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발병 가능성을 추정할 수 있는 모델이 개발됐다. 경도인지장애 환자에 대한 신경심리검사 결과만으로 개인별 치매 발병위험지수를 산출해 3년 이내 치매 진행 여부를 예측한다.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이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치매 발병을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했다고 지난해 12월 20일 밝혔다. 경도인지장애는 인지 기능의 저하가 관찰되지만 일상생활 능력 저하는 동반되지 않는 상태이자 정상에서 치매로 이행되는 중간 단계다. 해마다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10~15%는 치매로 진행된다.
학술 연구용역을 맡은 삼성서울병원 연구진은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신경심리검사 결과를 근거로 3년 이내 치매 전환 확률을 예측하는 방법을 내놓았다. 신경심리검사는 치매 원인질환의 감별 진단 또는 환자의 질병 경과를 파악하는 방법이다. 연구진은 국내 31개 병원의 경도인지장애 환자 가운데 신경심리검사 이후 3년 이상 추적 관찰을 받은 338명의 데이터를 기초로 개인별 치매 발병위험지수를 산출했다. 나이, 기억장애의 양상(시각기억·언어기억), 기억장애의 정도(초기·후기), 인지장애의 영역(단일영역·다중영역) 등 네 가지 영역에서 각각 위험도를 구하고 이를 더하는 방식이다.
일례로 70세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언어와 시각 기억장애의 정도가 후기 단계이고 다발성 인지장애를 가지고 있다면 ‘55(나이 70세)+37(치매 양상)+15(기억장애의 정도)+33(인지장애 영역의 다중도)’으로 계산돼 전체 점수는 140점이다(오른쪽 페이지 예측모델 참조). 이 환자의 경우 3년 이내 치매 진행 확률은 80%가 된다. 치매 진행 확률은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3년 안에 실제 치매로 이어질 가능성을 뜻한다. 언어기억력 또는 언어기억력과 시각기억력이 함께 저하되거나 기억장애의 정도가 심한 경우, 다발성 인지장애가 있는 경우 치매 전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 예측으로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 기대
연구진에 따르면 실제 치매 전환 확률과 예측모델에 의한 치매 전환 확률은 75% 이상의 일치도를 보인다. 현재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치매 발병 조기 진단법으로 활용되는 ‘아밀로이드 PET 영상 기법’의 일치도(91%·2년 후 치매 전환 예측)와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그러나 아밀로이드 PET 영상 기법은 일부 대학병원에서만 측정할 수 있고 높은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치매가 발병되지 않은 환자에게 권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문에 이번 예측 모델은 의사와 환자의 면담 과정 중 적합한 예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연구진은 예측모델을 노모그램(변수 관계를 그림으로 표시한 수치를 읽기 편리하도록 만든 도표 또는 계산표)으로 만들어 진료실에서 쉽고 간단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진은 “환자 개개인에게 적용할 수 있는 치매 발병 예측모델을 만들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치매 위험이 높은 사람들을 선별하고 운동요법 및 인지 증진 프로그램 등 예방적 개입을 도입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향후 임상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대상자를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새 예측모델이 치매환자 증가에 따른 사회적 손실을 축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중앙치매센터가 제공한 치매 유병 현황 자료를 보면 2016년 말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68만 5739명으로 2020년에는 84만 명, 2050년에는 271만 명으로 추산되는 등 증가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기준 11조 7000억 원이었던 치매 사회적 비용은 2050년 43조 20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치매 조기 검진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이유다. 실제로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뉴롤로지(Journal of Neurology)>에 따르면 치매 초기 단계부터 약물치료가 이뤄졌을 경우 5년 후 요양시설 입소율이 55% 감소한다. 또 2014년 ‘국회예산정책처의 치매관리사업의 현황과 개선 과제’ 보고서에는 치매 조기검진과 약물치료를 시행할 경우 연간 1조 3000억~2조 8000억 원의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치매를 조기 진단함으로써 적극적인 예방관리 및 조기치료를 통해 질병 악화를 지연해 유병률 감소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지속적인 치매 임상연구 인프라 구축 사업을 통해 치매 진단의 정확성을 개선하고 치매 조기진단 기술의 임상 적용 및 실용화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8월 ‘신경심리검사를 이용한 치매 발병 예측 방법 및 예측 시스템’의 국내 특허 출원을 완료했으며 이 내용은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병 저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이근하│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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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