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캠퍼스는 겨울방학임에도 뜨겁게 달아올라 있다. 바늘구멍보다 좁다는 취업문을 뚫기 위해, 또 고시와 각종 자격증 시험 합격을 위해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도서관은 학생들로 가득하다. 학생들만이 아니다. 누군가는 이곳을 찾아 미래에 대한 꿈을 키우기도 하고, 친구들과 나눴던 학창 시절을 추억하기도 한다. 대학교는 그렇게 미래를 위해 열정을 불태우는 곳이자 꿈을 키우는 곳이고, 즐거웠던 과거를 추억하는 곳이다. 지난 1월 29일 서울 성북구에 있는 고려대학교를 찾았다. 고려대 학생과 고려대를 찾아온 시민들을 만나 취업과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노력의 결과가 공정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 전반에 공정성이 개선됐으면 합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은 밤늦게까지 스터디와 면접 준비를 하는 게 다반사입니다. 고시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새벽같이 도서관에 나와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있습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확실성 때문에 이렇게 애쓰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노력의 결과가 공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그 결과가 어떠하든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예를 들면 면접 등 채용 과정에서 탈락한 사람들에게 어떤 점이 부족한지 정도는 알려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그다음을 준비하는 과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이정혁 (행정학과)
“수시·상시 채용 시스템이 더 확대됐으면”
디자인 관련 취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일의 특성상 사람을 많이 채용하지 않다 보니 기회가 적은 게 사실입니다. 가끔 제가 배워온 디자인을 잠시 내려두고 다른 직무에 지원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하기도 합니다. 취업 기회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했으면 합니다. 또 최근에는 취업시장에서 신입이 아닌 경력직 채용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대학생들은 기업이 원하는 경력을 만들기 위해 학비 이외에 또 다른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이런 점은 개선돼야 할 채용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또 ‘상반기·하반기 취업 시즌’이라는 말이 존재하는데요, 일 년에 두 번 있는 취업 시즌을 놓치게 되면 취업 준비생의 상황은 더 힘들어집니다. 수시 채용이나 상시 채용 시스템이 좀 더 확대됐으면 좋겠습니다.
김주현 (취업 준비 중인 대학생)
“인턴도 산학 연계 형태가 됐으면”
대학생에게 현실적으로 취업은 멀고도 가까운 일 같습니다. 다들 금방 취직이 될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도 않은 게 취업이니까요. 주변에서도 취업 때문에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보게 돼요. 요즘에는 사실 적성이나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곳에 취업하기보다는 상황에 맞는 곳에 들어가는 경우가 훨씬 많아요. 저는 어문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어문과 인문학 관점에서 전공과 연계되는 일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취업시장에서 어문학 전공자를 많이 뽑지 않는 추세인 게 사실이에요. 기업과 학교가 인턴제도를 산학 연계 형태로 진행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되면 학생들에게 좀 더 다양하고 많은 취업 기회가 제공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김효진 (불어불문학과)
“서울과 지방 간 교육정보 불균형 해소해야”
저는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그런 경험에서 보면 우리나라 교육, 특히 대학 입시에서 서울과 지방 간 정보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의 경우 학원도 많지 않고 접할 수 있는 정보 자체가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교육정보, 입시정보가 서울을 중심으로 폐쇄적으로 유통되다 보니 지방 학생들은 입시설명회를 듣기 위해 서울로 올라와야 합니다. 이런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방 출신 대학생 선배들을 출신 지역 고등학교 학생들과 연결해주는 멘토링 제도 같은 것이 도입됐으면 합니다. 각종 교육 관련 기관들이 조금만 관심을 갖고 노력해주면 지방 학생들이 느끼는 교육과 입시정보의 불균형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홍석 (경영대학원)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길이 다양해졌으면”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제 경우에도 취업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됩니다. 특히 어린이들의 수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니 교직 역시 취업이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생각해요. 줄어드는 어린이만큼 교사 자리도 줄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대학생들에게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을 넓혀줄 수 있는 사회여야 하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창업 지원이 현실적으로 늘어나면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이나 취업만이 아니라 스타트업 도전으로 눈을 돌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미래를 위해 도전할 수 있는 길이 더 다양해질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었으면 합니다.
강은영 (국어교육학과 졸업)
“방과 후 교육을 더 확대해주세요”
아이들이 즐겁고 편하게 공부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에 가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늘 공부에 얽매여 정작 즐겁게 놀아야 할 시간이 부족한 게 우리 아이들 대부분의 생활입니다. 초등학생의 경우 방과 후 교육이 다양해지고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학원을 덜 보내도 되고, 또 아이가 하고 싶은 공부를 선택할 수 있는 폭도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려면 무엇보다 사회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겠지요. 언제부터인지 학교보다 학원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조민정·김강민 가족
“유학 후 사회에 공헌할 방법이 다양해졌으면”
유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공부를 마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 점에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불안해지곤 합니다. 장학금이 더 늘어나고,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는 학생들이 우리 사회에 좀 더 이바지할 수 있는 길이 확대됐으면 좋겠습니다.
문기범 (심리학과)
“학생들이 시민으로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는 제도가 돼야”
중·고등학생들이 대학 입시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사회에 나가거나 대학에 들어가 자신의 소질과 소양을 계발하며 살아갈 수 있는 교육이 됐으면 합니다. 우리 사회는 교육이 곧 대학 입시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교육 제도나 방식이 바뀌긴 하지만 교육에 대한 진정한 의미는 뒤로 밀린 채 거의 대부분이 대학 입시, 대학 진학과 관련된 내용들만 변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의 경우 ‘입시’라는 말 때문에 참 많은 것이 희생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는 대학 입학을 위한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 우리 학생들이 시민으로서 올바로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알려주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두호 (오산고등학교 교사)
조동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