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피카소, 남자의 두상, 1912, 61x38cm, 캔버스에 유화. 2018–Succession Pablo Picasso–SACK(Korea)
파리 시립 근대미술관 소장 작품 90점 입체파 110돌 맞아 그들이 왔다.
‘있는 그대로’를 버리고 재조합한 추상 탄생부터 소멸까지 5개 섹션으로
▶조르주 브라크, 여인의 두상, 1909, 41x33cm, 캔버스에 유화. Georges Braque/ ADAGP, Paris-SACK, Seoul, 2018
“창조의 모든 행위는 파괴에서 시작한다.”
‘천재 화가’로 알려진 파블로 피카소가 한 말이다. 피카소를 비롯한 입체파 화가들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묘사했던 전통 회화 방식을 과감히 파괴해 추상미술 등 20세기 다양한 미술 창작 시대를 여는 역할을 했다. 전문가들이 “현대미술 역사 속 모험은 입체파 화가들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유다.
▶로베르 들로네, 리듬 n°1, 튈르리 살롱전 장식화, 1938, 529x592cm, 캔버스에 유화. Muse d'art moderne de la Ville de Paris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에서는 입체파 미술의 역사를 만나볼 수 있는 전시 <피카소와 큐비즘>(주최 (주)서울센터뮤지엄, 뉴스웍스) 전시가 한창이다. 20세기 미술의 보고 파리 시립 근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진품 명작 90여 점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단독 기획전이다.
지난 1월 2일 오후 전시장은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많은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서울 서초구 전영신(20) 씨는 “새해를 맞아 친구와 예술의전당에 나들이 나왔다가 익숙한 이름 피카소가 보여서 들렀다”며 “피카소 작품 외에도 마치 블록처럼 생긴 독특한 그림이 많은데 기존에 흔히 보던 회화와 달라 신선했다”고 했다.
▶파블로 피카소, 무용, 1975, 296x206cm, 태피스트리. 2018-Succession Pablo Picasso–SACK(Korea)
▶소니아 들로네, 리듬, 튈르리 살롱전 장식화, 1938, 536 x 595 cm, 캔버스에 유화.│튈르리 살롱 장식 초대형 작품 설치장면
그림 속 숨은 사연도 귀에 쏙쏙
이번 전시는 2004년 <색채의 마술사, 샤갈>전부터 명화 전시를 기획해온 서준수 박사의 15번째 기획전시다. 입체주의 미술의 탄생 배경부터 소멸까지 흐름을 총 5개 섹션으로 구성했다. 서 박사는 “형태의 파괴를 통해 20세기 미술의 모험의 장을 열어준 입체주의를 총체적으로 조명하는 전시”라며 “입체주의 미술운동의 흥망성쇠를 더듬어보는 교육적 의미가 있다”고 소개했다.
입체주의의 기원은 아프리카 원시미술과 후기 인상주의 대가이자, 근대 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폴 세잔으로부터 시작한다. 첫 번째 섹션인 ‘입체주의의 기원, 세잔과 원시미술’을 여는 것도 세잔이다. 전시장 벽에 붙은 “세잔! 그는 우리 모두에게 아버지 같은 분이었다”는 파블로 피카소의 말을 통해 입체파 작가들에게 세잔이 얼마나 중요한 인물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섹션에서는 파리 시립 근대미술관 소장 아프리카 원시 조각 작품과 세잔의 풍경화를 통해 입체파의 태동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됐는지 만나볼 수 있다. 세잔의 유화 ‘햇살을 마주 본 레스타크의 아침’ ‘물가의 저택’ 두 작품의 경우, 국립 이스라엘 미술관에서 대여해온 것이다.
관람객들의 시선이 오래 머무는 곳 중 하나는 두 번째 섹션에 있는 피카소와 조르주 브라크의 작품 앞이다. 피카소의 ‘남자의 두상’ 바로 옆에는 브라크의 ‘여인의 두상’이 나란히 걸려 있다. 입체파의 거장으로 불리는 두 화가의 서로 다른 매력을 비교해볼 수 있다. 특히 ‘남자의 두상’은 남자의 코 그리고 파이프 형태만 알아볼 수 있을 뿐 전체적인 모습은 알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대상을 극단적으로 해체하고 재조합했다.
▶어린이 관객들이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피카소와 큐비즘>전시장 안의 로베르 들로네 작품 앞에서 예술교육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곽윤섭 기자
▶<피카소와 큐비즘> 전시회 키즈 아틀리에 교육을 마친 어린이들이 전시장 바깥벽에 설치된 피카소 작품 <무용>의 대형 포스터 앞에서 각자 손수 만든 작품을 뽐내고 있다.│곽윤섭 기자
5m 넘는 작품 80년 만에 해외 나들이
피카소의 작품으로 모래와 유화 물감으로 그린 ‘르 비유 마르크 술병’도 만나볼 수 있다. 피카소가 1925년 그린 유화 작품을 태피스트리(여러 가지 색실로 그림을 짜 넣은 직물)로 옮긴 ‘무용’은 이번 전시의 메인 포스터에 담긴 작품으로 세 명의 인체를 극단적으로 변형했다. 경기 이천시 이승연(20) 씨는 “언뜻 즐겁게 춤추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는데, 첫 번째 부인 올가와 파혼에 접어들며 남긴 그림이라고 해서 다시 살펴보게 됐다”고 했다. 오후 2시, 4시, 6시 전시 해설(도슨트) 시간에 전시장을 찾으면 이 씨처럼 그림 속 숨은 사연을 들을 수 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5번째 섹션이다. 후기 입체파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장에 들어서면 관람객들은 벽을 가득 채운 거대한 작품 4점에 압도된다. 높이 5m가 넘는 로베르 들로네, 소니아 들로네 부부의 ‘리듬’ 시리즈로, 파리 시립 근대미술관이 80년 만에 처음으로 해외로 반출했다. 서 박사는 “로베르 들로네와 그의 아내 소니아는 화면에 시간 개념을 도입하고자 선명한 원형의 선과 율동감이 느껴지는 색채를 사용해 감각적이고도 환상적인 화풍을 구축했다”며 “1938년 당시 회화 작품으로는 드문 압도적 크기와 화려하고 율동적인 색채 구성으로 입체파 회화의 절정기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5번째 섹션에선 촬영도 가능하다.
입체파 탄생 110주년을 기리기 위해 기획된 이번 전시는 파리 퐁피두센터 근대미술관의 입체주의 전시와 병행 개최된다.
김청연 기자
기간 3월 31일까지(1월 28일, 2월 25일, 3월 25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개인 성인(만 19~64세) / 1만 5000원
청소년(만 13~18세), 만 65세 이상 / 1만 2000원
어린이(만 7~12세) / 1만 원
단체(20인 이상) 성인(만 19~64세) / 1만 3000원
청소년(만 13~18세), 만 65세 이상 / 1만 원
어린이(만 7~12세) / 8000원
특별 할인 장애인 4~6급 본인, 미취학아동 만 4~6세,
국가유공자유족증 소유자(본인) 독립유공자유족증 소유자(본인),
의사상자유족증 소유자(본인) / 8000원
관람 시간 2월까지 11:00~19:00 / 3월부터 11:00~20:00
(관람 종료 40분 전 입장 마감)
문의 1899-8598 www.picassocubism.kr
듣고 보고 상상, 내가 피카소다
“눈이 세 개여도 좋고, 코에 눈이 붙어 있어도 좋아. 어떤 얼굴 모양도 상관없어요. 지금 여러분이 만드는 것은 여러분 상상 속 얼굴이야. 정해진 답은 없어요. 피카소 아저씨도 그렇게 그렸어.”
지난 1월 2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키즈 아틀리에 교육실에서는 예술교육 강사 이소영 씨의 설명에 따라 유아 6명, 초등 7명이 미술 창작 활동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어린이 대상 문화예술 교육을 진행하는 생각하는박물관의 키즈 아틀리에다. 예술교육 강사가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작품 감상’ ‘전시 연계 표현활동’ ‘관람예절 익히기’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생각하는박물관 권선재 실장은 “초등 고학년에 접어들면 정해진 정답만 말하기 쉬운데, 정답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치게 하는 미술교육이 필요하다”며 “작품 감상과 더불어 자유롭게 자기표현을 하면서 창의력을 키워가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은 전시에 대한 간략한 소개로 시작했다. 예술교육 강사가 전시와 관련된 그림들을 보여주면서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이다. “이분이 바로 피카소 아저씨야. 그림 어때 보여?” “얼굴은 앞을 보는데 눈은 뒤를 보고 있지? 좀 이상하지 않니?” 교육시간 내내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끌어내게 하는 여러 질문을 받았다.
“자! 이젠 진짜 피카소 아저씨 그림을 만나러 가볼까?” 전시장으로 향한 아이들은 약 40분 동안 헤드셋을 끼고 예술교육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며 주요 작품을 살펴봤다. “이 작품은 피카소의 ‘남자의 두상’이야. 그림 안에 코가 숨어 있는데 어디 있을까? 찾아볼까?” 예술교육 강사가 숨은그림찾기를 제안하자 한 친구가 “저기 있어요!”라며 답을 맞혔다.
관람 뒤엔 모두 ‘꼬마 피카소’가 되어 작품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각자 박스지를 오려 붙여 얼굴 형태를 만든 뒤 그 위에 물감을 칠하고, 구슬 등 소품을 덧붙여 개성 넘치는 작품을 완성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윤하(8) 양의 어머니 김유진(49·경기도 수원시) 씨는 “딸아이가 전시도 보고 자신이 직접 만든 작품을 손에 쥐고 뿌듯해하니 좋다”고 했다.
키즈 아틀리에는 피카소와 큐비즘 전시 기간 동안 함께 운영한다. 네이버 예약 사이트에서 ‘피카소 키즈 아틀리에’를 검색해 신청하면 된다. 비용은 아이 전시 관람료·재료비 포함해 총 2만 8000원, 문의는 02-723-7814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