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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를 아주 많이 만난 날

2018.01.21

고래1

01
고래는 산책을 좋아해요.
바다에 살 때에도 고래는 자주 산책을 했어요.
넓은 모래벌판 위를 헤엄치기도 하고,
해초들이 너울너울 춤추는 곳과
온갖 바위들이 산을 이룬 곳을 헤엄치기도 했어요.
햇빛이 화창한 날 빛그림자를 받으며
알록달록한 산호초 밭을 날아다닐 때는
너무나 황홀해 시간이 뚝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고래2
02
고래는 냇가로 산책을 갔어요.
하늘이 참 맑았어요.
저 멀리 구름이 한 점, 달랑 떠 있었지요.
‘꼭 아기 고래 같은걸.’
아닌 게 아니라 머리가 몸의 반이나 되는 데다
작고 앙증맞은 가슴지느러미,
위로 사뿐 올라간 꼬리지느러미가
영락없이 어린 향고래를 빼닮았지 뭐예요.
 

고래3
03
그런데 잠깐 한눈 파는 사이에
친구 하나가 생겨났어요.
아기 향고래 두 마리.
또 잠깐 사이에 한 마리 더,
또 한 마리 더.
자꾸자꾸 고래들이 늘어나서 수십 마리가 되고,
이내 수백 마리가 되었어요.
 
“우와, 세상에! 하늘이 온통 고래 떼야!”
 
정말로 그랬어요.
넓은 하늘이 왕머리 고래들로 가득 찼어요.
누군가 봤다면 양떼구름이라고 했을지 몰라요.
하지만 고래에겐 그 많은 양이 다
하나하나 아기 고래로 보였어요.

고래4
04
‘어라?’
잠깐 한눈을 팔았다가 다시 올려다보았더니,
아기 고래들이 뭉게뭉게 뭉쳐져 커다란 고래가 되었어요.
이쪽에도 둘둘 뭉쳐 큰 고래, 저쪽에도 큰 고래.
하늘이 온통 어른 고래들로 가득 찼어요.
둥실둥실 날아가는 게 너무나 기분 좋아 보였어요.
 

고래5
05
‘나도 꼭 하늘을 나는 것 같아.’
 
고래는 지느러미를 활짝 펴 보았어요.
구름은 참 느릿느릿 흘러가는 것 같은데,
잠깐 다른 데를 보았다가 다시 올려다보면
완전히 다른 모양이에요.
 

고래6
06
‘어랍쇼?’
어느새 그 많던 고래들은 모두가 뭉쳐져,
아주 아주 커~다란 한 마리 고래가 되었어요.
하늘 전체가 고래 한 마리로 꽉 차게 된 거예요.
아마 우주선을 타고 내려다본다면
푸른 지구에 하얀 고래가 딱 한 마리
살고 있는 걸로 보였을 거예요.
 
고래 구름은 두둥실 두리둥실 하늘을 떠 갔어요.
고래는 생각했어요.
‘이 세상은 참 많은 고래로 채워져.’
‘그리고 이 세상은…
딱 한 마리만으로도 충분히 채워져.’ 


동화작가 신정민은 눈높이아동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그동안 <수염 전쟁>, <친절한 돼지 씨>, <이야기 삼키는 교실>, <툭> 등의 책을 냈다. 민화 작가로도 활동하면서 <고래가 있는 민화展> 등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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