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25주년이 되는 해에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이 양국의 신뢰를 회복하고, 교류와 협력을 본격적으로 정상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2월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FTA 후속협상을 위한 양해각서 서명식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연합
12월 13일부터 16일까지 3박 4일 동안 중국을 국빈 방문한 문 대통령은 1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4가지 원칙에 합의했다. 양 정상이 합의한 4대 원칙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한반도의 비핵화 원칙을 확고하게 견지한다 ▲북한의 비핵화를 포함한 모든 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한다 ▲남북한 간의 관계 개선은 궁극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 등이다.
양국 정상은 양자 방문 및 다자 정상회의에서의 회담은 물론 전화 통화, 서신 교환 등 다양한 소통 수단을 활용해 정상 간 ‘핫라인(Hot Line)’을 구축함으로써 긴밀한 소통을 계속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경제·통상·사회·문화 및 인적 교류 등을 중심으로 해오던 양국 간 협력을 정치·외교·안보·정당 간 협력 등의 분야로 확대하기로 했고, 이를 위해 정상 차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고위급 수준의 전략적 대화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평화·안정과 번영을 위해 한중 양국은 관련 역내 국가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한·미·중, 한·중·일 등 다양한 형태의 3자 협의를 활성화하자”고 제의했다.
양 정상은 북한의 도발 중단을 강력히 촉구하는 한편,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이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안보리 관련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을 포함해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하기로 했다.
협력사업 재개, 미세먼지 공동 대응
시 주석은 사드 문제와 관련, 중국 측 입장을 재천명하고, “한국 측이 이를 계속 중시하고 적절히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좌절을 겪으면 회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지금 양국 관계는 빠른 속도로 개선이 되고 있고,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쓰고 관리를 잘 해나가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0·31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를 평가하고, “양국 중대 관심사에 대한 상호 존중의 정신에 기초해 양국 관계를 조속히 회복,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의 국빈 방중 초청과 따뜻한 환대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이번 방문이 양국 간에 아름다운 동행의 새롭고 좋은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난징대학살 80주년 을 맞아 문 대통령이 따뜻한 추모의 뜻을 표명해 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한중 간 유구한 공영의 역사는 양국이 공동 번영의 길을 함께 걸어가면서, 한반도와 동북아, 나아가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해나가야 할 운명적 동반자임을 잘 보여준다”며 “최근 양국 간 일시적 어려움도 오히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기회가 되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지난 25년간 한중 관계가 양국 국민들에게 실질적 혜택을 가져다준 것은 물론, 역내 평화·안정에도 기여해왔다”고 평가하고, “한국과 함께 노력해 양국 관계를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9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이 제시한 민주적인 리더십과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가치들이 ‘사람이 먼저다’라는 본인의 정치철학과 국정목표와도 통하는 것”이라며, “양국의 국가비전, 성장전략의 교집합을 바탕으로 양국의 미래 성장 동력을 함께 마련하고, 양국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 분야의 협력사업들을 추진해나가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양국의 공동 발전을 위해 상호호혜적인 교류 협력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가자”고 답변했다.
양 정상은 한중 산업협력 단지 조성, 투자협력 기금 설치 등 그간 중단된 협력사업을 재개해나가기로 하고, 양국 기업의 상대방 국가에 대한 투자 확대도 장려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양 정상은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 개시를 선언하게 된 것을 환영했다.
양 정상은 미세먼지 공동 저감, 암 관련 의료협력 등 환경·보건 협력, 교육·과학 협력, 신재생에너지 협력, 지방 정부 간 협력을 증진시켜 나가는 것과 함께 빅데이터, 인공지능, 5G, 드론, 전기자동차 등 4차 산업혁명에 대해 함께 대비해나가기 위한 미래지향적 협력사업을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양 정상은 한국의 신(新)북방·신남방정책과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 간 궤를 같이하는 측면이 있다는 데 주목하고,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적극적으로 발굴해나가기로 했다.
양 정상은 양국 국민 간 상호 이해 제고와 정서적 공감대 확대가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문화·스포츠, 인문, 청년 교류를 지속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특히, 양국 관계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양국 청소년들 간의 교류 사업을 더욱 확대·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2월 14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에 참석해 타징 행사를 하고 있다. ⓒ연합
문 대통령은 중국 측이 중국 내 한국 독립운동 사적지 보호를 지원해오고 있는 데 대해 평가하고,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줄 것을 당부했다. 시 주석은 한국 정부가 중국군 유해 송환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 중인 데 대해 사의를 표명하고, “저장성 당서기 시절 한국 유적지 보호사업을 지원했다”고 회고하면서, “앞으로도 중국 내 한국의 독립운동 사적지 보존 사업을 위해 계속 협력해나가겠다”고 했다.
양 정상은 평창동계올림픽이 양국 간 인적교류를 활성화하는 데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한반도와 동북아는 물론 전세계 인류의 평화와 화합을 위한 장이 되도록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석을 초청했고, 시 주석은 “이를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며, 만약 참석할 수 없게 되는 경우 반드시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 정상은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에 북한이 참가하는 것이 남북관계 개선 및 동북아 긴장 완화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를 위해 함께 노력해나가기로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15일 오전 베이징대학에서 연설한 다음, 이날 밤 충칭으로 이동해 16일 오전 충칭 임시정부청사를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16일 오후 현대차 제5공장 방문을 마지막으로 3박 4일간의 국빈 방중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오동룡│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