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대 한국영화’의 대결 구도로 시작된 2018년 연초 극장가는 ‘신과 함께-죄와 벌’의 ‘1000만 관객 달성’이 이루어졌고 후발주자 ‘1987’까지 그 기세를 이어갈지 여부에 영화계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1월 11일 현재 2017년 12월 20일 개봉한 ‘신과 함께-죄와 벌’은 1200만 관객을 돌파해 역대 한국 영화 흥행 랭킹 10위에 오르며 그 여세로 5위권 진입까지 바라보고 있다.
12월 14일 개봉한 ‘강철비’가 440만 관객을 넘긴 데 이어 2017년 연말 극장가에서 개봉한 한국영화 세 편이 연이어 흥행몰이를 하며 2018년 한국영화 기상도를 쾌청하게 열어가고 있다. 12월 27일 개봉한 ‘1987’은 개봉 3주 차인 1월 8일부터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역주행을 시작했다. 1월 7일 문재인 대통령이 관람한 이후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하기 시작한 만큼 ‘대통령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50대 이상 관객층이 움직이기 시작한 만큼 1000만 관객 돌파도 가능하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일주일 간격을 두고 개봉한 한국영화 두 편이 동시에 1000만 관객 신화를 만들어낸다면 이것 역시 신기록이다. 과거에는 2015년 7월 22일 개봉한 ‘암살’과 8월 5일 개봉한 ‘베테랑’이 두 주 간격으로 개봉해 모두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적이 있다.
흥행 강세 요인은 ‘소재의 다변화’
최근 한국영화의 흥행 강세를 두고 영화계가 가장 큰 의미를 두는 부분은 소재의 다변화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는 “사실 다양한 소재에 대한 관객들의 요구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이어졌고 영화계가 거기에 꾸준히 반응해왔다. 일정 부분 흥행에 성공한 한국영화를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몇몇 특정 장르가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지만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들은 그런 틀에서 벗어난 소재와 장르의 영화들이 더 많이 눈에 띈다”며 “당연히 영화사들도 다양한 소재를 영화로 끌어오려고 노력하지만 사실 실패가 많았다. 이번 겨울 한국영화의 약진은 이제 그런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영화계에서는 오랜 기간 ‘되는 소재’와 ‘안 되는 소재’에 대한 구분이 명확했다. 이런 까닭에 기본적으로 흥행이 보장되는 소재의 영화가 많이 제작되곤 했다. 유독 한국영화에 코미디 장르가 많은 것이 그 이유이며 깡패 등이 등장하는 조폭 영화, 경찰을 중심으로 한 수사 영화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흥행에 성공한 ‘청년경찰’, ‘범죄도시’ 등이 대표적이다.
▶ 강철비 ⓒNEW
▶ 1987 ⓒCJ E&M
그런데 이번 겨울 극장가는 다르다. 영화계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웹툰을 원작으로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무속적인 소재를 적극 활용한 ‘신과 함께-죄와 벌’을 필두로 북한 수뇌부를 중심으로 남북 분단의 현실을 담아낸 ‘강철비’, 그리고 민주화 투쟁을 그린 ‘1987’ 등은 일반적으로 모두 소위 ‘잘 안 되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그럼에도 관객의 선택을 받아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것을 영화 관계자들은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단 몇 편의 영화가 이런 시도로 성공을 맛본 것은 아니다. 최근 몇 년 새 한국영화계는 새로운 소재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수백만 명의 관객이 들며 성공한 도전도 있었지만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며 개봉 직후 VOD 시장으로 가버린 영화도 많다. 그렇지만 이런 계속된 도전이 결국 한국영화를 또 한 단계 성장시켰다.
초대형 전쟁 블록버스터 등 기대작 예정
2018년에도 한국영화의 소재 다양화를 위한 도전은 계속된다. 우선 조선판 괴물 영화를 표방한 ‘물괴’와 밤에만 활동하는 야귀(夜鬼)를 다룬 ‘창궐’ 등이 눈길을 끈다. 독특한 소재와 CG가 기대를 불러 모으고 있다. 또한 900만 관객을 기록했던 ‘관상’의 뒤를 잇는 역학시리즈 3부작인 ‘궁합’과 ‘명당’도 개봉될 예정이다.
생각만으로 물건을 움직이는 능력을 다룬 영화 ‘염력’도 그 소재가 매우 독특하다. 좀비라는 독특한 소재로 이미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연상호 감독의 차기작이라 더욱 기대감이 큰 영화다. 글로벌 민간 군사 기업의 한국인이 판문점 아래 벙커 회담장에서 벌어지는 비밀 작전에 투입되는 소재를 다룬 ‘PMC’, 상류사회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인간들의 욕망을 다룬 정치 드라마 ‘상류사회’, 대통령 후보 암살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한 남성의 이야기를 다룬 ‘골든슬럼버’ 등도 눈길을 끈다.
역대 한국영화 흥행 1위인 ‘명량’의 대를 잇는 초대형 전쟁 블록버스터도 올해 개봉한다. 중국 역사상 가장 강력했다고 평가 받는 당태종 대군의 침략에 맞서 싸운 고구려 안시성의 성주 양만춘의 치열했던 88일간의 안시성 전투를 담아낸 영화 ‘안시성’으로 조인성이 양만춘 장군 역할을 맡았다. 김지운 감독의 신작 ‘인랑’ 역시 한국영화에선 좀처럼 만나기 힘든 SF 액션이다.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반정부 테러단체, 특수경찰조직, 국가정보기관 등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격돌을 묵시록적으로 그려낸다.
▶ 신과함께 ⓒ롯데엔터테인먼트
또한 7월 여름 극장가에 2편인 ‘신과 함께-인과 연’이 개봉될 예정이다. 한국영화계에선 흔치 않은 2부작 영화가 두 편 모두 1000만 관객 신화를 작성할 가능성도 충분한 상황이다.
신민섭│일요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