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얼마 남지 않았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잔치가 펼쳐질 평창은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해 2년여간 쉼 없이 달려온 사람들이 있다. 평창을 찾을 선수, 관계자, 취재진에게 가장 훌륭한 올림픽으로 기억되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을 아끼지 않는 각 분야 전문가들을 만났다.
“평창의 얼음왕자 경기장 빙질 걱정마세요”
조힘찬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 아이스메이커
조힘찬 아이스메이커는 막바지 준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이스메이커는 말 그대로 얼음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선수들이 마음 놓고 기량을 뽐낼 수 있도록 얼음을 수시로 관리한다. 매일 오전 7시 30분쯤 슬라이딩 센터로 출근해 트랙 상태를 점검한다. 파인 부분은 얼음으로 다시 메우고 튀어나온 부분은 깎아낸다. 코스별로 디자인이 다 달라 일일이 수작업으로 얼음을 관리한다. 여러 가지 환경적 요소에 따라 얼음의 질이 좌우되기 때문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작업한다. 슬라이딩 센터에서는 다양한 종목의 경기가 치러지기 때문에 각 종목별 선수가 경기를 펼치기 적합한 얼음 상태를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얼음 두께를 3~5cm로 유지합니다. 슬라이딩 센터 얼음은 성에가 잘 끼는 편이라 다른 나라 경기장에 비해 관리하기 좀 까다로운 편이에요. 하지만 최상의 얼음 상태를 100%로 봤을 때 지금은 한 90% 정도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어요.”
조 아이스메이커는 한 달도 남지 않은 평창동계올림픽이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 아이스메이커로 일하는 동안 바라는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한 마무리를 강조했다.
“얼음 위에서 하는 작업이 위험하다 보니 늘 조심해야 해요. 대패를 쓰다가 손을 베거나 얼음을 잘못 짚어서 손목을 삐는 일은 예사고 얼음에서 넘어져서 갈비뼈에 금이 간 사람도 있어요. 다들 매일같이 앓는 소리를 내면서 일하고 있어요. 올림픽이 끝나면 다 같이 병원에 몰려갈 것 같아요. 그래도 우리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길 바라는 마음 하나로 버티고 있어요. 우리가 만든 경기장에서 우리 선수들이 후회 없는 경기를 한다면 그보다 더 기쁜 일이 있을까요?”
“올림픽 대표선수 꿈 눈 만지는 전문가로 이뤘어요”
문희정 휘닉스 스노 경기장 베뉴팀장
평창동계올림픽 설상 종목은 평창, 정선, 강릉 일대에 있던 스키장에서 치러진다. 겨울이면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기려는 인파로 북적이는 휘닉스 평창도 올림픽 기간 중 휘닉스 스노 경기장으로 변신한다. 기존에 있던 스키 슬로프를 개축해 스노보드, 프리스타일 스키 등 9개 세부종목 18개 금메달의 주인공을 가리는 곳으로 재탄생했다. 물론 스키장과 사전 협약을 거쳐야 가능한 일. 스키장과 협약 체결부터 경기장 개축, 경기장 환경 조성까지 이 모든 과정을 경기장에 파견된 베뉴팀이 맡아서 해결한다. 문희정 팀장이 하는 일이기도 하다.
“베뉴팀장은 스포츠 경기가 잘 진행되도록 여러 부서와 협력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어요. 2015년 조직위에 들어온 이후 경기장 운영 계획을 세워서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갖춘 경기장에서 경기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일을 맡아서 한다고 생각하면 돼요.”
종목 담당 제너럴매니저가 으레 그렇듯 문 팀장도 선수로 활동한 적이 있다. 선수 생활을 시작하기 전 처음 스노보드를 배운 곳이 휘닉스 평창이었다. 처음 스노보드와 인연을 맺은 곳에서 올림픽에 참여하는 전문가로 활약하게 돼 느낌이 남달랐다.
“선수로 활동할 때 꿈이 올림픽에 참가하는 거였어요. 선수로는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없었지만 이렇게 스태프로나마 올림픽에 참여하게 돼서 너무 기분이 좋아요. 어디든 전천후로 맞춰서 일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더 뿌듯하기도 해요.”
조직위원회에 합류한 이후 문 팀장은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2015~2016시즌, 2016~2017시즌 두 번의 테스트이벤트를 치렀고 스포츠매니저와 함께 경기장을 조성하는 일을 했다. 경기장 제설 기준은 스포츠매니저와 상의해 결정한다. 스포츠매니저가 만든 계획을 갖고 올림픽 경기에 맞는 경사도와 표고차를 측정해 기존에 있는 슬로프를 올림픽 기준으로 재건설했다. 눈이 얼마나 필요한지 양을 추산하고, 그 양에 따라 시설 관계자와 협의해 눈을 만들어 코스를 조성하고 있다.
으레 설상 경기장에는 눈이 많이 오면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경기장에 눈을 쌓아놓는 기간과 코스를 건설하는 기간이 정해져 있어서 코스를 건설하는 기간에 눈이 오면 눈을 다 걷어내야 한다. 지난해 11월부터는 경기장에 눈을 뿌리는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 주 눈을 뿌리는 작업이 완료되면 경기가 한창 진행되는 2월 20일까지 계속 경기장을 짓는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현재 경기장 공정률은 80% 정도 이뤄진 상황.
“평창올림픽은 저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줬어요. 일단 올림픽에 참여할 수 있는 영광을 줬고 일하는 재미를 알려주기도 했죠. 무엇보다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든 경기장에서 우리 선수들이 설상경기 사상 처음으로 메달을 땄으면 합니다. 그렇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요.”
“‘역대급 보안’ 도핑파문 어림 없어요”
권오승 도핑콘트롤센터장
올림픽에서는 경기마다 극적인 순간이 탄생한다. 모두가 메달을 딸 것이라고 예상한 선수가 순간 실수로 메달 획득에 실패하기도 하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선수가 포디움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한다. 모두가 최선을 다해 준비하지만 선수의 노력보다는 성적이 중요하다 보니 그릇된 방법으로 성적을 올리려는 선수도 있다.
지난 2014 소치동계올림픽 당시 러시아가 국가 규모로 금지약물을 복용케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최가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에 발생한 일이라 충격은 더 컸다. 이 사건을 계기로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에서는 도핑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더욱 꼼꼼하게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30년이 넘도록 굵직굵직한 대회에서 도핑검사를 도맡아온 권오승 도핑콘트롤센터장의 각오도 남다르다.
“러시아 사건을 계기로 도핑콘트롤센터의 보안이 매우 강화됐어요. 센터를 통과하는 문마다 지문과 카드인식기를 설치했고 보안구역 전체에 CCTV가 설치돼 보안구역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을 상시 녹화하고 있습니다. 사료보관실에는 반드시 두 명이 짝을 이뤄 정해진 시간 내에만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했고요. 센터 보안구역에서 녹화한 모든 자료는 올림픽이 종료되면 IOC에 제출해야 해요. 올림픽 개최 이래 도핑콘트롤센터에 적용한 가장 강력한 보안일 겁니다.”
도핑콘트롤센터는 각종 스포츠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혈액, 소변을 채취해 세계도핑방지기구(WADA)에서 금지하고 있는 약물을 분석해 결과를 보고하는 일을 하는 곳이다. 도핑콘트롤센터는 WADA에서 매년 시행하는 공인자격시험을 통과해야만 공인센터의 자격을 부여한다. 현재 WADA의 시험을 통과해 공인자격을 얻은 센터는 전 세계 26개국에만 있다. 그중 KIST 도핑콘트롤센터는 국제대회 도핑지원 30년의 역사가 증명하듯 뛰어난 기관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1988 서울올림픽에서 권 센터장을 비롯한 연구원들이 육상에서 금메달을 딴 캐나다 벤 존슨 선수의 도핑테스트를 적발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도핑테스트는 경기 현장에서 시작된다. 경기가 끝나면 도핑관리 자원봉사자가 메달을 딴 선수들과 무작위로 선정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도핑검사관을 대동해 선수들의 소변과 혈액을 채취한다.
“올림픽 도핑테스트는 개막식보다 앞서 진행합니다. 2월 1일부터 채취한 시료를 전달받아 본격적으로 도핑 시료 분석을 시작해요. 올림픽 경기를 지나 패럴림픽 대회가 끝나는 3월까지 치르는 장기전이죠. 센터 내 모든 연구원과 외부 지원팀이 철저하게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에요.”
현재 도핑 금지약물로 지정된 약물은 400여 가지에 달한다. 종류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센터에서 검사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도핑테스트는 약물의 종류에 따라 분석 방법이 다르다. 분자량이 작은 합성화합물의 금지약물에서 단백질처럼 분자량이 큰 약물까지 약물별로 적합한 방법을 개발해 분석하고 있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맞아 최첨단 장비에 자동도핑관리시스템(LIMS)을 접목시켰어요. 그래서 시료 접수부터 분석, 결과 보고와 관리까지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또 시료 분석 결과도 정확성은 물론 신속하게 결과를 받아볼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어요.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우리 도핑센터가 효율적으로 올림픽을 치른 곳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생생한 사진으로 올림픽 감동·열정 전세계에 전파”
이석용 포토운영팀 팀장
세계적인 경기가 치러지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출전하는 선수들의 이모저모를 취재하는 기자단이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는 사진기자 780여 명, 사진 관련 기술진 150여 명이 평창을 찾는다. 포토운영팀은 기자들 중 사진기자와 사진 관련 기술진을 지원하는 곳이다. 이석용 팀장은 기술 협약부터 취재진 지원까지 취재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디자인하는 일을 한다.
“스태프 39명, 자원봉사자 280명이 각자 배치된 경기장에서 사진기자를 지원하고 있어요. 저는 전 세계 10여 개 대형 통신사와 가격 선정 협상을 하는 에이전시 미팅부터 올림픽 기간 동안 사용할 랜선을 설치하는 케이블링 작업, 전기 공급, 카메라 설치 장소까지 세세한 부분을 맡아서 해결하고 있어요. 이제 로이터를 시작으로 외신이 속속 입국하는 중이라 다른 때보다 더 정신이 없네요.”
포토운영팀이 경기 진행 중에 하는 일을 살펴보자. 알파인 스키 경기를 예로 들면 먼저 아침마다 사진기자를 모아놓고 포토 브리핑을 진행한다. 포토 브리핑에서는 경기장 곳곳에 어떤 시설물이 있는지, 사진기자가 출입할 수 있는 구역은 어디인지, 포토 포지션은 어디인지를 상세하게 알려준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되면 경기 감독관과 함께 스키를 타고 경기장을 내려오면서 사진기자의 위치를 점검한다. 위치 점검은 기자를 통제하기 위함이 아니라 위험한 위치에 있을 경우 발생할 안전사고를 막기 위함이다.
포토운영팀이 여기까지 오는 데 겪은 우여곡절은 책 한 권을 써도 모자랄 정도라고 한다. 2015년부터 2017년 9월까지 이 팀장을 포함해 매니저 1명 등 총 2명이 일했다. 지난해 2월 평창에서 열린 24개 테스트이벤트를 모두 치르고 나니 진이 다 빠질 지경이었다. 이후 스태프를 충원하고 자원봉사자를 선발하면서 지금은 경기장마다 5~6명의 스태프가 함께 일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스태프 교육도 이 팀장의 업무 중 하나다. 하지만 이 팀장은 ‘기왕에 할 거 완벽하게 해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지금까지 왔다고 말했다.
“가장 진화된 형태의 포토 운영을 하겠다는 개인적인 욕심이 있어요. 그래서 이제껏 다른 대회에서는 하지 않은 일들을 많이 시도하고 있죠. 테스트 이벤트 때 포지션별로 어떤 그림이 나오는지를 사진으로 다 찍어놨다가 보여주기도 했어요. 할 때는 힘들었는데 IOC에서 반응이 굉장히 좋더라고요.”
이외에 이 팀장이 평창에서 새롭게 시도하는 일이 더 있다. 스피드스케이팅 같은 빙상 종목은 얼음 위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번에는 IOC와 사전에 협의해서 최소한 사진기자 4명 정도가 내부에 들어가 선수의 경기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다. 설상에서는 경기가 잘 보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 눈 위로 약 4m쯤 되는 플랫폼을 만들어서 경기장 진입 허가를 받지 않은 사진기자도 경기 장면을 포착할 수 있게끔 지원한다.
“포토운영팀의 역할은 사진 하나만 봐도 어디에서 치러진 경기인지 알 수 있게끔 지원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사진 한 장만 봐도 평창인 걸 알 수 있는 아이콘을 만들고 싶어요. 그 작업까지 마무리하고 나면 제가 한 일에 저 스스로 만족할 것 같아요. 평창 이후 열리는 베이징, 도쿄올림픽에서 평창의 포토 운영을 참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의 최종 목표입니다.”
장가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