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한 기쁨이 채 가시지도 않은 지난 1월 2일. 서울 홍대 거리에는 젊음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대한민국에서 평균연령이 가장 낮은 거리답게 홍대에서 만난 국민들은 대다수가 10대나 20대 초반의 앳된 얼굴이었다. 영하 5도를 밑도는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개성 있는 옷차림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1020세대는 정부에 어떤 바람이 있을지 들어봤다.
“누구나 공정하게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길”
저는 원래 정치나 국정에 크게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지난 정부의 잘못이 드러나고,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는 과정을 보며 정치에 관심을 좀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요즘도 포털사이트에 뜨는 메인 기사를 보는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요. 뉴스를 보면 아직도 부정부패가 만연한 공공기관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문재인 대통령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한 말을 기억해요.
나라다운 나라는 국민이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나라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몇몇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이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 청탁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제 주변에도 취업이 안 돼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채용비리 소식이 들릴 때마다 열심히 취업 준비를 하는 사람들은 바보가 되는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하더라고요. 그런 나라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국민은 없을 거예요.
국민 모두가 기회를 공정하게 갖는 나라가 되려면 먼저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의 채용 방법부터 달라져야 할 것 같아요.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모든 절차를 공개해 공정한 방법으로 채용이 이뤄지고 있는지 구직자 스스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요?
이필한(20)
“지방에도 대중예술을 배울 수 있는 학교가 많이 생겼으면”
중학생 때부터 모델이 꿈이라 모델과가 있는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했어요. 제 주변만 봐도 모델이나 연기자, 가수와 같은 연예인이 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요즘은 대중예술인을 꿈꾸는 친구들을 위해 연기, 노래, 춤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학교가 생기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교에는 꿈을 이루기 위해 혼자 서울에 와서 생활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꿈을 좇아 멀리까지 진학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지방에도 대중예술을 배울 수 있는 학교가 생긴다면 그 친구들이 가족과 떨어져서 사는 일은 없을 거예요. 연예인을 지망하는 친구들이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국에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김선민(19)
“위안부 문제에 잘 대응하고 있는 것 같아 만족”
문재인정부가 지난 정부 때보다 국민의 의견을 존중해준다는 느낌이 들어요. 올해부터 시행되는 최저임금 인상도 국민의 뜻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시행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중 가장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외교 문제예요. 특히 위안부 문제를 잘 대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위안부 문제는 그 당시 피해를 입었던 할머니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지난 정부에서는 할머니들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서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던 것 같아요. 잘못한 사람이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은 유치원생도 아는 상식인데 일본은 왜 그런 상식을 지키지 않는지 이해가 안 돼요. 일본이 자신들의 잘못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충분히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야 피해자들도, 국민들도 일본의 사과를 진심으로 받아들일 거예요. 정부가 이번에는 잘 대처해서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줬으면 좋겠어요.
권연진·이하영(19)
“사교육 완전히 없애는 것보다 다른 방법 찾았으면”
오는 3월이면 중학교에 입학하는 예비중학생이에요. 얼마 전 텔레비전을 보다가 사교육을 없애야 교육이 바로 선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저도 초등학교 때는 학원을 안 다니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사교육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돼요. 학교에서 수업을 하면 선생님이 “학원에서 배웠지?”라며 잘 가르쳐주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있어요.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제대로 배울 수 없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학원이나 과외 도움이 없으면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 없는데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죠? 과도한 사교육비가 문제라는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곳을 없애는 것은 잘못된 방법인 것 같아요. 사교육을 완전히 없애지 말고 교육비를 줄이거나 하는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좋겠어요.
신민정(14)
“대학입시, 수시전형에만 치우치지 않게 해주세요”
작년에 수능을 본 수험생이에요. 입시를 치르면서 느낀 점은 수시전형 비중이 너무 커서인지 정시에서 신입생을 뽑는 인원이 너무 적다는 거예요.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이 꼭 수시전형으로 대학을 가야 한다고 하셔서 부담감이 컸어요.
수능 성적을 100% 활용해 대학을 갈 수 있는 기회도 많았으면 좋겠어요. 수능시험도 대학을 갈 수 있는 기회로 써야 하는데 형식적인 시험으로 바뀌는 것 같아서 아쉬워요.
저희 반에 수시전형에 떨어져서 정시전형을 준비했던 친구들이 있어요. 그 친구들은 정시전형에서 대학을 갈 수 있는 확률이 적다는 것을 아니까 애초에 포기하고 재수학원을 알아보러 다녀요. 스무 살은 한창 즐거울 나이인데 대학입시 때문에 다시 학원에서 1년을 보내야 하는 게 안타깝더라고요. 정시전형에서 뽑는 인원이 늘어나면 수시에서 합격을 못해도 부담 없이 다음 전형을 준비할 수 있어 수험생에게 가해지는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해요.
서현종(20)
“위탁 교육생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주길”
저는 뷰티아티스트를 꿈꾸는 학생이에요. 이제 고2가 되면 메이크업 학원을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메이크업에 대해 배워볼 생각이에요.
메이크업을 배우면 위탁 취업을 가서 실무 경험을 쌓으려고 하는데 최근에 위탁 취업을 나간 고3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는 뉴스를 봤어요. 그 뉴스가 남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어쩌면 제가 겪을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위탁 취업이 무섭기까지 했어요.
이런 일을 겪지 않으려면 당사자가 근로기준법 같은 제도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취업 전 학교에서 이런 내용을 자세히 알려주는 수업을 했으면 좋겠어요. 또 정부에서도 위탁 취업을 하는 기관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교육생들에게 제대로 임금과 휴식시간을 제공하고 있는지 확인해줬으면 해요. 그러면 위탁 취업을 가는 학생들도 안심하고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소영(18)
“어린아이들이 학대받지 않는 환경 만들어주세요”
저는 유치원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서 평소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뉴스를 볼 때도 아이들과 관련된 소식이 있으면 주의 깊게 보는 편이에요. 그런데 요즘은 아이들이 행복하게 지내는 소식보다 어른들에게 학대당하거나 살해당하는 뉴스가 너무 많아서 안타까워요.
얼마 전에 있었던 아동 실종사건도 사실은 아버지가 저지른 일이라는 것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부모들이 아이를 잘 기르는 법에 대해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부모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는 일정 시간 의무적으로 부모교육을 받도록 하는 제도가 생기면 좋을 것 같아요. 아이를 학대하면 어떤 처벌을 받는지를 제대로 알면 벌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학대를 멈추지 않을까요?
권민지(18)
“공익근무요원 월급 현실에 맞게 인상했으면”
곧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 학생입니다. 현역근무가 아니라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할 예정이에요. 공익근무를 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익근무요원은 현역군인이랑 똑같이 급여를 받지만 식비나 교통비가 따로 제공되지 않아서 부모님께 손을 벌리거나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한다고 하더라고요.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는데 오히려 부모님께 부담을 드리는 꼴이라 부모님 얼굴 보기가 민망하대요. 군인 월급이 한 달에 30만 원 정도 된다는데 그 정도로 식비와 교통비를 충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거죠. 공익근무요원의 현실을 반영해 월급을 올리거나 근무를 위해 사용하는 식비와 교통비를 따로 지원해주면 좋겠습니다.
이태호·변호성(22)
“음악인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아졌으면”
저희는 실용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이에요. 직접 작사·작곡을 해서 앨범을 낼 생각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열심히 앨범을 만들어도 저희 노래를 대중에게 들려줄 무대가 적다는 점이 아쉬워요.
홍대나 신촌 같은 데서 버스킹 공연을 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많이 하는데 버스킹은 자리 잡기가 어려워요. 한자리에서 공연을 하는 사람이 텃세를 부려서 자리싸움에 밀리면 공연할 수 있는 곳이 없어요. 요즘은 SNS에 창작한 곡을 올려서 누리꾼에게 인정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관객과 호흡하며 즐길 수 있는 무대가 많이 없다는 점은 여전히 아쉬워요.
노승현(22)·이지수(23)
장가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