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월 18일부터 22일까지 미국 뉴욕에서 정상외교를 펼쳤다. 북핵 위기 속 국제공조가 절실한 시점에서 문 대통령은 3박 5일 동안 유엔 총회 기조연설, 유엔 사무총장 면담, 주요 참석국 정상과의 양자회담 등을 이어가며 국제사회가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지지를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동포간담회, 금융경제인과의 대화, 평창의 밤 행사, 세계시민상 수상 행사 등 촘촘한 일정을 소화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9월 19일(현지 시간) 뉴욕 인트레피드 해양항공우주박물관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총재로부터 대서양협의회 세계시민상을 수상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첫 일정으로 9월 18일(현지 시간)유엔사무국에서 안토니우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을 갖고 세계 현안과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가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이례적으로 빠른 시간에 만장일치로 채택한 것을 높게 평가한다”며 향후 결의 이행 등에 있어 국제사회가 단합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구테헤스 사무총장은 문 대통령에게 ‘취임 첫해 유엔 총회에 참석한 첫 한국 대통령’을 언급하며 한국과 유엔의 협력 강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이해된다고 했다. 이어 한국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관심 있게 보아왔다면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안보리 제재 결의안의 완전한 이행 의지, 이에 대한 외교적 해법을 강조했다.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은 뉴욕 지역 동포 300여 명과 만찬 간담회를 가졌다. 미 동북부에서 경제·금융·IT·문화·예술 각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펼치고 있는 동포를 초청해 이야기를 나누고 격려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뉴욕 순방 일정에서 문 대통령이 북핵 해결과 더불어 중점을 둔 분야가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다. 문 대통령은 각국 정상을 만난 자리에서 마스코트인 ‘수호랑·반다비’를 선물하며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각국 정상의 협조를 구했다. 순방 둘째 날에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만나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안보 상황이 불안한 이때에 세계가 하나 되어 평창올림픽을 보란 듯이 성공시키면 안보 불안을 씻어내고 지역 내 평화와 안정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의지를 전했다.
문 대통령 세계시민상 수상 국민께 영광 돌려
이어 문 대통령은 밀로쉬 제만 체코 대통령,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체코는 동계스포츠 강국이다. 제만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을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영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중 하나다. 이번 메이 총리와의 회담으로 문 대통령은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정상과 모두 만나 회담을 마치게 됐다. 세네갈은 한국산 무기 수입국으로 2016년 한국산 훈련기(KT-1) 4대 구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마키 살 대통령은 한국 훈련기의 우수성을 높이 평가하면서 향후 양국 간 방산 협력을 더욱 강화해나가길 희망했다. 문 대통령은 각국과의 회담에서 양국 우호관계 증진 방안을 논의하는 동시에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 등에 협력해줄 것을 적극 당부하며 북핵 외교의 외연을 넓혔다.
현지 시간 9월 19일에는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대서양협의회(애틀랜틱 카운슬)의 세계시민상을 수상한 것. 미국의 저명한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은 국제사회 문제 해결에 이바지하고 세계 시민의식을 구현한 인사에게 세계시민상을 수여하고 있다. 그동안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존 케리 전 미국 국무장관,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등 세계무대에서 활동한 리더들이 그 공로를 인정받아왔다.
문 대통령은 ‘인권 변호사로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노력해온 점, 북핵에 대응해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점’을 인정받아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문 대통령은 자신을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대통령’이라고 표현하며 “이 상을 지난겨울 내내 추운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국민께 바치고 싶다”고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구테헤스 사무총장에게 ‘반다비·수호랑’ 인형을 건네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문 대통령은 9월 20일 뉴욕 금융경제인과의 오찬 간담회와 평창동계올림픽 홍보행사에 참여했다. 순방 마지막 날 21일에는 유엔 총회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세계 120여 개국의 정상급 인사가 참여한 이번 유엔 총회는 ‘사람을 근본으로(Focusing on people)’를 주제로 개최됐다. 문재인정부가 중점을 두고 지향하는 ‘사람 사는 세상’과 맞닿아 있는 맥락이다. 15분간의 연설은 문재인정부의 국정 철학과 한반도 문제 등 주요 현안을 알리는 데 집중됐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상시 통화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이 9월 15일 또다시 탄도미사일 발사를 단행하자 한미 정상은 9월 17일 전화 통화를 가진 바 있다. 양 정상은 국제사회가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 채택 등 단합되고 확고한 입장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미사일 발사 도발을 한 데 대해 엄중히 규탄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의 자체적인 억지 및 방위 능력과 한미 연합 방위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동맹 강화 차원에서 필요한 지원과 협조를 계속해나가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세계 각국 정상과 대북 공조 방안을 논의할 때, 서울에서는 아시아·태평양 군사 지도자들이 지혜를 모으기 위해 자리를 함께했다. 2017년 태평양 지역 육군참모총장회의&육군관리회의(PACC&PAMS)가 ‘비전통적 안보 위협에 대한 지상군의 공동 대응’을 주제로 9월 18일부터 21일까지 열렸다. 한미 육군 공동 주관으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한국·미국·일본·중국·호주 등 29개국 대표가 참석해 북한 핵·미사일 문제 등 지역 안보 현안을 논의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대북 제재와 인도 지원은 별개
유엔 결의안에도 저촉되지 않아
정부가 북한의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제기구 지원은 아동과 임산부 백신, 필수의약품, 영양실조 치료 지원 등의 내용으로 800만 달러 규모다.
세계식량계획(WFP),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 등 국제기구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공여를 요청해왔다. 정부는 내부 검토와 관계부처 협의를 계속해왔고 북한 핵실험 직후에 추가 도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고민을 거듭한 결과 정치적 상황과 구분해 인도 지원의 추진은 계속될 것이라는 원칙을 발표했다. 아동의 백신, 필수의약품, 영양식 등 지원은 시기를 놓칠 경우 회복이 불가능할 수 있어 중단 없이 사업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계속되는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와 협력해 제재와 압박을 강화한다는 방침이 확고하다. 또 북한 6차 핵실험에 대한 안보리 결의 2375호도 북한의 취약계층이 처한 어려움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고 인도적 지원과 구호활동의 제약을 의도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번 지원 계획이 안보리 결의와 국제사회의 제재를 훼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원 시기에 대해서는 남북관계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다.
선수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