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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본부-가맹점 부담 나누고 함께 잘 살아야 좋겠쥬?”

2018.02.05

‘큰일이다.’

2018년 최저임금이 시급 7530원으로 결정됐다는 소식에 커피 브랜드 ‘빽다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현덕 씨는 걱정부터 앞섰다. 점주 입장에서 계산기부터 두드리게 됐다. 어림잡아도 월 100만 원의 추가 비용이 들 것 같았다. 적잖은 부담이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가맹본부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가맹본부는 가맹점에 공급하는 에이드, 소스 등 15개 품목의 가격을 2~17% 인하하고 가맹점 로열티를 10% 낮춘다는 입장을 밝혔다. 빽다방 담당자는 “상황이 힘들 때 점주에게 일방적으로 부담을 지우는 게 아니라 가맹본부도 함께 그 짐을 나눠지는 상생 방향을 모색한다”고 전했다.

빽다방 파주운정산내점 점주 김현덕 씨와 직원 김정연 씨

▶ 빽다방 파주운정산내점 점주 김현덕(왼쪽) 씨와 직원 김정연 씨 ⓒC영상미디어

가맹본부-가맹점 상생 첫 사례… 점포당 월 70만 원 절감

가맹본부의 결정에 가맹점주 대다수가 안도했다. 김현덕 씨는 프랜차이즈 창업에 뛰어들었던 3년 전이 떠올랐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가 창업을 결심하고 업종과 회사를 놓고 고민하던 그때 읽은 외식 사업에 관한 책이 생각났다. 저자는 “돈 없어도 질 좋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생각을 지닌 대표라면 믿을 수 있겠다, 싶었던 김 씨는 빽다방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했다.

유명 셰프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전문기업 더본코리아는 커피 브랜드 빽다방 외에도 한신포차, 홍콩반점0410, 새마을식당 등의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다. 빽다방의 조치는 최저임금 보장 후 가맹본부가 상생을 표한 첫 사례였다. 이와 같은 조치로 전국 500여 개의 가맹점이 월 70만 원 내외의 절감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빽다방은 2017년에도 바닐라파우더, 에이드시럽 등 10개 품목을 4~24% 인하한 바 있다. 가맹점 로열티는 더본코리아 전 계열에 적용하기로 했다.

빽다방 파주운정산내점 점주 김현덕 씨

▶ 1, 2 빽다방 가맹본부는 가맹점에 공급하는 15개 품목의 가격을 낮추고 가맹점 로열티를 10% 인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상생을 약속했다. ⓒC영상미디어

가맹본부의 결정에 안도감이 먼저 드는 건 당연했다. 커피 한 잔에는 원두뿐 아니라 시럽, 컵, 홀더, 뚜껑, 빨대 등 부자재가 필수적으로 소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김현덕 씨는 다른 업체가 걱정됐다. 행여나 원가를 낮춘다는 명목으로 가맹본부에 납품하는 하청 업체에게 부당한 거래를 요구하진 않을까, 매장을 관리하는 본부의 슈퍼바이저를 줄여 인건비를 낮추려 하진 않을까.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갑질’ 행위가 종종 들려온 것처럼 말이다. 그는 “기업의 목표가 이익을 위하는 것이지만 다른 누군가를 고통에 빠뜨리면서 이익을 추구하면 안 되지 않느냐”라고 했다.

물론 가맹본부도 그럴 의도가 없음을 밝혔다. 향후 방향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지만 당장 가맹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맹본부가 그 부담을 나누겠다는 뜻이었다. 이는 평소 빽다방이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바에도 드러난다. 가맹본부 직원들의 월급은 결국 가맹점주가 주는 것이니 직원들이 점주에게 잘해야 한다는 것. 이쯤 되니 갑과 을이 누군지 싶다.

이와 같은 인식에는 공동체라는 바탕이 깔려 있다. 가맹점은 브랜드를 위해 노력한다. 전국 가맹점은 하나의 공동체여서 어느 한 지점이 구설수에 오르면 다 함께 어려움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브랜드 이미지가 좋아지면 편승효과도 누릴 수 있다. 김 씨는 “요즘 골목마다 커피 매장이 많잖아요. 마치 정글 같아요. 그런데 가맹본부가 지붕이 되어주는 것 같아 참 든든해요”라며 본부의 노력에 감사해했다.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은 최저임금 7530원이 시행되기 전부터 어려움에 봉착해왔다. 매출의 90% 이상이 카드 결제로 이뤄지는 요즘 수수료는 무시할 수 없는 부담요소였다. 해마다 오르는 임대료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소액 매출점에 카드 수수료를 인하하는 방안과 임대료 상승률 상한선을 5%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운영 부담을 낮추고자 일자리 안정자금을 도입했다.

갓 한 달 된 신입 아르바이트 직원인 김정연 씨는 이 매장에서 하루 네 시간씩 일주일에 3일 일한다. 급여는 최저임금으로 계산한다. 그의 임금은 지난해 대비 월 5만 원가량 인상된 셈인데 가맹점주 김현덕 씨는 김정연 씨 몫으로 월 6만 원을 지원받게 된다. 한편 김정연 씨는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단시간근로자이기 때문에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업주가 일자리 안정자금을 받으려면 무조건 4대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고 알고 있다. 김현덕 씨가 주변 상인들에게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을 권했을 때도 종종 빚어진 오해였다고 한다.

창업 초기부터 함께 일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생이 새내기 대학생에서 졸업반이 됐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참 하고 싶은 것 많은 나이에 일하는 학생들을 보면 김현덕 씨는 감정이 복잡해진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건 당연한 일. 인상분은 가맹본부의 노력과 일자리 안정자금으로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덕 씨가 추진하는 상생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주민들과의 상생이다. 매장이 위치한 곳은 아파트가 막 분양되고 있는 신규 상권이다. 그는 주변 상가들과 상인연합회를 조직하고 상권 살리기에 들어갔다. 지난해는 지자체에서 예산을 받아 축제와 바자회를 기획하고 수익금을 전액 기부하기도 했다. 함께 잘 사는 것이야말로 진짜로 잘 살 수 있는 방법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 아닐까.


선수현│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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