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우리나라에서 오래전부터 조상 숭배, 불교 공양에 쓰이면서 우리 생활 예절과 예식에 중요한 요소가 돼왔다.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고 동양에서는 차가 단순히 갈증을 풀어주는 음료수나 기호품을 넣어 차 한 잔을 마시는 행위에 내포된 철학과 사상을 발견하는 도(道)의 경지로까지 받아들여졌다. 특히 깊은 명상을 요하는 불교나 도교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았고, 일반 생활에서도 차가 정성과 예절의 표시로 음용되어 ‘신농씨(神農氏)’ 이래로 가장 귀한 음식물로 여겨졌다.
잘 우린 차를 마시면 쓰고, 떫고, 시고, 짜고, 단맛, 이렇게 다섯 가지 맛을 느낄 수 있는데, 이를 오미(五味)라 한다. 차 한 잔을 음미할 때 먼저 쓴맛을 느끼고, 떫고 시고 짠맛을 느끼고, 삼키고 난 후 입 안 가득히 향(香)과 함께 단맛을 느끼게 된다. 이것은 흡사 인생의 고진감래(苦盡甘來), 즉 인간 생활에서 어려움과 고통을 잘 참고 견디면 기쁨과 즐거움, 행복이 찾아오는 것과 같다. 그러니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여러 맛을 느껴보며 인생의 참뜻을 깨우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모든 과정에 정성이 깃들어 있고 오묘한 뜻이 내포돼 있는 차에 대해 행해지는 예의와 법도를 일컬어 다도(茶道)라고 한다. 그래서 차는 혼자 마시며 명상하고 자연의 법도를 깨닫는 것을 으뜸으로 여겼고, 둘 이상이 모여 차를 마시면 예절과 지극한 정성으로 공경하면서 서로를 대했다. 그래서 차는 윗사람, 특히 조상에게 제사를 드릴 때 사용돼왔고 명절 때나 절기에는 차를 중심으로 제사를 드려 이를 차례(茶禮)라고 일컫는다.
또한 일생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행사라 할 수 있는 결혼식에서도 차의 깊은 뜻을 생각하며 다례(茶禮)를 행했는데, 언약과 정절의 표시로 차를 싸서 보내는 것을 봉차(封茶)라고 했다. 요즈음에는 봉치라 하여 이름만 전하는데, 아름다운 유풍(遺風)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가까운 친구일수록 오히려 서로 공경하며 예절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삼국통일에 지대한 공을 세운 신라 화랑들은 서로 차를 마시며 예를 갖추고 의리를 확인하며 강하게 단합해 민족의 의기를 드높였다. 여기서 화랑도 정신의 밑바탕에도 다도의 정신이 깊숙이 깔려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신라의 젊은이들이 이렇게 차를 통해서 자기를 발견하고 마음과 뜻을 가다듬었다는 것은 현대의 우리 젊은 세대들이 상기해봐야 할 사실이다. 물질과 기계 문명의 급속한 발전 속에 현대의 젊은 세대들은 깊이 생각하는 습관이 없어지고 감각적인 향락만 추구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이러한 경향이 사회에 만연된다면 국가의 장래가 결코 밝을 수 없기 때문이다.
순간적인 쾌락만 추구하고 물질주의적인 사고가 팽창해가는 현 사회 풍토에서 더욱 다도를 재음미하고 재평가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예(禮)가 바른 사회, 예가 살아 있는 사회로, 그리고 사색하고 명상하는 건강한 국민으로 회복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의정 | 명원문화재단 이사장, 한국다도총연합회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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