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 하면 증기기관이나 전기에너지에 의한 대량생산을 떠올릴 것이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 인공지능이라고들 하는데, 사람들에게 인공지능이 뭐냐고 물어보면 10인 10색으로 다양하다.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만능키라고 하거나, 왕년에 써봐서 잘 아는데 말만 그럴듯하지 아무짝에 쓸모없다고도 한다. 이와 같은 극과 극의 반응은 무슨 연유일까?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 인공지능
인공지능에 대한 정의는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물론이고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 이유는 지능 자체가 딱히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해서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인간 지능의 본질을 규명하고 이를 인공적으로 재현하려는 기술이나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대담하게 해석하면 인간처럼 생각하고 감정을 가지며 창의성을 발휘하는 기계를 만드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강한 인공지능(strong AI)’이라 한다. 반면에 특정한 문제를 인간의 지능을 모방해 풀기 위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약한 인공지능(weak AI)’이라 한다. 다소 김빠질지 모르지만 현재 거론되는 인공지능은 대부분 약한 인공지능을 의미하는데, 주어진 문제를 사람처럼 해결하는 기술이 완성되면 편견 없이 지치지 않고 대용량의 자료를 처리해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 생활 속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진공청소기가 나온 이후로 청소가 훨씬 수월해졌는데 최근에는 사람이 하는 것처럼 돌아다니며 빠짐없이 청소하는 로봇청소기를 많이 사용한다. 청소라는 일견 단순해 보이는 작업도 실제로는 방 안을 빠짐없이 깨끗하게 하기 위해서는 경로를 계획하는 지능이 필요하다. 비슷한 방식으로 전기밥솥이나 세탁기 등도 단순히 타이머로 작동하지 않고 쌀의 양이나 원하는 밥의 형태, 세탁물의 오염 정도를 고려해 제대로 하려면 인공지능이 필요하다. 또 요즘은 대형건물의 주차장에 관리인 대신 카메라로 자동차 번호판을 찍고 자동으로 인식하는 무인방식이 일반적이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 인공지능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겠지만, 다양한 밝기 조건이나 위치가 변화된 사진영상에서 숫자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데도 인공지능이 필요하다. 고층 건물에는 엘리베이터가 여러 대 운행하는데 하나의 버튼만 눌러도 가장 가까운 층의 엘리베이터가 올 수 있도록 스케줄링하는 것도 일종의 인공지능이다.
4차 산업혁명은 사람과 사물, 공간을 초연결해 산업구조와 사회 시스템에 혁신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는 세계경제의 저성장 고착화와 경제인구의 고령화에 따라 선진국을 중심으로 자본주의 경제를 지속하기 위한 시도라 볼 수 있다. 예전에 비해 정확도가 매우 높으면서도 가격이 대폭 저렴해진 센서를 다양한 지점에 부착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정보통신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자동생산과 지능형 시스템 구축을 위한 요소기술이 완비되었다. 결국 센서와 네트워크를 활용한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쏟아지는 빅데이터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분석하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그 소프트웨어가 바로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 하면 대부분 막연하게 공상과학 영화를 떠올리기도 하는데, 제조현장에서 쏟아지는 빅데이터를 지능적으로 처리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제조업 분야의 효율성과 서비스업 분야의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라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때 사용되는 인공지능 기술은 대부분 많은 계산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대변되는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필요에 따라 상황을 해석하며 스스로 자동 갱신해 새로운 차원의 산업혁명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머지않아 감정교류 가능한 로봇 등장할 듯
인공지능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딥러닝처럼 새로운 기술처럼 보이는 것도 꽤 오래 전에 만들어진 방법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럼 왜 그때는 실패했고 지금은 성공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실제로 해보기도 전에 지레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런 복잡한 문제는 이런 방법으로 안 된다는 생각에 시도조차 안 한 것이 많다. 설혹 시도를 한 경우에도 끝까지 가보기 전에 중단한 경우도 실패의 원인이다.
인공지능을 막연한 미래기술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실질적인 기술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실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완성된 하나의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하기보다 하나 이상의 최신 기술을 모아 일종의 ‘솔루션 아키텍처’를 만들어야 한다. 인공지능 분야에는 수십 가지의 다양한 기술이 존재하는데 각 방법의 특장점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들을 복합적으로 활용해야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런 면에서 풀고자 하는 문제의 특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정리하고 각 부분에 적합한 인공지능 기술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제를 잘 정형화하고 나서 적절한 인공지능 기술을 결정했다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인내와 끈기로 성공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면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먼저 단기적으로는 원래 인간이 잘하지 못하는 문제의 해결에 사용한다. 즉, 많은 양의 데이터를 분석해 결론을 내리거나 판단하는 객관적 의사결정 문제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의학 분야의 치료, 법률상담, 기후예측, 교통제어, 금융투자 등에서 인간의 의사결정을 돕는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과학이나 공학의 문제만이 아니라, 경제, 사회, 정치, 문학 등의 분야에서도 데이터만 충분하다면 충분히 활용해볼 여지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핵가족화, 일인가족화에 따른 고독감이나 소외감과 같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동반자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미 일본이나 유럽에서는 실버세대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효율성이나 생산성을 넘어서서 인간과 교감하면서 인류에게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고양이나 강아지와 같은 반려동물보다 훨씬 친밀한 감정교류가 가능한 인공지능 스피커나 냉장고, 청소기, TV가 가족의 일원이 되는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조성배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교수
인공지능과 패턴인식 분야에서 10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으며 이 중 200여 편이 SCI 등재되는 등 인공지능 분야에서 지명도 있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KAIST에서 신경망의 현실적인 적용 방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일본 ATR 인간정보통신연구소 등의 연구원으로 재임했다. 한국데이터마이닝학회 회장, 연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정보과학회 부회장으로 있다.│카오스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