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와 시민들의 소통을 연계하는 아트 커뮤니티가 세계적인 핫 트렌드로 부상했다. 런던의 메이커버시티(Makerversity), 샌프란시스코의 아트 익스플로션(Art Explosion) 등에 이어 서울에도 첫 공간 ‘아트업서울 성동’이 오픈했다.
▶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된 갤러리 ⓒC영상미디어
아트업서울은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위누(weenu)가 서울시 청년혁신프로젝트의 투자를 받아 진행하는 아트 커뮤니티로 ‘아트업서울 성동’은 지난해 12월 28일 개관했다.
서울 성동구 무학로에 위치한 ‘아트업서울 성동’을 찾았을 때, 20여 명의 아티스트들이 주한영국문화원과 위누가 공동으로 주최한 ‘액티브 시티즌 아트 2차 워크숍’을 진행 중이었다. 영국문화원의 액티브 퍼실리테이터이자 영국 체인지콜렉티브 예술감독인 댄 보이든(Dan Boyden)의 지도로 ‘조직 내 직위의 문제’라는 역할극을 통해 작가들의 정체성을 찾고, 사회참여 예술가로서 활동 방법을 찾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 (왼쪽부터)2 4.9m2 규모의 오픈형 개인 작업공간 스튜디오B
3 9.9m2 규모의 오픈형 개인 작업공간 스튜디오A
4 14개의 비지정 좌석으로 이뤄진 데스크 ⓒC영상미디어
아티스트들을 묶어주는 중심 공간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위누는 대중이 미처 접하지 못한 99%의 예술과 99%의 대중이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지금까지 예술가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을 만들어왔으며 2007년부터 서울시립미술관을 비롯한 기관에서 예술가가 참여하는 예술 교육, 2012년부터 100인의 젊은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환경예술 페스티벌인 ‘아트업 페스티벌’을 진행했다.
▶ 허미호 위누 대표 ⓒC영상미디어
2007년 위누를 창업한 허미호(38) 대표는 “유형적 작품만이 문화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판단으로 ‘아트업서울 성동’과 같은 공간에 모여 아티스트들이 커뮤니케이션을 하도록 장을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예술작가들의 작품과 콘셉트, 교육프로그램을 필요한 문화 소비자들에게 연결하기 위해 네이버나 현대차그룹과 같은 클라이언트들과 기업 간 거래(B2B, Business to Business)를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위누의 예술프로그램을 통해 1000여 명의 신진 아티스트와 150만여 명의 대중이 만나 예술의 즐거움을 공유했다. 그 과정에서 예술가들은 일거리를 갖고 대중의 응원을 받으며 지속적으로 창작을 해갈 기회를 얻었다.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김선관 구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UX 디자이너도 위누에 참여하고 있다.
허 대표는 “아트업 페스티벌은 매년 100명의 아티스트들이 광화문광장이나 호수공원 등에 모여 1박 2일간 20여 톤의 재료로 협업을 통해 작품을 만들던 행사였다”며 “아트업 페스티벌을 여섯 차례나 진행하면서 행사가 단발성으로 그치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고, 아티스트들을 묶어줄 중심 공간의 필요성을 자연스레 품게 됐다”고 했다.
아트업서울은 수익 활동을 하며 예술문화 프로젝트를 지속해나가는 아티스트를 지칭하는 아트 프레너(ART-PRENEUR)에게 도움을 주며 시민들과 다양한 교류 및 협업 기회를 제공한다. 멤버십 기반으로 입주기업들이 필요한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공간과 도구를 제공한다는 런던의 메이커버시티(Makerversity)의 개념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글로벌 아트 커뮤니티를 표방한 아트업서울 성동은 서울시와 영국문화원이 지원하고 사회적기업 위누가 운영하고 있다. 오픈형 개인 작업공간과 워크숍룸, 작은 전시장까지 갖췄다. 아트업서울의 멤버가 되면 창작, 전시, 수익, 홍보 등 예술 관련 다양한 활동과 작업공간, 전시 참여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특히 첫 번째 공간은 접근성이 좋은 왕십리역에서 1분 거리에 423㎡(128평) 규모로 오픈했고, 두 번째 공간은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내 ‘아트업서울 서울혁신파크’라는 이름으로 오는 3월 330㎡(100평) 규모로 만날 수 있다.
“해외 네트워크로 지평 넓혀줄 것 기대”
아트업서울 성동의 16㎡(5평) 남짓한 전시공간에서는 ‘I was plastic’이란 저스트 프로젝트팀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아트업서울은 9.9㎡(3평)의 개인 작업 공간을 사용하는 스튜디오A, 4.9㎡(1.5평)의 개인 작업 공간을 사용하는 스튜디오B, 비지정형 데스크를 사용하는 데스크 중 가입비에 따라 이용할 수 있다. 아트업서울 성동의 기본 혜택은 아트업서울의 정기적인 전시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아트업서울 워크숍과 행사 프로그램에 무료 또는 할인을 받아 참여할 수 있다.
서비스 이용 계약을 맺은 예술가들은 전시와 교육공간, 라운지, 키친 등의 공용공간을 이용할 수 있고, 여타 아트업서울의 공용공간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아트 커뮤니티 아트업서울 성동 오픈을 기념해 1월 2일~23일 내 3개월 등록 시 아트업서울 성동 공간을 1개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멤버십 등록 ‘얼리버드’ 이벤트를 진행한다. 멤버십 가입은 누리집에서 신청서를 제출하면 입주 협의를 거쳐 등록 가능하다.
위누 안채윤 프로젝트 매니저는 “아트업서울은 아티스트의 창작활동, 전시활동, 수익활동, 홍보활동을 총체적으로 지원한다”며 “최초 가입비(월 가입비 1개월 분)에 매월 27만 원을 지불하면 3D프린터 등의 장비와 공용편의시설, 그리고 보안까지 완벽하다”고 전했다.
▶ 시각차단 콘텐츠를 개발하는 류세라 작가 ⓒC영상미디어
공연예술기획자인 류세라(36) 작가는 갤러리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 아티스트다. 늘 혼자 작업하다 보니 작업공간은 물론 전시 기획부터 홍보, 작품 판매, 법률 상담까지 각종 어려움을 겪는 것이 사실이다.
류 작가처럼 대형 갤러리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창작해서 수익까지 내는 젊은 아티스트들이 늘고 있다. 류 작가는 시각 차단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그는 “눈을 가린 채 공간에 입장해 끈으로 연결된 퍼포먼스를 통해 자아를 발견하고 사회문제의 본질을 깨닫게 하자는 취지”라며 “인간의 욕구 가운데 자아실현의 욕구를 ‘관계의 필잇(peel it, feel it, fill it)’을 통해 기업과 소비자 간의 거래로 풀어내려 한다”고 했다. 그는 “사회적기업 리누가 아티스트와 기획자의 중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더 나아가 리누가 해외 네트워크로 지평을 넓혀줄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사진과 설치예술 작가로 활동하는 원 모 씨는 “정치적 현안과 지역 내 사회문제를 예술가로서 어떻게 협동해서 시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낼지 고민 중”이라며 “오늘 워크숍과 예술가들 간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아트업서울 성동의 활동에 대해 관심이 있어 참여했고 입주를 고려하고 있다”며 “용산 미군기지 이전 문제와 관련해 용산지역이 생태평화공원으로 정착하는데 예술가로서 역할을 찾고 있다”고 했다.
위누의 아트업서울 프로젝트는 서울시의 청년사회혁신프로젝트(Remake City, Seoul) 투자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청년사회혁신프로젝트는 시민 생활과 밀접한 사회문제와 공공문제 해결을 위한 청년 주도 혁신형 프로젝트 발굴부터 투자, 육성, 지원까지 하는 사업이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임팩트 투자기업 크레비스파트너스가 주관하고 있다.
▶ 영국문화원의 예술감독 댄 보이든의 지도로 ‘액티브 시티즌 아트 워크숍’에 참석한 아티스트들이 역할극을 수행하고 있다. ⓒC영상미디어
시민들의 관심 이끌기 위한 열기 후끈
아트업서울 성동은 공간 사용을 넘어 다른 작가들과의 협업 프로젝트와 교육프로그램 기획 등을 통해 작가들과 수익을 공유하고, 해외 아티스트들과 교류의 장도 제공한다. 한 발 더 나아가 독립작가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전시 홍보와 마케팅, 법률 서비스 등도 순차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허미호 위누 대표는 “비즈니스 분야에서는 위워크(We Work)나 스페이시즈 같은 코워킹(Co-Working) 스페이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돼 젊은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자리 잡았다”면서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독립작가를 위한 공유 오피스, 더 나아가 법률과 회계 서비스 등까지 제공하는 아트 커뮤니티가 절실하다”며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개인 기업가가 많아진 것처럼 최근에는 작가들도 독립적으로 창작부터 수익까지 내는 구조로 가고 있다”면서 “아트업서울은 창작 활동으로 수익 모델을 만들어내는 아트프레너를 위한 지원 서비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오동룡│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