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약품, 식품에만 적용하던 위해성 등급을 화장품, 축산물 등 모든 품목으로 확대해 리콜제도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최근 자동차, 가구 등 제품 결함 사고가 늘어나면서 소비자 안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가운데 제품 결함으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를 사전 예방하는 리콜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6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소비자 친화적 리콜제도 개선 방안’을 심의·확정했다. 사후적 손해배상보다 사전적 피해 예방 기능의 리콜제도가 소비자 안전을 확보하는 핵심 수단으로 부각되면서 마련된 회의다. 소비자에게 리콜 정보가 잘 전달되지 않고 반품 절차 등이 불편하다는 문제 인식에 따라 이번 리콜제도 개선 방안은 관계부처의 합동으로 마련됐다.
리콜제도는 물품의 결함으로 인해 소비자의 생명, 신체, 재산에 위해를 끼치거나 또는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 제조·수입·판매자 등 사업자가 수리·교환·환급 등의 방법으로 소비자의 피해를 예방하는 행위이다. 우리나라는 1991년 대기환경보전법의 자동차 배출 가스에 대한 리콜제도를 처음 도입한 이후 단계적으로 자동차, 식품, 공산품 등으로 확대 적용해왔다. 소비자기본법을 포함한 관련 법률에서는 리콜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제작 결함 시정·회수·폐기 등으로 표현한다. 리콜의 유형은 자발적 리콜, 리콜 권유, 리콜 명령 등 세 가지로 분류된다. 자발적 리콜은 사업자 스스로 당해 물품을 수거·파기하는 것인 반면 리콜 권고나 명령은 행정기관의 권고나 명령에 따르는 것이다.
▶ 이낙연 국무총리가 6월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위해성 등급 모든 품목으로 확대
이번 개선안은 자동차, 가구 등 제품 결함 사고가 늘면서 소비자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이를 예방하는 리콜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정부는 우선 위해성 등급의 적용을 전 품목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그동안 의약품과 식품 등에만 적용하던 위해성 등급을 화장품, 축산물, 먹는샘물 등 모든 품목으로 확대한다.
미국이나 유럽은 모든 품목의 위해성을 3∼4개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우리는 의약품, 식품, 건강식품을 제외한 나머지 품목에 대해 위해성 등급을 분류하지 않았다. 따라서 제품에 문제가 발견됐을 때 회수 방식, 전달 매체 선정 등에서 차별화된 후속 절차를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따라 화장품, 축산물, 먹는샘물 등 모든 품목의 위험 수준과 추정된 위해 강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위해성 등급을 3∼4단계로 나누기로 했다. 다만 공산품은 제품과 위해 유형이 다양한 점을 감안해 우선 어린이 제품부터 위해성 등급을 분류하고 전기, 생활용품 등 순차적으로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또한 소비자들에게 제품의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와 행동요령 등 중요한 리콜 정보를 빠짐없이 제공하고 소비자가 쉽게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리콜 정보 표준양식을 신설하고 제공 정보를 확대해 소비자 대응력을 높이기로 했다. 위해 원인 외에 위해 결과와 취약 대상자, 소비자 행동요령이 추가된다.
예컨대 현재 자동차의 경우 위해 원인을 ‘뒷좌석 2열 시트 슬라이드 고정기구 불량’으로만 표시해왔는데 앞으로는 위해 원인을 ‘뒷좌석 등받이와 쿠션 사이 연결이 끊어져 쿠션이 6cm 가라앉음’과 같이 구체화하고, 위해 결과도 ‘사고 발생 시 안전벨트가 떨어져 골절 등 가능성 있다’와 같이 기술된다.
누구나 쉽게 리콜 정보에 접근
아울러 리콜 정보에 대한 소비자의 접근성도 강화된다. 위해성이 중대한 경우 방송, 일간신문 등 소비자 전달 효과가 큰 매체를 통해 빨리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열린소비자포털 ‘행복드림(www.consumer.go.kr)’에 환경부, 국토교통부 관련 리콜 정보를 추가로 통합·연계해 소비자가 한곳에서 여러 부처의 리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특히 위해성이 높은 1등급 제품의 경우 대형 할인점에 리콜 공표문을 게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품목, 부처별로 나뉜 리콜 정보 통합관리시스템도 통합해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인다.
이 밖에 리콜 제품 유통 차단 강화와 반품 절차를 마련하기 위해 현재 대형 유통업체 위주로 운영되는 ‘위해상품판매차단시스템’을 온라인 쇼핑몰과 중소 유통매장으로 추가 확대할 계획이다.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현재 G마켓 등 16개 사에 적용하고 있는데 올해 안에 롯데닷컴과 인터파크를 추가하고 중소 유통망도 9000곳에서 연내 11만 5000곳으로 늘린다. 유통업체와 공동으로 리콜 이행 협력 방안을 수립하고 환불 절차와 규정도 마련한다. 또한 소비자가 물품을 반환할 수 있는 회수처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지역 대형 유통업체 등에서도 교환, 환불이 가능하도록 해당 유통업체와 리콜 이행 협력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개선 방안을 담은 ‘공통 가이드라인’을 올 9월까지 마련하고 연내 행복드림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아울러 산업통상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환경부 등 관계부처는 위해등급 도입 등을 위한 주요 법령과 지침 개정을 내년 상반기까지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정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