~2017 ISU 월드컵 2차 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데 이어 2017~2018 ISU 월드컵 3차 대회에서도 은메달을 거머쥐며 평창 메달 기대주로써 존재감을 드러냈다.
장가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