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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미세먼지 앱부터 뒤적였다. 오늘도 공기질이 나쁜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었다. 희뿌연 하늘 아래 차량들은 안개등을 켠 채로 달리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사람들은 숨을 몰아쉬며 빌딩 숲 사이를 오갔다. 마치 영화 속 유령의 회색 도시를 연상케 했다.
요즘 공기질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삼한사미’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탓이다. 미세먼지는 눈병을 유발하고 알레르기성 비염, 피부질환뿐 아니라 뇌질환과 기관지염, 폐렴 등 건강에 치명적인 해를 끼친다 하여 사람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미세먼지는 중국의 영향도 크다지만 국내 자동차 매연, 공장이나 석탄가스 등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것이 상당히 많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미세먼지를 줄일 좋은 대책은 무엇일까? 단순히 공기청정기를 틀어놓거나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일시적인 방법일 뿐, 관점을 바꿔 다른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 예를 들어 도심 녹색 둘레길 만들기, 자전거를 안전하고 자유롭게 탈 수 있는 환경 만들기, 카풀을 통해 차 안 가지고 다니기, 친환경 자동차를 이용해 매연 줄이기, 화석연료 대신 저탄소 에너지 사용 등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나는 산행을 자주 한다. 산속에 들어가면 맑은 공기를 맘껏 마실 수 있어 기분이 저절로 좋아진다. 이런 산들이 도심 속 가까이에 많다면 얼마나 좋을까?
도심 곳곳에 나무 공원과 천변 양옆으로 나무 그늘이 많다면 사계절 내내 시원하게 보낼 수 있다. 쉼터 역할을 할 수 있는 이곳에서 사람들이 삼삼오오 나와 이야기하다 보면 하루의 스트레스도 해소될 것이다. 또한 도시열섬현상도 줄어들고, 눈에 보이진 않지만 더 많은 가치가 창출될 것이다. 나무는 단시간에 크는 것이 아니기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지금이 가장 빠르다’는 말도 있듯, 정부가 앞장서 나무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캠페인을 벌여 시민들이 적극 참여한다면 분명 미세먼지에서 해방되고 한결 공기가 좋아질 것이다.
옛날에 물을 사 먹는 시대가 오리라는 상상을 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돈을 내고 생수를 사 먹는 일이 일반화되었고, 이상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이런 추세라면 미래엔 정말 맑은 공기를 사 마시는, 이를테면 휴대용 산소통을 판매하는 때가 오지 않을까 싶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땅, 공기, 햇빛은 나 혼자만 쓰고 버리는 일회용이 아니다. 다음 세대를 위해 물려줄 아름다운 유산이다. 당연히 잘 가꾸고 아껴야 할 이유가 있다. 생각을 전환하고 습관을 바꾸면, 봄 햇살 담뿍 받은 나무들이 도시를 에워싼 사이로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나동훈 전북 전주시 덕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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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