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의 태동은 어언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96년 아테네에서 올림픽이 처음 시작됐지만 날씨와 경기장 건설 등이 문제가 돼 겨울철 경기 종목은 포함되지 않았다. 1908년 런던올림픽에서 겨울철 종목인 피겨스케이팅이 처음으로 채택되며 동계올림픽을 별도로 개최하는 계기가 됐다.
1924년 프랑스 샤모니에서 첫 동계올림픽이 치러졌다. 16개국 258명의 선수가 봅슬레이, 크로스컨트리 스키, 컬링, 피겨스케이팅, 아이스하키, 노르딕복합, 스키 점프, 스피드스케이팅과 바이애슬론의 전신 격인 밀리터리 패트롤 등 총 9개 종목에서 경쟁을 펼쳤다. 첫 금메달은 찰스 주트로(미국)선수에게 돌아갔다.
경기 모습은 지금과 달랐다. 자연빙에 물을 뿌리고 얼음을 다져 경기장을 관리했고, 야외에서 대회가 열리니 선수들은 두꺼운 옷을 여러 겹씩 입고 출전했다. 양복을 입고 경기에 임하는 것도 다반사였다. 겨울철 스포츠는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당시는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면 눈과 얼음이 얼지 않아 경기가 취소되는 일도 발생했다.
지금까지 취소된 동계올림픽은 두 번이다. 1940년 일본 삿포로와 1944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에서 각각 개최 예정이었던 올림픽이 모두 전쟁으로 취소됐다. 2차 세계대전이라는 불운한 역사가 낳은 결과였다. 두 번을 제외하고 1992년까지 4년을 주기로 동·하계 올림픽이 같은 해에 열리다가 1994년 릴레함메르올림픽부터 2년 단위로 동·하계 올림픽을 번갈아 개최하고 있다. 경기 종목도 루지, 쇼트트랙, 프리스타일 스키, 바이애슬론 등으로 다양해졌다.
1992년, 우리나라 첫 메달 획득
1932년 미국 레이크플래시드에서 개최된 올림픽은 세계 대공황 속에서 열려 감동과 환희를 전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금 조달에 시달렸지만 최초로 실내 경기장에서 아이스하키 경기가 열렸다. 반면 날씨가 따뜻한 탓에 4인승 봅슬레이 경기는 폐회식 후에 열리는 이변을 낳기도 했다.
1972년 일본 삿포로 대회는 아시아 최초의 동계올림픽이었다. 중일전쟁으로 취소됐던 삿포로동계올림픽이 32년 만에 제자리를 찾은 셈이었다. 이 대회에서 일본은 스키점프에서 금·은·동을 모두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1980년 레이크플래시드동계올림픽에서는 경이로운 기록이 탄생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에릭 헤이든이 남자 500m부터 10000m까지 다섯 종목의 금메달을 석권한 것. 미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세계 최강이던 소련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는 2004년 영화 ‘미라클’의 소재로도 사용됐다. 또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인공 눈을 사용한 계기가 된 대회였다.
1984년 유고슬라비아는 동구권에서 처음으로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다. 올림픽은 성공적으로 치러졌지만 당시 대회가 열린 사라예보 메인 경기장은 8년 뒤 보스니아 내전으로 폐허가 됐다. 사라예보동계올림픽의 흔적은 이제 자료로만 확인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남북 대결을 보여줘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기도 하다.
1992년 알베르빌동계올림픽은 평화의 상징이다. 공산권이 해체되며 독립 국가들이 출전하기 시작한 올림픽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독일도 통일된 나라로 참가했다. 이 올림픽은 우리나라에도 큰 의미가 있다. 한국 동계올림픽 사상 첫 메달 소식을 알렸기 때문이다. 스피드스케이팅에 출전한 김윤만 선수가 은메달로 짜릿함을 선사하며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획득했고 한국은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다.
2010년 캐나다 밴쿠버동계올림픽의 감동은 아직도 많은 국민의 가슴속에 남아 있다.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로 한국은 가장 좋은 성과인 종합 순위 5위를 기록했다. 아울러 피겨스케이팅에서 세계적 스타 김연아 선수가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고 총점 228.56점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위를 차지한 아사다 마오 선수와의 격차가 23.06점으로 피겨스케이팅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대회였다. 쇼트트랙에서는 금·은·동 총 8개의 메달을 따냈다.
총 22회 개최된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을 차지한 나라는 독일이다. 누적 금메달 137개인 독일(분단 시절 포함)의 뒤를 노르웨이(118개), 러시아(128개, 소련 시절 포함), 미국(97개), 캐나다(63개)가 이었다. 우리나라는 누적 금메달 26개를 획득하며 15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 가운데 21개가 쇼트트랙에서 얻은 것이며 스피드스케이팅에서 4개, 피겨스케이팅에서 1개의 금메달을 얻었다.
평창올림픽 목표는 종합 순위 4위!
이처럼 우리나라가 당당히 다수의 메달을 차지할 수 있었던 건 끊임없이 도전한 노력의 대가이다. 우리나라는 1936년 독일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올림픽에 처음 나갔다. 안타깝게도 당시는 일제강점기로 대한민국 출전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우리나라는 1948년 스위스 생모리츠동계올림픽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이름으로 첫 공식 입성했다. 당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3명과 임원 2명, 통역관 1명이 전부였다. 이후 6·25전쟁이 있었던 1952년 대회를 제외하고 매 대회에 참가하며 우리나라는 총 17번의 동계올림픽 참가 기록을 남겼다.
이제 전 세계의 이목이 평창으로 향하고 있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바통을 이어받은 평창동계올림픽은 92개국, 2925명이 참가해 최대 규모로 치러진다. 우리나라는 홈그라운드의 강점을 살려 금메달 8개, 은메달 4개, 동메달 8개, 종합 순위 4위를 목표로 뛰고 있다. 2월 9일부터 25일까지 17일 동안 선수들은 15개 종목에서 102개의 금메달을 두고 화려한 경쟁을 펼친다.
지난 100여 년간 동계올림픽은 세계대전, 경제대공황, 냉전 등 세계사와 궤를 같이하며 전 세계를 화합으로 뭉치게 하는 역할을 해왔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사상 최초로 이뤄진 남북 단일팀이 참가해 또 다른 평화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평창, 새로운 올림픽 역사의 한 페이지가 시작됐다.
선수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