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과 2018년 한국인의 여행 트렌드는 어떤 모습일까. 한국관광공사가 올 한 해와 다가올 2018년 우리 국민들의 여행 트렌드를 S.T.A.R.T로 정의해 발표했다. S.T.A.R.T는 S(Staycation), T(Travelgram), A(Alone), R(Regeneration), T(Tourist sites in TV programs)를 말한다. 한국관광공사는 두 가지 방법을 통해 S.T.A.R.T를 정의했다. 하나는 2015년 10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최근 2년 동안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와 블로그, 포럼, 뉴스미디어 같은 포털미디어 속 국내 여행 버즈 총 131만 5597건의 데이터를 취합해 분석한 것이다. 여기에 2017년과 2018년 주목해야 할 콘텐츠와 트렌드, 관광산업에 미치는 환경 변화 등에 대해 기자, 교수, 블로거, 벤처기업, 여행사, 여행 작가 등 총 13명의 자문위원들을 대상으로 받은 의견을 종합했다. 한국인의 여행 트렌드 S.T.A.R.T를 살펴보자.
S Staycation
#여행의 일상화 #근거리 여행
먼저 S다. S는 Staycation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여행의 일상화와 근거리 여행이 반영됐다. 여행은 더 이상 특별한 날에 떠나는 것이 아닌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짬을 내 짧은 시간으로도 즐길 수 있는 것이 됐다. ‘당일치기’ 또는 ‘1박 2일’ 같은 짧은 시간으로도 즐길 수 있는 여행지로는 부산과 제주, 서울이 언급됐다. 이것은 저비용항공 시장의 확대로 KTX보다 저렴한 항공권이 등장했 서울-양양 고속도로의 개통, 평창동계올림픽에 맞춰 개통된 서울-강릉 KTX 등으로 올해는 물론 2018년에도 여행의 일상화 트렌드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국관광공사는 또 관광업계가 주목해야 할 것으로 다이빙과 서핑, 패러글라이딩 같은 레저 활동에 대한 높아진 관심과 동계올림픽 시설을 활용한 동계스포츠 체험상품 개발, 평창-강릉-정선을 잇는 ‘올림픽 아리바우길’ 홍보 등을 언급했다.
T Travelgram
#여행스타그램 #여행주간
▶ 한복을 입고 경복궁을 찾은 여행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두 번째 여행 트렌드는 T다. T는 Travelgram의 앞 글자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은 한국에서 월간 실 사용자가 1000만 명에 달한다. 월간 1000만 명에 달하는 사용자들 때문에 인스타그램은 소위 말하는 대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급부상했다. 인스타그램이 대세 SNS가 되며 여행 중 찍은 사진들이 바로 이미지로 편집·기록되었다. 이렇게 되면서 여행자들은 자신만의 스토리를 갖게 됐다. 또 잘 나온 사진을 의미하는 ‘인생 샷’을 찍기에 적합한 장소들이 밀집해 있는 제주와 부산, 서울 일대가 핫 플레이스로 가장 많이 언급됐다.
특히 제주도의 우도와 부산 해운대 같은 전통적인 관광 명소와 또 서울 강남처럼 볼거리와 먹거리 유행을 주도하는 지역이 여행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A Alone
#혼행 #휘게 라이프
▶ 강원 태백시 태백산을 홀로 찾은 여행객이 눈꽃 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세 번째 트렌드는 A다. A는 Alone의 앞 글자다. 1인 가구 500만 시대다. 혼자 먹는 밥인 ‘혼밥’과 혼자 먹는 술인 ‘혼술’에 이어 혼자 하는 여행을 말하는 ‘혼행’도 등장했다. 이렇게 혼자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의 트렌드가 여행으로 확장됐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소비하는 태도를 뜻하는 ‘욜로(YOLO)’에 이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편안하고 따뜻한 상태의 삶이란 의미를 담은 ‘휘게(Hygge) 라이프’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인식이 확산되면서 아름다운 풍경 감상과 맛집 탐방, 레포츠 활동 등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제주도가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로부터 많이 언급되고 있다.
R Regeneration
#도시재생 #원도심 여행
▶ 벽화마을로 유명한 경남 통영시 중앙동 동피랑 마을의 벽화 ⓒ뉴시스
네 번째 트렌드는 R이다. R은 Regeneration의 앞 글자다. 이미 많이 알려져 유명한 여행지가 아니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다니는 거리와 골목, 시장처럼 구도심의 문화·예술·역사가 적절히 배합된 지역밀착형 도시재생지역을 찾는 여행이다. 지역밀착형 도시재생 모델인 부산의 감천 문화마을, 경상남도 통영의 동피랑 마을이 많이 언급돼왔다. 이들 지역 외에도 경주의 황리단길과 전주 객리단길, 서울 익선동 지역이 언급되는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 도시재생 지역을 찾는 여행 트렌드가 나타나며 전통시장들도 낡은 이미지에서 벗어나 푸드 트럭과 핸드메이드 마켓, 문화공연 같은 즐길 거리와 먹거리를 결합해 여행객들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다. 부산 부평깡통시장과 공주 산성시장 등 지역 야(夜)시장의 성공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이 트렌드는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T Tourist sites in TV programs
#여행 예능 #드라마 촬영지
▶ TV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의 촬영지였던 제주시 애월의 새별오름 억새길을 찾은 여행객들 ⓒ뉴시스
▶ 대관령 옛길을 내려오면 산을 따라 흘러내리는 물길을 만난다. 미디어에 소개된 뒤 부쩍 여행객이 많아졌다. ⓒ뉴시스
마지막 다섯 번째 트렌드는 T다. T는 Tourist sites in TV programs의 가장 앞 글자다. TV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지역이나 촬영 장소가 여행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케이블 채널 tvN에서 방송됐던 인기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인 강원도 강릉의 주문진, 또 예능과 여행을 결합한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을 촬영하는 제주도 애월 등의 지역이 여행지로 인기를 얻었다. 이외에 대학교수, 맛 칼럼니스트, 작가 같은 전문가가 인솔하는 전문테마여행 상품이 소비자 맞춤형 상품으로 인기를 끌 것으로도 예상됐다. 먹방과 역사, 교양 등 다양한 주제로 방송된 ‘알쓸신잡’이 인기를 얻으며 이 같은 여행 상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박정하 한국관광공사 마케팅지원실장은 “여행에 대한 기존 틀을 깨고 창의적인 여행을 즐기려는 밀레니엄 세대(1980~2000년 출생)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며 “증가하고 있는 나 홀로 여행자들의 주요 숙박 형태인 게스트하우스가 최근에는 요가 강습이나 서핑 강습, 야간 클럽 파티 같은 숙박 그 이상의 체험을 경험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도시재생 지역 역시 볼거리 위주의 단순 방문지가 아니라, 한복과 교복 등 특색 있는 테마 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는 10대와 20대 젊은 층의 필수 여행 코스로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아 창의적인 여행을 하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다.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여행 정보를 공유한다. 창의적 여행 욕구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되고 있는 여행 정보가 향후 국내 관광 콘텐츠를 더욱 풍성하고 다양하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동진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