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곡 딸기’ 품질 최고입니다.”
경상남도 진주시 수곡면은 딸기 농사로 유명하다. 시설 작물인 딸기는 11월 중순부터 5월까지 수확이 계속된다. 지난 2월 20일 찾아간 수곡면 딸기 비닐하우스에서는 딸기 수확이 한창이었다.
▶ 경상남도 진주시 수곡면 딸기 재배 농민들 ⓒC영상미디어
문수호(55) 수곡덕천영농조합 대표는 빨갛게 무르익은 딸기를 가리키며 “이곳에서 12월부터 2월까지 생산된 딸기가 가장 맛이 좋다”며 “농업인이 안정적으로 소득을 창출하고 제대로 대접받고 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수곡 딸기가 주목받는 것은 동남아 딸기 수출의 총본산으로 ‘딸기 한류’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농식품 수출 실적은 1971년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대인 7조 2330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농산물 중 딸기의 인기가 높다. 홍콩, 싱가포르, 태국 등에서 한국 딸기가 주목받으면서 딸기 수출액은 4299만 달러(약 460억 원)로 1년 전보다 33% 늘었다. 한국 딸기의 인기로 밸런타인데이 선물도 초콜릿이 아닌 한국 딸기가 유행할 정도다.
물론 동남아에서도 딸기가 생산된다. 그러나 맛이 좋지 않아 그동안 미국산 딸기를 수입해 먹었다. 미국산 딸기는 신맛이 강해 상큼한 단맛을 선호하는 지역 소비자의 입맛에 맞지 않았다. 한국 딸기의 강렬한 단맛은 이러한 틈새를 적극 공략했다.
한국 딸기는 동남아 관광객의 관광 코스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동남아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한국을 찾은 태국과 베트남 관광객은 각각 44만 명, 30만 명이다. 이들이 즐겨 찾는 한국 관광 명소의 하나가 경기도와 강원도 일대의 딸기 농장이다. 스키장, 남이섬 등을 둘러보며 딸기 농장에서 한국 딸기의 맛을 즐기는 것이다.
경남 진주시 덕천강가에 4500여 동의 비닐하우스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수곡면은 우리나라에서 딸기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마을이다. 해외로 나가는 딸기의 40%를 수곡면이 채우고 있다. 주민 2400여 명이 사는 작은 마을이지만, 500여 농가가 딸기 농사를 한다. 주민 대다수가 딸기 농사를 짓고 있는 셈이다. 수곡면은 딸기만으로 1년에 500억 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수곡 딸기가 유명한 것은 일단 맛이 좋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낮과 밤의 온도 편차가 심해 고품질의 당도가 높은 딸기가 나온다”며 “상수원 진양호의 좋은 수질도 딸기 맛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 진주 수곡면은 딸기 수출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전까지는 케이크 장식에 쓰이는 작은 딸기를 일본에 수출하는 데 그쳤다. 문 대표는 “일본 수출에 한계가 있어 동남아 시장에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과거 일본에 수출한 딸기는 미국산에 비해 가격 대비 품질이 좋았으나, 미국산 품질도 점차 개선되면서 일본 수출이 어려워졌다. 해외 시장 개척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특히 딸기처럼 쉽게 손상되는 작물은 수출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지자체가 주최하는 해외 농산물 판촉전에 알음알음 딸기 몇 박스를 가져가서 홍보를 시작했다. 처음 수출 길을 열었을 때는 막상 수출을 해도 상품이 손상돼 해외 바이어의 클레임이 계속됐다. 수출을 해도 남는 것이 없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 딸기 포장작업 현장 ⓒ진주시
육질이 단단한 ‘매향’ 딸기 인기
이들에게 돌파구가 만들어졌다. 육질이 단단한 ‘매향’ 딸기를 수출 전략 품종으로 육성하면서부터다. 문 대표는 “매향은 단단해서 해외에 수출해도 손상이 적었다”며 “현재 매향 딸기는 100% 수출한다”고 말했다.
매향 딸기는 단단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맛과 향도 동남아에 맞았다. 본격적인 딸기 한류가 시작된 배경이다.
수출이 본격화되면서 수곡면 딸기 농가의 연매출이 평균 1억 원에 이를 정도가 됐다. 도시 생활 부럽지 않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자 고향으로 돌아와 딸기 농사를 짓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
동남아 시장 딸기 수출은 홍콩, 베트남, 태국 순으로 증가폭이 크다. 특히 증가액 중 절반이 홍콩으로의 수출이다. 이러한 수출 증가의 배경으로는 국내용 품종인 ‘설향’이 가격 경쟁력을 잃으면서 농가들이 적극적으로 수출 길을 뚫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시설 현대화로 농민 지원
농민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더불어 정부와 지자체의 도움도 딸기 수출 길을 여는 데 도움이 됐다. 문 대표는 “정부에서 시설 현대화에 많은 도움을 줬다”며 “시설이 개선되면서 수출이 가능한 품질 좋은 딸기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C영상미디어
품질이 좋아도 해외 판촉이 되지 않으면 수출이 힘들다. 문 대표는 “경상남도와 진주시가 해외 판촉전을 많이 열고 있는데, 딸기 부스를 설치해 홍보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모든 것이 장밋빛은 아니다. 나름의 고민이 있다. 국내 생산자 경쟁이 심화되면서 제 살 깎아먹기 식의 수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수출딸기생산자연합회가 결성됐다. 문 대표는 “낮은 가격으로 수출하지 않고 제값 받고 팔기 위해 생산자들이 단체를 만든 것”이라며 “생산원가를 정해서 최소한 그 이하로는 수출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 역시 낮은 가격으로 수출할 경우 보조금을 주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가격 안정을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딸기, 밸런타인데이 선물로 인기
▶ 태국에서 열린 ‘I Love K-Strawberry’ 행사 모습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동남아 국가에서 한국 딸기는 밸런타인데이 선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부응해 적극적인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딸기수출협의회와 공동 마케팅을 통해 지난 2월 14일 태국에서 한국 딸기를 알리는 ‘I Love K-Strawberry’ 행사를 개최했다.
현재 태국으로 수입되는 딸기 중 한국 딸기는 물량을 기준으로 미국산(30%)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29%를 차지하고 있다. 농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달콤하고 건강한 한국 딸기 이미지와 어울리는 태국 인기 연예인을 홍보대사로, 그리고 태국 태권도 국가대표 감독인 최영석 감독과 가족을 홍보모델로 위촉해 한국 딸기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대대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딸기 퐁듀를 만들고 시식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밸런타인데이에 사랑하는 연인, 가족에게 한국 딸기로 사랑을 전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또한 한국 딸기를 메뉴화해 출시한 한국계 프랜차이즈 카페도 행사에 참여해 새로 출시한 한국 딸기 메뉴를 시음·시식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정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