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꽃의 계절이다. 호사가들은 봄이 되니 꽃이 핀다고, 꽃이 피니 봄이라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그것은 모두 봄을 기다리고 꽃이 좋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저만치 가던 겨울이 가끔 눈을 흘길 때면 어깨가 움츠러들긴 하지만 그 시샘도 오는 봄을 막지는 못한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집 둘레의 가로수 길, 수목원, 공원, 조금만 더 멀리 걸으면 만날 수 있는 산에서 희고, 붉고, 노란 꽃들이 겨우내 칙칙했던 무채색을 걷어내고 한바탕 색의 향연을 준비하고 있다.
그 꽃길을 타고 글쓰기 수업을 하러 갔다. 막 청춘에 진입한 고등학교 1학년인, 작가가 꿈이라는 소녀다. 청년들이 꿈이 없는 시대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첫 만남에서 당돌하게 꿈을 말하는 모습에 마음이 흐뭇해졌다. 목표가 뚜렷하고, 열정이 넘치고, 품고 있는 에너지가 만만찮아서 꿈을 이루겠지만 작가가 되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배움의 시기에 글쓰기를 잘 다져놓으면 평생 유용한 재산이 된다.
글쓰기는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고, 내가 누구인지를 말할 수 있는 데서 인격이 출발한다고 나는 믿는다. 글쓰기는 그래서 중요하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여기부터다. 수업을 하다가 “선생님, 오늘 아침에 찍은 사진 보여드릴게요” 하며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아침에 집을 나서서 벚꽃 만개한 가로수 길을 바라보며 탄성을 질렀는데 바로 스쿨버스가 도착했단다. 얼른 떨어진 꽃잎 하나를 주워 들고 버스를 탔다. 아쉬운 마음에 손바닥에 놓고 사진 한 장 찍었다고 했다. 0교시 수업에 닿으려면 아침 일찍 집을 나서야 하고, 수업을 마치고 야간 자습 후 학원에 갔다가 집에 오는 시간은 밤 12시가 다 되어서다. 간식을 먹고 잠자리에 들면 새벽 1시. 우리나라 청춘들의 하루 일과다.
가장 섬세하고 흡인력 있는 감수성으로 세상을 익혀야 할 시기에 우리 아이들이 통과하고 있는 풍경이다. 내민 사진을 보는 순간 마음이 짠했다.
교육은 학생들의 교과 수업뿐만 아니라 인격 함양과 특성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용해야 하지만 우리는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교실 안에서 주입식 교육으로 일관한다. 실제로 사회생활에서는 교과서적인 앎이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 한 반에 한두 명의 공부 선수를 키워내고 나머지 아이들은 들러리를 서는 교육이 아니라, 여러 방면의 다양한 선수들을 발굴하는 것이 바람직한 교육이 아닐까.
세상이 어지럽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들을 보고 듣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고민이 깊어진다. 나의 소박한 바람이 있다면 젊은이들이 자연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채널 하나쯤은 열려 있는 사회이면 좋겠다. 무한 경쟁에 내몰려 바로 눈앞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가끔은 머리 위 하늘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고 그 속에서 공동체의 삶을 조화롭게 체득할 수 있으면 좋겠다.
꿈이 없는 세대에 기특하게 꿈을 꾸고 있는 이 아름다운 청춘에게 꽃을 즐길 시간을, 교과서 외에 다양한 책을 읽을 시간을… 허하라!
김제숙 포항시 남구 연일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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