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제72차 유엔 총회에 참석해 취임 후 첫 기조연설을 통해 “전쟁을 겪은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의 대통령인 나에게 평화는 삶의 소명이자 역사적 책무이며, 우리의 모든 노력은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천명했다.
“나는 촛불혁명을 통해 지구촌에 평화의 메시지를 던진 우리 국민을 대표하고 있다.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로 평화가 파괴되는 일이 없도록 북핵 문제를 둘러싼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야 할 것이다.”
유엔 총회 연설 후 문 대통령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한국의 최첨단 군사자산의 획득과 개발을 통한 한미 연합방위 태세 유지와 강화에 합의했으며, 한국과 주변 지역에 미국 전략자산의 순환배치 확대에도 합의했다. 양국 정상은 금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긴밀한 협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이어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3국 정상은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를 더욱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9월 19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접견하고, 북핵 문제가 대화를 통해 해결될 수 있도록 유엔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엄중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법을 지지한다고 했으며, 북한 주민의 위기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인도적 지원을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만나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평화의 올림픽이 되기를 희망하면서 북한의 참가를 위해 바흐 위원장의 협조를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 기업인들과도 만나 북핵 상황에도 불구하고 미국 기업인들이 한국에 적극 투자해줄 것을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금년 1월 취임 후 최초로 다자외교인 유엔 외교에 데뷔했는데 그의 9월 20일 총회 연설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북한을 ‘타락한 정권(depraved regime)’으로 규정하고, 지구상의 어느 누구도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로 무장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이 강력한 힘과 인내를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과 동맹국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게 되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로켓맨(Rocket Man)’으로 지칭하고, 김정은이 본인과 북한 정권의 자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북한 김정은은 국무위원장 자격으로 9월 22일 성명을 발표, 트럼프 대통령을 강력 비난하고, 군사적 대응조치(태평양에서의 수소폭탄 실험)를 암시했다.
이처럼 미국과 북한의 비난 수위가 극한으로 치닫고 있어 한반도에 돌발적인 군사적 충돌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 현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 핵무기로 인한 예기치 못한 대형 사고를 막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교수는 핵무기 안전 확보를 위해 북한과의 핵 안전 대화 개시를 제안했는데, 북한 핵무기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대화는 협상이 아니며, 핵무기 안전 문제로 의제를 국한한다는 것이다.
미국 최고 북한핵문제 전문가인 헤커 교수는 북한의 현단계 핵무기와 미사일 제조 역량을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북한은 핵탄두를 단거리 미사일(스커드, 노동)에 탑재하여 한국과 일본 전역을 핵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는 역량은 이미 확보했다. 다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핵탄두를 장착하는 소형화 기술과 핵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목표물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목표 유도장치 기술 등은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러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ICBM 발사 시험이 필요할 것이다. 미국이 기 구축한 미사일 방어체계(MD)를 뚫고 ICBM으로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은 최소 5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제72차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한미동맹을 기초로 한미일 협력과 중국, 러시아와의 대화, 그리고 다자 대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 실현을 북핵 문제의 근본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 총회 참석을 통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을 국제사회에 호소함으로써 국제 여론을 호의적으로 움직이는 데 크게 이바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또한 한미 정상회담과 한미일 정상회담을 각각 개최하여 북한의 도발에 대해 최고의 압박을 지속하기로 하고 외교적 해결 기조를 유지하기로 한 것은 이번 방문의 최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신성원 | 국립외교원 경제통상연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