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9일 문을 연 평창 ICT 체험관이 인기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첨단 정보통신 기술 서비스를 한껏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올림픽에서 활용할 수 있는 최첨단 ICT를 직접 체험하면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해 평창을 찾는 관광객들의 인기 방문지로 떠오르고 있다.
▶ <아바타코스터> VR과 AR을 결합한 시뮬레이터. 360도 회전으로 가장 짜릿한 체험콘텐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ICT 체험관
“으아아아악!!!”
평창 ICT 체험관 입구에서부터 실감나는 고함 소리가 새어나왔다. VR 헤드셋을 쓴 성인들이 360도로 회전하는 아바타코스터에 앉아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아바타코스터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결합한 VR 시뮬레이터이다. 절벽 아래로 직활강하는 봅슬레이를 체험 해보고 싶다면 이곳에서 줄을 서면 된다. 평창 ICT 체험관은 작지만 강한 곳이다. 물리적 면적은 작아도 그 안에서 구현되는 최첨단 기술은 세계 최정상급이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주목해야 할 번외 경기인 셈이다. 동계올림픽 종목은 하계올림픽과 달리 일반인들과 가깝지 않은 게 사실이다. 종목에 따라 특정 공간이 필요한데다 갖춰야 할 장비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동계스포츠의 저변이 넓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평창 ICT 체험관에서는 과학기술로 이런 심리적 거리를 줄일 수 있다. 진짜를 능가하는 간접체험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현실을 능가하는 VR 세상, 평창에서 만나다
평창 ICT 체험관에 들어서면 AI 안내 로봇 ‘퓨로’가 방문객을 반긴다. 마스코트 수호랑의 얼굴을 한 퓨로는 통·번역과 평창동계올림픽 정보를 제공하는 인공지능 로봇이다. 퓨로의 가슴에 달린 스크린에 ‘로봇 번역’ 버튼을 누르고 영어로 “헬로(hello)”라고 말하자 “안녕”이라고 번역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퓨로는 한국어, 중국어, 영어, 일본어 4개의 언어 지원이 가능하고, 통·번역 기능을 이용할 수도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안내는 기본이다. “올림픽이 언제 개최돼?”라는 질문에 “2018년 2월 9일부터 2월 25일까지 17일간 열립니다”라고 대답했다.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가 뭐야?”라는 질문에도 “올림픽은 수호랑입니다. 패럴림픽은 반다비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뿐만 아니라 “춥다”, “슬프다”, “재미있다” 등 감성적인 대화도 가능하다. 퓨로가 말할 수 있는 문장은 현재 1000개 정도다. 이후 사람들이 질문한 내용을 바탕으로 구사할 수 있는 문장 개수가 매일 업데이트된다. 올림픽이 개최되면 경기 안내에 대한 지원도 가능하다. 퓨로의 모니터에 있는 로봇 동행 모드를 누르거나 “나를 따라 올래?”라고 말하면 인지 센서를 이용해 뒤를 졸졸 쫓아온다. 안내 로봇 퓨로는 올림픽 기간 동안 경기장과 선수촌 등에 총 29대가 설치되어 한국의 AI 전도사로 활약할 예정이다.
평창 ICT 체험관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은 VR를 활용한 ‘Enjoy ICT’ 구역이다. 이곳에서는 VR 헤드셋을 머리에 쓰고 봅슬레이를 타거나 스노보드 경기를 체험해볼 수 있다. 봅슬레이의 경우 실제 올림픽에서 이용하는 것과 동일한 4인승 봅슬레이를 사용한다. 봅슬레이에 앉은 뒤 VR 헤드셋을 쓰면 경기 트랙이 눈앞에 펼쳐진다. VR 경기 트랙 역시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의 트랙을 그대로 구현한 것이다. 경기가 시작되자 앞에 놓인 양쪽 손잡이로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며 썰매를 즐길 수 있다. 왼쪽 커브를 돌 때 오른쪽 손잡이를 강하게 잡아당기면 속도가 더욱 빨라지게 된다. 사용자의 조정에 따라 반응하기 때문에 현실감이 배가 된다. 가상으로 느끼는 시속 140㎞의 속도감과 진동에 식은땀이 절로 난다. 스노보드는 실제 데크와 부츠를 착용한 뒤 슬로프에 따라 위아래로 격렬하게 움직인다. 점프 구간에 이르러서는 몸 전체가 솟구쳤다 가라앉는다. 눈밭에서 미끄러지는 보드의 진동이 몸에 그대로 전해졌다. 가상현실임을 인지해도 온몸으로 느껴지는 현실감 때문에 ‘으악!’ 소리가 저절로 터져 나온다. 손에 땀이 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강원도 고성에서 온 김찬영(13) 군은 “아직까지 스노보드를 타본 적이 없는데 경험해보니까 진짜인 것처럼 실감이 났다. 특히 점프할 때 스릴이 넘쳐서 재미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 1 인공지능 로봇 퓨로. 얼굴과 음성을 인식하며, 올림픽 관련 정보와 통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2 ICT 체험관 입구. ICT기술과 올림픽의 발전 과정을 보여주는 그래픽 월이 한눈에 들어온다.
3 3D 프리뷰 서비스. 경기장의 실제 모습과 주변 환경을 3D영상으로 제공한다.ⓒICT 체험관
입국부터 시작되는 최첨단 ICT 기술
우리나라는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여년 만의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뤘고, ICT 강국으로서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4차 산업혁명 주도권을 쥔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이번 올림픽에서도 4차 산업혁명 기반 기술과 관람객 체감도가 높은 기술을 전략적으로 선정했다. 올림픽에서는 세계 최초 5세대(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초고화질(UHD),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5대 ICT기술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관람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 관광객의 경우 인천국제공항에서부터 최첨단 ICT 기술을 실감할 수 있다. IOT를 활용한 AR 길안내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천국제공항에서 경기장 좌석까지 찾아가는 방법을 안내하는 기술로 거리의 모습을 3D 입체영상으로 지원한다. 방향 전환을 안내하고 남은 거리를 계산해 도착 시간까지 알려준다. 공항과 경기장 등 실내로 들어서면 오차 범위가 2∼3cm밖에 되지 않는 정밀측위 기술로 지정 좌석까지 실제 화면 위에 덧씌워서 보여준다. AI 기술이 적용된 통역 서비스를 통해서 모르는 길을 물어볼 수도 있다. 모바일 앱 ‘지니톡’을 통한 자동 통·번역 서비스 덕분이다. 앱이 설치된 스마트폰에 말하면 자동 번역 결과가 음성과 문자로 나온다. 학습이 가능한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돼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정확도가 더욱 높아진다. 현재 한국어 외에 영어·중국어·일본어·프랑스어·스페인어 5개 언어 서비스가 제공되고, 올림픽까지 독일어·러시아어·아랍어 3개 언어를 추가할 예정이다. 평창에서는 언어의 장벽도 이렇게 기술로 뛰어넘는다.
보안 분야에도 IT 기술이 적용된다. 통제구역에 외부인이 출입하면 보안요원들의 스마트폰에 경고 알림이 뜬다. CCTV 영상만으로도 침입자를 감지해내는 것이다. 이 기술로 실시간으로 관객을 집계하고 관람객, 선수단, 운영요원 등의 동선 파악까지 할 수 있다. 혼잡도 역시 자동으로 파악해 상황에 따라 진행요원 조절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안전관리와 원활한 진행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평창올림픽 기간에는 손목에 차는 스마트밴드가 전자지갑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스마트밴드 결제가 가능한 곳은 숙박시설과 푸드트럭, 버스 단말기 등이다. 이곳에 교통카드처럼 갖다 대면 요금이 자동으로 결제된다. 스마트밴드 충전은 편의점에서 가능하다. 스마트밴드만 있으면 사람이 붐비는 곳에서 지갑 걱정 없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다.
▶ 1 스노보드 VR 체험. 실제 경기와 유사한 각도와 속도감을 그대로 구현했다. 2 4인용 봅슬레이. 실제 봅슬레이와 동일한 운전 장치를 이용해 현장감이 넘친다. ⓒICT 체험관
중계방송의 패러다임, 평창이 바꾼다
올림픽은 경기와 기록의 축제이기도 하지만, 기술 발전의 집약체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도 올림픽은 첨단기술의 경연장이었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처음으로 흑백 TV 중계가 이뤄졌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유튜브 생중계로 최신 기술 트렌드를 반영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해 참가하는 양방향 올림픽을 지향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ICT 기술을 접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중계방송의 관점을 바꾸는 새로운 화면이 제공된다. 봅슬레이의 경우 이전 경기 화면은 스타트 라인과 결승점 중심이었다. 이따금 카메라가 설치된 커브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에서는 봅슬레이에 카메라를 달아 마치 직접 타고 있는 것 같은 영상을 볼 수 있다. 봅슬레이 같은 고속 주행 경기를 1인칭 시점으로 관람하도록 하는 것이 싱크 뷰(Sync view) 서비스다. 이렇게 카메라 영상을 고화질 무선으로 보내는 기술이 이번에 처음 도입된다.
눈 위의 마라톤으로 불리는 크로스컨트리 스키에도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다. 크로스컨트리는 스키를 신고 15㎞에서 최장 50㎞ 장거리 레이스를 펼치기 때문에 중계에 어려움이 많다. 이번 평창에서는 크로스컨트리 선수들의 조끼에 위성 추적 장치(GPS)를 부착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경기를 보는 시청자들은 코스 곳곳을 통과하는 선수들 위치를 직접 확인할 수 있고, 보고 싶은 선수의 경기 장면을 찾아볼 수도 있다. 대회 기간 배포될 크로스컨트리 전용 앱을 이용하면, 3D 그래픽 경기장 화면이 맨 처음 나타나고 선수들 위치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특정 선수를 터치하면 코스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가 선수를 찾아내 경기 모습을 보여준다. 화면에는 GPS가 파악한 선수의 현재 속도와 랭킹, 이름·나이·소속 국가까지 표시된다.
피겨스케이팅은 타임 슬라이스(Time slice) 서비스로 경기 장면을 멈추고 360도 어느 각도에서도 감상이 가능하다. 소치올림픽의 경우 김연아 선수의 장면을 잡는 카메라는 두 대가 전부였다. 하지만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100대의 카메라가 설치된다. 영상을 모든 각도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영상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슈퍼컴퓨터가 필요하다. 빅데이터가 한꺼번에 처리하는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술로 영상을 편집해 전 세계로 UHD 영상을 제공하는데, 가정에서 보는 HD 영상보다 4배나 더 선명한 화질이다. 이 역시 세계 최초로 하는 실험이다.
평창 ICT 체험관은 올림픽 개·폐막식 옆에 위치해 세계 최고의 기술로 올림픽을 즐길 수 있게 돕는다. 올림픽 티켓을 구하지 못했다면 ICT 체험관으로 달려가 보자. 180도로 펼쳐지는 파노라마 영상이 현장에 있는 생생함까지 그대로 전해줄 것이다. 올림픽 개최 전에는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사전예약 전화번호 1670-6123
강보라│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