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의 감동을 좀 더 느끼고 싶다면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리고 있는 ‘두 번의 올림픽, 두 개의 올림픽’ 전시를 추천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 국제올림픽위원회 및 국제패럴림픽위원회, 올림픽 문화유산재단 협력으로 진행되는 전시는 30년 전 개최된 ‘1988 서울올림픽대회’와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의 시대상과 디자인을 비교하는 자리다.
선수들의 기분 좋은 메달 소식으로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고조에 이른 2월 20일 문화역서울 284를 찾았다. 올림픽의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가 정문에서 관람객들을 맞고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삼각형 모양의 스크린과 조형물이 나오는데, 강원도의 첩첩산중을 형상화해서 만든 결과물이라고 한다. 전시장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이 공간은 ‘더 볼런티어(The Volunteer)’ 섹션이다. 1988년 당시 2만 7000여 명의 참여로 운영되었던 서울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의 인터뷰와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참여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열정과 포부를 담은 영상아카이브 프로젝트다. 올림픽의 실제 성공 주역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은 과연 누구였으며, 무엇을 실천했고, 어떤 생각과 마음이 스스로를 움직였는지 등을 되짚어볼 수 있는 자리다.
두 번째 섹션은 ‘올림픽과 포스터’다. 당대의 예술적, 정치적, 사회적 맥락을 반영하는 올림픽 포스터를 시대별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의 예술 포스터는 대국민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품들이라 의미가 깊다. ‘평창의 열정’(김종욱), ‘극기산수화’(김예슬), ‘안녕, 달!’(전창현), ‘조각한글이음보’(박성희), ‘겨울스티치: 사랑과 기원’(황수홍·홍현정) 등 12개 작품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기성 스타일에 얽매이지 않은 다채로운 실험과 참신한 예술적 발상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들로 한국적인 감성과 이미지를 통합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 1 ‘더 볼런티어’ 섹션을 둘러보는 관람객들 2 서울올림픽 당시 우리나라의 디자인현황과 예술작품을 볼 수 있
다. 3 ‘올림픽 포스터, 디자인, 디자이너’ 섹션에서는 역대 올림픽 포스터와 디자이너 스토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4 우표, 배지, 인형, 깃발 등 88서울올림픽의 아이템이 진열된 ‘수집가의 방’ ⓒC영상미디어
역대 올림픽 포스터와 디자이너 스토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올림픽 포스터, 디자인, 디자이너’ 섹션은 전시장 한쪽 벽면을 길게 채우고 있다. 1896년 아테네에서 열린 첫 근대올림픽의 포스터 이미지부터 2014년 소치올림픽까지 모든 포스터가 전시되어 올림픽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올림픽 포스터는 대회 장소에서부터 일정, 프로그램까지 올림픽에 관한 실질적인 정보를 대중에게 직접 전달하는 소통 창구가 되었는데, 20세기 중반부터는 예술 영역으로 그 범위를 확장했다. 다양한 문화권의 예술가들이 포스터를 통해 다양한 예술적인 실험을 감행하면서 예술포스터로 전환돼왔다. 1964년 도쿄올림픽의 포스터는 밀라노 포스터 디자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88서울올림픽대회, 예술과 마주하다’와 ‘수집가의 방’에서는 서울올림픽 휘장과 포스터, 마스코트 등 당시의 시각디자인 물을 통해 1988년 올림픽 준비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다. 서울올림픽 당시 우리나라의 디자인 현황과 예술작품, 작가들의 창작의도, 제작과정 등을 보여준다.
30년 전 집에 하나쯤은 있었던 아이템을 선보이는 ‘수집가의 방’은 추억을 자극한다. 우표, 배지, 호돌이 인형부터 길거리 곳곳에 걸려 있던 깃발, 성화봉 등 많은 아이템이 88서울올림픽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88서울올림픽 디자인 전문위원회가 체계화시킨 그래픽디자인 시스템으로 제작된 인쇄물도 만나볼 수 있다. 1980년대 한국 그래픽디자인의 유산을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올림픽의 시대’라는 이름이 붙은 포럼은 총 5개의 섹션을 구성해 1980년대 시각문화, 대중문화, 디자인산업의 변화상, 민족주의 담론, 스포츠의 관계, 기억의 재현 등을 주제로 순차적으로 열린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대회 개최 지역인 평창, 강릉, 정선의 자연과 역사, 문화를 소개하는 ‘강원 스크랩’, 대회 기간 동안의 날씨, 경기 종목 등에 대한 정보를 터치스크린을 활용해 검색·수집할 수 있는 ‘2018 평창, 지금’, 올림픽 스포츠 가상현실(VR)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올림픽 경기를 라이브로 볼 수 있도록 스크린과 객석도 마련돼 있다. 올림픽 기간에는 우리나라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를 비롯한 하이라이트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문화역서울 284 측은 “1988년 서울올림픽이 국가 주도로 경기 자체에 집중했던 대회였다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은 경기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삶 속에서 문화적 경험이 실현됐던 시간으로 기억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올림픽이 끝나고도 많은 사람이 여운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두 번의 올림픽, 두 개의 올림픽’ 전시와 프로그램은 3월 18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임언영│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