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중대사, 결혼은 마음을 먹었다고 해서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다.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아서라고 할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이기도 하다. 웹툰 ‘유부녀의 탄생’ 김미경 작가(필명 김환타)도 그랬다. 지금은 어엿한 엄마가 됐지만 당시 남자친구와 결혼을 결심했을 때만 해도 요즘 말로 1도 몰랐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정말 많았어요. 저만의 기록으로 끝내기엔 아쉬울 정도였거든요. 블로그 등에 자유롭게 연재한 걸 계기로 정식연재까지 가능해진 거예요. ‘유부녀의 탄생’은 결혼이나 임신을 결정한 그 막막한 순간에 떠오르는 웹툰이 됐으면 해요.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으면 ‘나만 그런 건가’라며 답답해하는데, 주위를 보면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꽤 많아요. 이 작품을 통해 결코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라고 위로해주고 싶었어요.”
ⓒ다음 웹툰
웹툰 플랫폼에 소개된 대로 ‘유부녀의 탄생’은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결혼식 준비에 대한 리얼리티 카툰이다. 김미경 작가는 ‘결심’이란 주제의 첫 회를 시작으로 ‘부모님 소개’, ‘상견례’, ‘웨딩플래너’, ‘결혼자금’ 등 실제로 자신이 지나온 준비과정을 차근차근 담아냈다. 그렇다고 그는 자신의 경험이 정답이라고 이야기하진 않는다. 오히려 “꼭 저처럼 하실 필요도 없거니와 제 실수를 바탕으로 더 나은 결혼준비를 하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김 작가는 결혼 에피소드 이후 자연스럽게 임신과 육아 소재를 다루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소재 변화지만, 그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당연하고 그렇지 않은 독자가 봤을 때도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결혼과 육아 모두 겉으로 보면 다들 당연하게 하는 것 같아도 그 속에는 엄청난 갈등과 고민이 존재해요. 하지만 제대로 담론화되지 않다 보니 폄하되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육아는 개인의 문제로 여겨지곤 하는데 사회적 문제와 가장 맞닿은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웹툰을 통해 이러한 부분을 표현하려는 거죠.”
웹툰에서도 언급했듯 그가 생각하는 우리 사회에서 엄마는 ‘공기’ 같은 존재다. 없어지는 순간 모든 것이 힘들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사회는 암묵적으로 엄마를 항상 눈물 나고 미안한, 효도해야 하는 감정적인 대상으로만 본다는 게 김 작가의 지적이다. 그는 “엄마 또는 주 양육자가 하는 육아를 노동으로 인식해야 하고, 힘든 상황을 견뎌낸 것에 박수치기보다 그런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육아 고충 덜어내는 사회 분위기 조성돼야
“맞벌이 부부는 아이가 아픈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요. 당장 아이를 간호할 사람이 없잖아요. 급하게 휴가를 낼 수도 있다지만 수족구, 독감과 같이 법적 격리 질병은 부부의 힘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때도 있어요. 이럴 때 사회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긴급육아서비스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도 그럴 것이 김 작가는 작가이기 전에 엄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그에게도 육아의 어려움은 현실이다. ‘유부녀의 탄생’ 중 ‘폐렴 입원’ 편에서 그려냈던 것처럼 아이가 아파도 일 걱정을 내려놓을 순 없는 그였다.
김 작가는 남편의 출장과 야근, 회식만 없다면 육아 분담률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나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기 때문에 주말에는 남편이 더 담당하는 편이라고 했다.
“남편이 출장이 잦고 아주 바쁠 땐 수개월씩 집을 비우기도 해요. 그땐 육아의 질이 떨어져가는 걸 확실히 느껴요. 한번은 남편이 오랜만에 집에 오니까 아이가 아빠를 낯설어 해서 충격받은 적이 있어요. 가족이라고 해서 유대감이 마법처럼 생기는 건 아니더라고요. 일정 시간은 꼭 가족끼리 보내려고 노력해요.”
김 작가가 육아 중 생긴 궁금증을 해결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그는 소아과 의사가 쓴 도서를 읽거나 팟캐스트를 듣는다. 이 밖에도 육아 커뮤니티와 친구, 남편과 정보를 교환하며 나름의 노하우를 쌓고 있다. 최근에 육아서적을 읽은 남편과 견해차로 다툼이 있었는데 이 또한 좋은 과정이라고.
“결혼도 육아도 절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결혼 전에 여러 경험담을 읽었던 게 심적으로 대비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요즘 미혼 여성들이 육아 웹툰에 관심이 많아진 것도 비슷한 맥락 아닐까요. 결혼과 출산을 계획하든 안 하든 자신의 선택을 위해 현실을 최대한 알고 싶어서일 거예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유부녀가 돼서 행복하냐는 질문에 그는 웃으며 답했다. “결혼 안 했으면 어땠을까 하고 남편과 함께 상상하곤 하는데 둘 다 잘한 선택이라고 말해요. 행복합니다.”
이근하│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