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명의 청년들이 ‘찾아가는 신문고’를 위해 서울 은평구 불광역 인근의 ‘은평 청년 새싹공간’에 모였다. 하는 일도, 관심사도 다른 이들의 공통점은 각자의 자리에서 청년의 역할과 미래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것. 다양한 정부 정책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본인의 영역을 만들어온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수치화할 수 없는 실질적인 ‘니즈’까지 고려해 주세요”
전반적으로 청년에 대한 철학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년이라는 규정 자체도 애매합니다. 어디서부터 청년이냐는 물음이 불거져 나옵니다. 정책을 만들 때는 어떤 특정한 대상만을 위해 특정한 수치를 도출해내기보다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넓은 시각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서울시 다시세운 거버넌스팀 소속으로 다양한 활동을 했고, 작년부터 협동조합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도시재생 사업에 참여한 적도 있는데, 실제 가까이에서 경험하면서 수치화될 수 없는 것들이 실질적인 ‘니즈(욕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열심히 의미부여를 해서 공간을 만들고 홍보도 많이 했는데, 이에 호응하는 주민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그게 실패한 정책이라고 규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실제 이용자들은 데이터화되지 않는 것을 바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간을 만들었으니 방문자 숫자가 몇 명 이상이면 성공, 이하면 실패라는 식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더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책을 만들고 제도를 보완할 때 데이터 이외의 ‘서사(이야기)’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남윤호(35, 세운상가 수리수리협동조합 이사)
“대학생은 돈벌이 대상이 아닙니다. 실질적인 정책을 마련해주세요”
기존 정부 정책을 보면, 청년문제를 대학으로 전가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취업률과 수익사업으로 대학을 평가해 대학이 점점 취업양성소가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게다가 재정자구노력 등의 지표로 대학을 평가해 대학이 점점 상업화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학에서 학생들은 경제적으로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 입학금이 폐지된다고 하지만 더 진지하게 등록금에 대한 고민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생활적인 측면에 대한 고민은 전혀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실례로, 학교 내에 거대 프랜차이즈 커피숍, 대기업 운영 식당 등이 속속 들어서며 대학이 상업화되고, 그결과 학생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학은 청년기의 시작입니다. 하지만 시작부터 많은 학생들은 여러 측면에서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대학이 학생들을 돈벌이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도록, 학생들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펼쳐주면 좋겠습니다.
김진아(26, 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 이사장)
“청년창업 인큐베이팅 다음 단계가 아쉽습니다”
저는 경기 광명시에서 구름마을 캠핑앤바베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외식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느끼는 점을 말하자면 우리를 위한 정책도 많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직접 사업을 해보니 진짜 어려운 때는 사업자등록을 한 이후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각종 회계, 세무, 인테리어 관련 정보를 알아야 합니다. 건물주와의 관계 설정도 직접 경험하고서야 상황을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창업 인큐베이팅 다음의 단계가 아쉽습니다. 더 다양한 정책과 교육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알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으나, 혹시 이러한 정부 지원 정책이 이미 마련되어 있다면 보다 적극적인 홍보 정책도 동반되었으면 합니다.
이용열(30, 청년사업자협동조합 이루어 이사)
“장기적인 안목의 협동조합 관련 정책을 기대합니다”
저는 성공회대학교 내 협동조합경영학과 학생들, 학부생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에 소속돼 있습니다. 매년 청년 협동조합 컨퍼런스를 진행하면서 청년 협동조합을 알리고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추진합니다. 협동조합의 구성원은 청년뿐 아니라 50대 교수님까지 있습니다.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와 관련된 연구, 교육 등 정부 정책과 관련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저는 청년들이 가진 다양한 문제를 협동조합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협동조합으로 사업을 하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다양한 지원 정책,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투자할 수 있는 정책들이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자금 문제, 운영 노하우 등을 협동조합 생태계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장기적인 정책이 다양하게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권영기(32, 쿠피협동조합 수석 파트너)
“청년을 향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정치인들이 청년들이 힘들어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선거 기간에만 피상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 같습니다. 청년과 관련된 이슈가 많이 언급되긴 하지만 아직은 지엽적인 것 같습니다. 모든 청년이 보편적으로 받을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청년들을 위한 행사들이 눈에 띄지만, 실제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지 의구심이 듭니다.
소통이 원활한 것 같지도 않습니다. 또 정부 임기에 따라 정책에 대한 주기도 짧습니다. 정부 임기 내 할 수 있는 것과 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 것까지 생각할 수 있는 정책을 시도하길 바랍니다. 전 정부의 정책이니까 무조건 없애기보다는 잘 활용해서 새로운 것으로 창출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야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입니다.
이두영(32, 협동조합가치공유연구소 소장)
“소통을 위해서라면 공무원이 먼저 찾아가야”
제가 일하는 은평공유센터는 지역사회 내 시민들이 공유경제를 체감할 수 있도록, 공유라는 개념을 문화적으로 확산하는 단체입니다. 일을 하다보면 정책 홍보에 대한 아쉬움이 많습니다.
공무원의 출근 시간과 청년들이 활동하는 시간이 다릅니다. 주민센터에 포스터 붙여놓는 것이 홍보는 아닙니다. 모든 청년 정책이 그런 선상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청년과의 스킨십이 될 수 없는 영역이 된 것 같습니다. 지금은 듣기 위해서도, 소통을 위해서도 공무원이 먼저 찾아가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원을 다수의 생각과 소수의 생각으로 나누는 잣대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수로 활동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일자리의 시작은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해주기보다 창업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문화적인 영역의 창업이 아니라도, 협동해서 가치를 창출하고 싶어도 성공 여부에 따라서 지원이 판가름 납니다. 실험 공간은 없고 경험할 수 없다면, 제도권의 잣대를 들이대 그 시각으로 실패했다고 보면, 다음 세대 청년은 다음 세대를 책임지려고 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작은 시도들을 모아서 실효성이 있는 것들은 꾸려나갈 수 있도록 하고, 또 청년들이 피부에 닿을 수 있는 보편적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효근(32, 은평공유센터 사무국장)
“경력이 없는 청년 예술가에게도 기회를 주세요”
저는 청년 예술가의 전시, 축제 진행 등 문화 콘텐츠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예술가와 상생하며 예술의 가치를 사회에 채우는 일을 하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주로 청년 예술가와 함께하는 일이 많습니다.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보면, 또 제가 몸담고 있는 문화예술 분야를 보면 전반적으로 잘 마련되기는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경력이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보니 이제 막 시작하는, 아직은 포트폴리오가 없는 청년 예술가들의 폭이 좁은 것이 현실입니다. 시작하는 청년들을 위한 정책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을 위한 홍보와 지원이 따라주면 더 좋을 것 같고요. 기회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혜리(27, 필더필 컴퍼니 프로젝트 디렉터)
“실적 위주가 아닌, 진짜 청년들이 원하는 정책이 많이 나오길”
청년 정책 은 ‘청년의 고민이 뭐지?’라는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아직도 청년을 바라보는 시각이 멀고, 먹고 사는 거 해결해주면 끝 아닌가라는 시각이 많은 것 같습니다.
결혼에 대한 시각도 마찬가지입니다. 청년들이 불안정한 미래 때문에 결혼을 포기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데, 이것은 2030에 대한 이해가 잘못된 것입니다. 실제 우리 청년 세대는 결혼은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청년 관련 사업이 잘된 경우도 있지만 시도하다가 실패한 경우도 많습니다. 실적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숫자만 보지 말고, 내부에서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행복한 삶이 이뤄지는 정책을 기대합니다.
이예송(31, 서울시당 청년위원회 대변인)
임언영│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