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총 92개국 2925명의 선수가 등록해 동계올림픽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대회다. 이번 대회를 통해 동계올림픽에 데뷔하는 국가는 말레이시아(피겨스케이팅, 알파인스키), 싱가포르(쇼트트랙), 에콰도르(크로스컨트리스키), 에리트레아(알파인스키), 코소보(알파인스키), 나이지리아(봅슬레이, 스켈레톤) 등 6개국이다. 2014년 러시아 소치동계올림픽에는 88개국 2858명이 참가했다.
미국은 역대 동계올림픽 사상 단일 국가로는 가장 많은 242명의 선수를 등록했고, 캐나다 226명, 노르웨이 111명으로 출전 선수 명단을 확정했다. 북한은 5개 종목 총 22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도핑 사건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징계를 받아 개인 자격으로 참가하는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러시아)는 15개 종목 169명이다. 전 세계 동계스포츠 스타들이 평창을 찾는 가운데 메달이 기대되는 별 중의 별을 소개한다.
아이스하키
최강 캐나다에 러시아의 강력한 도전
▶ 2014 소치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남자결승에서 우승한 캐나다 남자 아이스하키팀 ⓒ연합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세계인의 이목이 가장 집중되는 종목은 단연 아이스하키다.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전체 수입과 관중 수입의 절반을 아이스하키 한 종목이 독차지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만큼 아이스하키를 빼놓고 동계스포츠를 이야기할 수 없다. 캐나다에서 아이스하키는 국기로 통한다. 다만 이번 대회에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는다.
흥행에 대한 걱정이 있었으나 대회가 임박해오면서 오히려 NHL 스타들이 빠지면서 캐나다의 절대 1강 체제가 흔들린 까닭에 더 재미있는 경기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하는 팬들이 많다. 아이스하키 종주국 캐나다는 1998년 나가노대회부터 지난 소치대회까지 금메달 5개 중 3개를 따냈다.
이런 가운데 세계 2위 리그인 러시아대륙간아이스하키리그(KHL) 소속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린 러시아의 도전이 심상치 않다.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대회를 마지막으로 20여 년간 우승하지 못한 러시아는 NHL 선수들이 빠진 틈을 타 캐나다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각오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세한 데다 국기와 국가를 잃은 데 따른 ‘울분’이 선수들을 한데 뭉치게 하는 분위기다.
실제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NHL 선수들이 없는 평창 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를 조명하며 러시아를 금메달 후보 1순위로 꼽았다. 이 매체는 “NHL 선수가 빠진 게 미국에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그러나 우승에 가장 가까운 팀은 러시아다. 러시아는 KHL 선수들을 대거 포함시켜 막강한 전력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여자 아이스하키의 절대 강자 역시 캐나다다. 캐나다는 여자 아이스하키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8 나가노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에 그쳤을 뿐 2002년 솔트레이크동계올림픽부터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까지 올림픽 4연패를 달성했다. 캐나다는 미국과 함께 여자 아이스하키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에서 캐나다가 금메달, 미국이 은메달, 스위스가 동메달을 땄는데, 조별 리그에서 미국은 스위스를 9-0으로 대파했다. 그만큼 다른 나라와 월등한 실력 차이를 보인다.
캐나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공격수 메간 아고스타(30)는 여성 하키계의 최고 스타다. 하키 선수로는 작은 키(163㎝)인데도 그의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는 2006 토리노올림픽부터 3회 연속 우승을 일궈냈다. 3회 연속 여자 하키 우승 신화는 아고스타가 유일하다.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는 5경기에서 9골 6개 어시스트를 기록해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하키 선수로 유명하지만, 현재 본업은 경찰이다. 2014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직후 아이스하키 중단을 선언하고 경찰로 다시 태어났다. 희망대로 밴쿠버 경찰관 배지를 달고 나서는 “어린 선수들이 ‘아고스타도 하는데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길 바란다”며 휴직계를 내고 다시 캐나다 국가대표로 돌아왔다. 2002 솔트레이크올림픽 이후 내리 4회 금메달을 휩쓴 캐나다 팀의 5연속 금메달 도전에 아고스타가 어떤 역할을 할지 기대된다.
스키
여왕과 요정의 대결
▶ 2017년 3월 5일 강원 정선알파인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월드컵 여자 슈퍼대회전에서 린지 본이 질주하고 있다 ⓒ연합
미국 여자 스키 대표팀에는 ‘스키 여왕’ 린지 본과 ‘스키 요정’ 미카엘라 쉬프린 등 세계적인 스타가 버티고 있다. 린지 본의 상승세는 무섭다. 린지 본(34)은 지난 1월 20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에서 열린 2017-2018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스키 월드컵 여자 활강 경기에서 1분 36초 48로 가장 빨리 결승선을 통과했다.
미국의 미카엘라 쉬프린은 2014년 소치대회 알파인스키 회전 종목에서 역대 최연소(19세)로 우승했다. 지난 시즌 FIS 월드컵대회에서는 종합 우승을 했고, 이번 시즌도 1위를 달리고 있다. 회전·대회전이 주 종목인데, 활강과 슈퍼대회전에도 꾸준히 출전하며 다관왕을 노리고 있다.
피겨스케이팅
184.98점 북한 김주식-렴대옥 조
▶ 북한 피겨 페어 김주식-렴대옥 조가 2월 2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첫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선수단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선수는 피겨스케이팅의 김주식-렴대옥 조다. 지난 2015년부터 짝을 이뤄 활동한 이들은 북한 선수단에서 가장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2월 삿포로아시안게임에서 피겨 페어 부분 동메달을 획득했다. 또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네벨혼 트로피에 출전해 자력으로 평창행 티켓을 따냈다. 이후 선수 등록을 하지 않아 올림픽 출전이 무산될 뻔했지만 지난달 20일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남북 대표단 회의 끝에 구제받았다.
김주식-렴대옥은 지난달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 4대륙 선수권에서도 184.98점의 개인 최고점을 경신하며 동메달을 수확하는 등 최근에도 물오른 기량을 뽐내고 있다. 평창올림픽 경기 중 가장 먼저 입장권이 매진된 종목은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프리 스케이팅이다.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세계 랭킹 1위인 하뉴 유즈루(일본)가 일본 대표팀에 합류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하뉴는 평창에서 네이선 첸(미국) 등의 도전에 맞서 올림픽 2연패를 노린다.
▶ 2017년 4월 22일 일본 도쿄 국제빙상연맹 피겨스케이팅대회 여자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 ⓒ연합
2014 소치동계올림픽 챔피언인 하뉴는 작년 말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NHK 트로피 연습 도중 넘어지면서 발목을 다쳐 치료와 재활을 받았다. 부상 회복이 더뎌지면서 지난 1월 21∼24일 평창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겸해 열린 일본피겨선수권대회에도 불참했지만, 규정에 따라 세계 랭킹 등 다른 기준 적용으로 대표팀에 합류하게 됐다. 부상 탓에 오랜 기간 연습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한 하뉴가 평창에서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일본은 하뉴와 더불어 우노 쇼마와 다나카 게이지가 평창올림픽 남자 싱글에 출전한다.여자 피겨스케이팅은 러시아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러시아 선수단에는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부문의 강력한 우승 후보인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와 알리나 자기토바 모두 포함돼 있다.
2016-2017 세계선수권 챔피언인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는 오른발 등 골절 부상으로 두 달 정도 공백기를 가졌다. 그 결과 최근 유럽선수권에서 알리나 자기토바에 밀려 2위를 차지했다. 자기토바는 그랑프리파이널, 러시아선수권에 이어 유럽선수권 1위를 차지해 어느 때보다 금메달 가능성이 높다. 다만 두 선수의 기량이 막상막하라 승부는 겨뤄봐야 알 수 있다.
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 기대
▶ 소치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에 출전한 숀 화이트 ⓒ연합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는 동계올림픽 최고 흥행 종목 중 하나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듯 하늘에서 가장 다이내믹한 묘기를 펼치는 경기다.
‘스노보드 황제’ 미국의 숀 화이트(31)는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를 지금의 인기 종목으로 끌어올린 선구자나 다름없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금메달에 빛나는 화이트는 사상 최초로 100점 만점을 받을 만큼 독보적인 기량을 뽐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하프파이프 정상 탈환을 노리는 숀 화이트의 도전은 가시밭길이었다. 그는 연습 도중 다쳐 수십 바늘을 꿰매고도 올림픽 출전을 향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당시 그는 “새로운 기술을 연습하던 중 하프파이프에 다시 들어가다 부딪혔다”면서 “22피트(약 7m) 정도를 날아가 바닥에 얼굴을 부딪쳐 62바늘을 꿰매고 폐에도 타박상을 입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한 부상에도 평창올림픽을 향한 출전 의지를 다졌던 그다.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하프파이프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는 4위에 머물렀다. 그때의 부진을 씻고 명예 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한편 평창올림픽에서 스코티 제임스(23·호주)가 화이트를 뛰어넘어 새로운 왕자로 군림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임스에게 평창은 낯설지 않다. 제임스는 지난해 2월 평창올림픽을 1년 앞두고 평창군 휘닉스 스노우파크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하프파이프 남자부 결선에서 화이트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제임스는 2차시기까지 화이트에 뒤졌으나 마지막 3차시기 때 하늘에서 세 바퀴 반을 도는 1240도 백플립에 성공해 대역전극을 만들어냈다. 1월 윈터 X게임 슈퍼파이프서도 정상에 올랐던 그는 그 기세를 이어가 3월 스페인 시에라네바다에서 열린 2017 FIS 스노우보딩 월드 챔피언십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7년 호주 올해의 남자 스포츠 선수로 선정됐고 평창올림픽 금메달을 향해 달리고 있다.
이정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