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 수유역사거리. 이곳은 음식점·카페·상점 등이 밀집해 아르바이트 청소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고용노동부 서울북부지청 소속 ‘청소년근로조건지킴이’
임병천(56)씨가 아르바이트생들의 근로조건을 점검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고용노동부에서 나왔습니다.”
얼마 전 대로변의 한 편의점에 들어간 임씨가 자신을 소개하자, 계산대 뒤에 혼자 서 있던 아르바이트생 김소영(가명·여·22)씨의 표정이 금세 굳어졌다. 김씨의 표정은 “아르바이트생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이라는 말을 듣고서야 밝아졌다.
김씨는 “최저임금이 시급 4,860원인 것은 알고 있으나 다 받지 못한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그렇다. 주말에만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한다. 근로계약서는 안 썼다”고 말했다. 임씨는 김씨에게 ‘표준근로계약서’를 주면서 조목조목 설명한 뒤 “사장님께 전달해달라”고 당부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계약 1년 미만일 경우 경력 유무나 수습기간에 상관없이 무조건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근로계약서도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 임씨는 “아르바이트생의 말만 듣고 최저임금제 위반으로 결론 내릴 수는 없지만, 위반 의심사례로 고용노동부 서울북부지청 근로감독관에게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의심사례로 보고하면 근로감독관이 직접 해당 사업장을 조사해 시정조치를 내리거나 심한 경우 사법처리까지 할 수 있다. 관련 규정을 위반하면 최저임금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임씨가 들른 또 다른 편의점의 아르바이트생 박종광(20·서울 도봉구)씨는 “근로계약서도 작성하고 최저임금도 받는다”면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사촌동생은 얼마 전 홍보 전단지를 6시간 돌리고도 1만6천원밖에 못 받았다”고 말했다.
제과점 아르바이트생 조보영(22·서울 강북구)씨는 임씨로부터 건네받은 홍보자료를 차근차근 읽어본 뒤 “최저임금제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부분이 많았지만 앞으로는 잘 알아둬야겠다”고 말했다. 임씨는 이날 최저임금제 위반이 의심되는 사업장 2곳을 찾아냈다.
퇴직 전문인력 100명 ‘지킴이’로 연중 상시 현장점검
임씨와 같은 청소년근로조건지킴이는 10~20대가 아르바이트생으로 많이 취업하는 전국의 편의점·PC방·피자전문점·패스트
푸드점·음식점·커피전문점·주유소 등을 대상으로 사업주가 최저임금제를 성실히 이행하는지,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는지, 임금을 체불하거나 아르바이트생을 대상으로 성희롱 등을 하지 않는지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한다.
고용노동부는 만 50세 이상 공인노무사나 전직 기업 간부 등 해당분야 경력 3년 이상의 퇴직 전문인력 100명을 청소년근로조건지킴이로 위촉해 지난 2월 6일부터 전국에서 활동에 들어갔다. 지난해까지 상·하반기 6주씩 운영하던 최저임금지킴이를 연중 상시 운영 형식으로 확대한 것이다.
특히 만 18세 미만 청소년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협조를 위해 사업 이름도 청소년근로조건지킴이로 변경했다.
임씨는 27년 동안 식품회사 간부로 재직하다 지난해 6월 정년퇴임한 전형적인 베이비붐 세대다. 자신이 사는 서울 노원구에서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할 곳을 찾다 청소년근로조건지킴이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했다고 한다.
“오전에는 업주만 있고, 낮에는 아르바이트생만 일하는 사업장이 많아요. 업주를 만나고 싶으면 오전에 가고, 아르바이트생과 면담하고 싶으면 오후에 가면 됩니다.”
온·오프라인 구인광고 의심 사례 모니터링도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중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비율은 2009년 12.8퍼센트에서 2010년 11.5퍼센트, 2012년 10.8퍼센트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그런 가운데 아르바이트생, 특히 청소년들이 처한 근로조건에 대한 관리감독은 성인 근로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글과 사진·남창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