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스토리] 미역냉국, 무더위 싹~

2013.07.29 위클리 공감 최신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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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푹푹 찌는 여름철의 더위를 식히는 데는 미역냉국만한 것도 없다. 게다가 새콤한 것이 입맛을 돋워주기도 해 폭염에 자칫 잃기 쉬운 활력을 지켜주는 건강식이기도 하다.

1900년대 초반에 출간된 방신영의 <조선요리제법>에는 ‘미역찬국’, 이용기의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는 ‘메역창국’이라 했고 한자로는 ‘곽냉탕(藿冷湯)’ 또는 ‘감곽냉탕(甘藿冷湯)’이라고 했다. 여기서 ‘찬국’은 냉국의 우리말 표기이고, ‘창국’은 한자 표기와 우리말 표기를 함께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창국’의 창은 ‘화창할 창(暢)’ 자를 쓰는데 식품사학자 고(故) 이성우 교수는 여름철에 청량미를 준다는 점에서 오미자 국물에 만 나화(수제비)를 일컫는 창면(暢麵)과 통한다고 했다.

곽이나 감곽은 미역의 한자 이름이다. 미역은 그 외에도 해채(海菜), 자채(紫菜), 해대(海帶) 등의 명칭으로 불렸고 메역은 방언이다. 예부터 미역은 사람에게 이로운 것으로 알려져 왔는데, 특히 출산한 산모에게 좋다고 하여 ‘산후선약(産後仙藥)’이라고 했을 정도다.

정약전의 <자산어보>도 미역에 대해 “뿌리의 맛은 달고 잎의 맛은 담담하며, 임산부의 여러 가지 병을 고치는 데 이보다 나은 것이 없다”고 했다. 산모들이 미역국을 먹게 된 유래에 대해서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다. 중국 당나라시대의 백과사전 〈초학기(初學記)>에는 “고래가 새끼를 낳으면서 입은 상처를 미역을 뜯어먹고 치유하는 것을 보고 고려 사람들이 산모에게 미역을 먹인다”는 대목이 나온다고 한다.

조선 후기의 이규경이 편찬한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는 비슷하면서도 황당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인사편(人事篇)의 ‘산부계곽변증설(産婦鷄藿辨證說)’에는 “어떤 사람이 바다에서 헤엄치다가 막 새끼를 낳은 고래에게 먹혀 배 속에 들어갔더니 그 안에 미역이 가득 붙어 있었으며 장부(臟腑)의 악혈이 모두 물로 변해 있었다. 고래 배 속에서 겨우 빠져나와 미역이 산후 조리하는 데 효험이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렸다”고 했다.

믿기 어려운 설화지만 전혀 근거가 없지 않은 것이 20세기 초에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고래탐사를 한 로이 앤드류스(Roy Chapman Andrews·1884~1960)의 학술논문에도 자신이 관찰한 죽은 고래의 배 속에는 “미역과 김 같은 해조류가 섞인 짙은 녹색의 물이 가득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미역은 산모에게 좋지만 다른 효능도 많다. <동의보감>은 미역을 “성질이 차고 맛이 짜며 독이 없다. 효능은 열이 나면서 답답한 것을 없애고 기가 뭉친 것을 치료하며 오줌을 잘 나가게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 외에도 미역에는 각종 비타민과 요오드·식이섬유·칼륨·칼슘 등이 풍부하여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변비와 비만 예방 등에 탁월한 효험이 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미역을 군대채(裙帶菜)라고 하며 약용해양생물(藥用海洋生物)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상큼하고 시원한 미역냉국 한 그릇이면 무더위도 날려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올여름엔 집에서 가족과 함께 고전적인 조리법으로 냉국을 만들어 먹으면 어떨까. 조자호의 <조선요리법>에 나와 있는 ‘미역창국하는법’은 다음과 같다.

“좋은 미역을 줄거리를 빼고 잘게 찢어서 정하게 빨어가지고 고기를 연한 살로만 조그만치 곱게 다저서 양념해 볶아서 넣고 간장 초를 간맞게 치고 실파를 곱게 조금만 썰어넣고 고추가루도 약간 처서 뒤적어려 놓았다가 물을 적당히 붓고 얼음을 잘게 깨처서 지릅니다.”

글·예종석(한양대 경영학부 교수·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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