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17일 월요일 이른 아침, 나는 전화벨 소리에 잠이 깼다. 청와대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내일 출발하는 북한 방문 특별수행원에 포함되었으니 준비하라는 내용이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극적인 그날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독도를 가리키고 있는 모습
두 정상이 고른 전체 카드가 마지막에 한반도기로 변하는 마술을 선보였다. 화합으로 나아가자는 메시지였다. 그런데 두 정상이 한반도기를 발견하고 동시에 독도를 가리키는 게 아닌가. 정말 잊을 수 없는 역사적이고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두 정상은 “아, 여기 독도 있는 걸 인쇄해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두 정상 사이에서 텔레파시 마술을 선보이고
처음에는 ‘텔레파시 마술’을 준비했다. 북한에서는 이를 ‘교감 요술’이라고도 부른다. 문재인 대통령이 뽑은 카드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맞히고, 김 위원장이 뽑은 카드를 문 대통령이 맞히는 식이다. 두 정상 앞에서 마술을 선보이는 것은 내 인생 최고로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물론 많은 공연을 해왔기에 긴장감에 익숙하지만 그날의 긴장감은 다른 느낌이었다. 혹여 나의 실수로 역사적인 순간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간절함도 담겨 있었다.
마술을 좋아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나는 마술을 대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개방적이고 호탕한 태도에 놀라기도 했다. 공연 당시 큐브를 섞어줄 북측 인사를 요청하자 김영철 부위원장이 지목되었는데, 김 부위원장은 속임수를 쓸까 봐 경계하면서 큐브를 테이블 밑에서 섞겠다고 했다. 그러자 김정은 위원장이 “마술은 그렇게 보는 거 아니라우! 그러지 말라우!”라며 호통을 치기도 했다. 그런 모습에서 김 위원장이 평소에 마술을 얼마나 자주 보고 좋아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두 정상의 루빅스 큐브가 똑같이 변한 순간
사실 평양 방문이 결정되는 순간부터 함께했던 모든 시간이 감동적이었다. 그저 좋아서 시작한 마술이 나를 이곳까지 데려다주었다. 마술을 문화가 아닌 사기와 속임수로 치부하고 업신여기던 편견의 시간을 딛고, 역사에 남을 현장에서 대중예술의 하나로 그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드디어 인정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양 공연은 다른 마술사들에게도 커다란 기쁨을 주는 시간이었다.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다. 역사의 한 장면에 설 수 있었던 그날은 나에게 마법 같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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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