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이름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엄마가 아니고서야 그 무게감을 정확히 표현할 순 없겠지만 우리는 어렴풋이 알고 있다. 결코 가볍진 않다고. ‘엄마’이기에 해낼 수 있다고 또는 해내야 한다고 당연시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오래 지속돼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달라지고 있다. 특히 출산과 육아를 소재로 한 웹툰이 많아지면서, 엄마도 엄마가 아닌 사람도 ‘엄마의 힘듦’을 함께 공감한다. 에피소드형 생활툰 ‘나는 엄마다’가 꾸준한 인기를 얻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은영 작가(필명 순두부)가 생생하게 그려낸 현실 이야기는 커다란 공감대를 형성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스스로 ‘나 잘하고 있나’, ‘좋은 엄마 맞나’라는 질문을 자주 해요. 되게 불안하거든요. 예전에 비해 변했다곤 해도 우리 사회에서는 육아는 숭고한 것, 모성은 여성이 가져야 하는 당연한 본능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육아는 경험해보면 말할 수 없이 힘든데 그대로 토로하면 ‘저 엄마는 왜 힘들다고 하지’ 하는 시선이 있어요. 이와 반대로 ‘나는 엄마다’에서는 아무리 엄마라도 못하는 건 못하고 힘든 건 힘들다고 꾸밈없이 말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는 것 같아요.”
웹툰 제목 그대로 이은영 작가는 연년생 두 아들을 둔 엄마다. 웹툰 속 주인공인 엄마는 작가 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나는 엄마다’에 대해 “불완전한 제가 두 아이를 키우며 느낀 내적 갈등을 다룬 육아 회고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인공은 엄마가 되기 전과 후를 비교하며 자신의 변화를 가감 없이 말한다. 이를테면 “킬 힐 없이는 한 발자국도 밖에 나가지 않았는데 로션 하나 제대로 찍어 바를 시간이 없다”는 대사는 육아의 고단함을 여실히 드러낸다. 자녀를 둔 독자들이 열광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매 회당 달리는 수백 개의 댓글 중 대부분이 소위 말하는 울분 성토다.
ⓒ다음 웹툰
‘육아’는 웹툰의 주제이자 연재 배경이기도 하다. 이 작가는 둘째 아이를 출산한 이후 구직활동을 시도했지만 두 아이, 특히 영유아를 키우고 있던 터라 쉽지 않았다. 그로 인해 깊은 우울감에 빠졌고 엄마로서 존재하는 자신이 마치 광활한 우주 속 티끌 같은 먼지처럼 느껴졌다. 당시 그는 남편에게 “나는 보잘것없는 존재야”라고 투정했는데 “네가 소우주 그 자체야”라는 위로가 돌아왔다. 이 작가는 그 위로의 경험을 짧은 만화로 그려 블로그에 게재했고 그것이 ‘나는 엄마다’의 발단이 됐다.
그의 웹툰을 보다 보면 여러 반응을 하게 된다. ‘아~’, ‘아?’, ‘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을 만화로 봤거나 또는 몰랐던 현실을 마주해서다. 엄마가 아니어도 독자가 되는 이유 중 하나다.
“언젠가 맞을 인생의 중대 과제인 출산과 육아에 대한 대리 체험을 할 수 있잖아요. 또 자신을 키워주신 부모님의 노고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분들도 계세요. 자식 하나 키우는 게 이렇게 고생스러운지 미처 몰랐다며 부모님께 사죄를 고하는 댓글도 많더라고요.”
유치원 공교육화 실현됐으면
이 작가는 부모라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에피소드를 담아낸다. 이사 문제로 전전긍긍하는, 학원 등록 문제로 고민하는 등. 그중에서도 그가 연년생 자녀를 키우면서 직접 겪는 희로애락이 눈에 띈다.
“모든 것이 두 배예요. 아이들이 대화하는 걸 엿들었는데 둘째가 엄마가 가장 소중하다고 하니까 첫째가 자기도 엄마가 소중하다고 말해요. 그러더니 서로 자기가 엄마를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면서 귀여운 다툼을 하더라고요. 이렇게 좋아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아이는 부모를 사랑해요. 제겐 그런 존재가 둘이나 있는 거예요. 연년생 자녀를 양육하는 즐거움이죠. 이런 찰나의 행복한 순간을 뺀 나머지는 늘 어렵습니다. 연년생 육아는 마치 지옥에서 사랑스러운 천사들과 함께 사는 기분이랄까요. 아, 얼마 전에 제가 노래방을 갔는데 고음이 쭉쭉 올라가더라고요. 아이들 덕분에 소리를 질러서 득음한 것 아닌가 생각했어요.”
이 작가는 육아와 동시에 육아하면서 부딪히는 사회적 어려움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국공립 유치원 추첨을 다룬 에피소드가 대표적이다. 결혼 전에는 유치원 입학 관련 뉴스를 봐도 시큰둥했던 그였지만, 현실이 되니 비로소 체감하고 있단다.
“유치원 공교육화가 실현됐으면 해요. 연년생 자녀를 동시에 사립유치원에 보내려다 보니 교육비가 너무 부담됐어요. 운 좋게 작년부터 두 아이가 공립 단설유치원에 다녔는데 한 달에 우윳값만 내면 되는 저렴한 교육비, 탄탄한 교육 과정, 훌륭한 시설 등 모든 것이 좋아요. 숨통이 트이더라고요.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말이죠.”
웹툰 작가이자 엄마로서 감당해야 하는 피로도는 적지 않다. 아이들이 등원했을 때 잠깐, 남편이 아이들을 돌보는 주말에 틈틈이 잠을 줄이며 작업을 할 정도다. 그럼에도 그는 웃으면서 말한다.
“엄마여서, 순두부여서, 서른셋 이은영이어서 행복합니다. 저는 엄마입니다.”
이근하│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