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6차 핵실험 도발 이후 우리 정부가 외교 역량을 총결집해 대응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9월 4일 미국·일본·독일·러시아 정상과 통화한 데 이어 11일 프랑스·호주 정상과 전화 외교를 이어갔다. 이날 문 대통령은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핵실험 직후 북한에 대한 규탄성명을 발표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소집을 공동으로 요구한 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정책과 입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같은 날 문 대통령은 호주 맬컴 턴불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이 절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실제적인 대응 조치를 취해나갈 것을 전했다. 또 양국이 이룩한 확고한 공조 체제를 바탕으로 동아시아의 안정과 번영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함께 노력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턴불 총리는 공감을 표하며 앞으로도 안보리 결의와 완전한 이행 등 대북 압박 조치를 강화해나가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도 만나 의견을 교환했다. 9월 11일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 하루 전날이었다. 문 대통령은 북한 핵실험 등 엄중한 외교·안보 상황에서 유엔 총회를 통해 한반도 문제와 글로벌 현안 해결 등의 조언을 구했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재직 경험이 국익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9월 12일 문 대통령은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와 만나 한독 관계 발전, 사회개혁, 역사를 올바르게 직시하고 기억하는 노력의 중요성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유엔 안보리는 대북제재 결의안 2375호를 9월 11일(현지 시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후 9일 만이다. 이번 결의는 대북 정유제품 공급량의 상한선을 연간 200만 배럴(2017년 10~12월 50만 배럴)로 정하고 대북 원유 공급량을 현 수준으로 동결하는 한편, 콘덴세이트와 액화천연가스 공급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가 포함됐다.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9월 11일(현지 시간) 북한으로의 유류 공급을 30%가량 차단하고 북한산 섬유제품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연합
핵실험 후 9일 만에 속전속결 채택
이번 결의에 따라 북한으로 공급되는 정유제품의 약 55%가 삭감돼 대북 유류 공급량의 약 30%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섬유 수출 금지, 해외 노동자에 대한 신규 노동허가 발급 금지 등을 통해 북한의 외화 수입원을 차단하는 데 집중했다. 이 외에도 석탄, 섬유, 해산물 등의 밀수를 막기 위한 공해상 북한 선박과의 선박 간 이전 금지 조치가 도입됐고, 공공 인프라 사업 등을 제외한 북한과의 합작 사업이 전면 금지됐다. 북한의 주요 당·정 기관 3개와 개인 1명도 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됐다.
정부는 유엔 결의를 높게 평가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9월 12일 브리핑을 통해 “(결의안 2375호는) 북한 핵실험에 대해 이전 결의안 2371호보다 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국제사회의 공감과 전폭적 지지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국제평화에 대한 북한의 무모한 도전은 국제사회의 더 강력한 제재를 초래할 뿐이라는 사실을 북한 스스로 자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철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같은 날 “신규 안보리 결의는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 지 불과 9일 만에 매우 신속하게 만장일치로 채택됐다”며 “국제사회의 단호하고 단합된 북핵 불용의 의지, 북한 핵 문제 해결의 시급성에 대한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북한이 국제사회의 준엄한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하루속히 완전한 핵 폐기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요구했다. 상황을 올바른 방향으로 되돌릴 수 있는 선택권이 북한에 있다는 것도 강조했다.
이 차장은 일각에서 나오는 전술핵 재배치 논의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변함이 없다는 것. 아울러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 검토한 바조차 없음을 강조했다. 그 이유로 1991년 전술핵을 철수하며 유지해왔던 ‘한반도 비핵화’의 기본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북한의 핵 폐기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 명분이 약해지는 점을 들었다. 또 남북한이 핵무장을 할 경우 동북아에 핵무장이 확산되는 이른바 ‘핵 도미노’ 현상을 경계했다.
타우러스 첫 실사격 훈련 성공적 완수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 2375호 채택 하루 만에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통일부는 9월 13일 안보리 결의를 규탄하고 추가 도발을 시사하는 북한의 외무성 보도에 대해 “지금까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대한 북한 당국의 반응 중에서 가장 낮은 형식”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국제사회의 준엄한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가 제시하는 비핵화와 평화의 길로 조속히 나오길 기대한다”고 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했다. 9월 12일 공군은 장거리공대지미사일 ‘타우러스’ 첫 실사격 훈련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서해 상공으로 출격한 F-15K에서 발사된 타우러스는 자체 항법 선회 비행을 통해 약 400km를 날아가 목표 지점인 직도사격장에 설치된 표적을 정밀타격했다. 공군은 “직도사격장의 표적을 정확히 명중해 적 도발에 대한 강력한 대응 능력과 적의 핵심 시설, 전략적 목표에 대한 원거리 정밀타격 능력을 대내외에 과시했다”고 평가했다. 최대 사거리가 500km에 달하는 타우러스는 북한의 도발 징후가 포착되면 적 방공망 영역을 벗어난 후방 지역에서 주요 전략 목표를 정밀타격할 수 있다. 아군 항공기와 조종사의 생존성을 높일 수 있는 우리 군의 전략무기다.
특히 스텔스 기술이 적용돼 북한 레이다망에 탐지되지 않고, 군용 GPS가 장착돼 전파 교란 상황에서도 목표물을 반경 3m 이내로 정확히 타격할 수 있다. 최대 속도가 시속 1163km로, 서울 인근에서 발사하면 15분 안에 북한 전역의 주요 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 또 적의 미사일을 실시간으로 탐지하는 공격형 방위 시스템, 킬체인의 핵심 전략이기도 하다. 북한의 견고한 지하 벙커 8m까지 관통해 파괴할 수 있는 가공할 위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지하로 관통해 들어가면서 탄두가 폭발해야 할 지점을 자동 계산하는 공간감지 센서가 장착돼 지하 목표물을 무력화할 수 있는 우리 군의 주요 자산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제72차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9월 18~22일 미국 뉴욕을 방문,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주요 참가국 정상과 회담을 갖는다.
남관표 국가안보실 제2차장은 9월 14일 “1991년 유엔 가입 이후 우리나라 대통령이 취임 첫해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문 대통령의 뉴욕 순방 일정을 소개했다.
문재인 대통령, 제64주년 해양경찰의 날 기념식 참석
“무능과 무책임 버리고 국민의 명령 준수할 것”
문재인 대통령은 9월 13일 ‘제64주년 해양경찰의 날’을 맞아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를 찾았다. 문 대통령은 먼저 이청호 경사 흉상 앞에 헌화한 후 묵념하며 우리 바다를 지키다 순직한 고 오진석 경감, 박경조 경위, 이청호 경사 등 해양경찰관들의 명복을 빌었다.
문 대통령은 기념식에서 국민의 명령 두 가지를 강조했다. “조직의 명운을 걸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과 “더 이상 무능과 무책임 때문에 바다에서 눈물 흘리는 국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는 세월호 유가족이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3년 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조직 해체를 경험한 해경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기념식을 마칠 무렵 ‘1002함정’은 해상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5명을 끝까지 구조하겠다는 뜻을 담아 다섯 차례 기적을 울렸다.
선수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