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는 어떻게 봄을 맞이할까. 북한 주민들은 3월이 오기 전부터 ‘2월은 봄입니다’라는 노래를 부른다. 남한에서 ‘봄의 전령사’인 벚꽃은 북한에서는 피지 않는다. 대신 살구꽃이 핀다. 이 모든 이야기는 동국대 북한학과 과방에서 알게 됐다. 얼어붙은 땅에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남북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손을 맞잡았다. 국내에 북한학과가 생긴 건 1994년. 지난 10년간 북한과 관련된 학과는 축소되거나 폐지됐다. 동국대 북한학과 학생들에게 남북 정상이 평화를 이야기하는 모습은 남다른 감격을 남겼다.
“이산가족 아픔 보듬을 수 있는 평화의 날이 오길”
저희 할아버지는 북한에서 내려오셨어요. 강화도에서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주며 일생을 사셨습니다. 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말씀하셔서 저는 어릴 적부터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왔어요. 아마 제가 전공을 선택할 때도 할아버지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할아버지는 결국 고향 땅을 밟아보지 못하고 돌아가셨어요. 북에 남은 가족, 친지분들을 수소문하고 이산가족 만남도 신청했지만 다 돌아가셨다는 소식밖에 들을 수 없었어요. 할아버지는 묘소를 북한이 보이는 곳에 만들어달라고 하셨어요. 지금도 강화도에서 북한을 향해 누워 계십니다. 이번 회담을 보며 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어요. 살아 계셨다면 얼마나 기뻐하셨을까요. 지난 10년 동안 북한 관련 전공은 줄어들고, 북한 연구도 많이 위축되었어요. 어렵게 찾아온 봄이 앞으로 평화협력으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남과 북은 통역 없이 정상회담을 나눌 수 있는 나라입니다. 도보다리에서 다른 수행원 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이 있었어요.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대화하며 한반도의 평화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지훈 (24) 왼쪽
“남·북 서로에 대한 연구 깊어지길”
저는 오직 북한에 대한 관심으로 전공을 선택했어요. 앞으로는 평화와 협력, 통일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많아지고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천안함이나 연평도에서 비극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개성공단이 폐쇄됐을 때는 정말 앞이 캄캄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 많았어요. 이번 정상회담에서 다시 평화와 번영, 통일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천명하는 걸 보면서 안심했습니다.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단일팀 구성부터 이번 정상회담까지 정말 숨 가쁘게 달려온 것 같아요. 모든 순간과 과정이 드라마틱했습니다. 과연 가능할까 싶었던 일들이 이루어지는 걸 보면서,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도 머지않아 이뤄질지 모른다는 희망이 생겼어요. 그때는 북한 전문가들도 더 필요할 테니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죠? 남과 북의 민간교류와 협력이 활발해지고 그만큼 서로에 대한 연구도 깊어지길 기대합니다.
이승훈 (24) 오른쪽
“아름다운 금강산에 꼭 가보고 싶어요”
고등학교 때 ‘독서동아리’ 활동을 했습니다. 동아리 활동 중 땅굴로 견학을 간 적이 있었어요. 그 기억이 강렬하게 남았죠. ‘어떻게 이 정도로 땅굴을 팔 수 있지?’ 신기하기도 했고요. 북한에 대해 공부를 하고 싶다고 결심한 건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북한 관련 언론 기사들도 찾아보게 됐고요. 정상회담을 바라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까지 오는 게 쉽지 않았다는 걸 아니까요. 큰 결심으로 만난 만큼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남북 간에 교류가 계속 이어져서 평화가 정착되면 좋겠어요. 체제와 이념의 차이는 있겠지만, 교류와 협력이 계속된다면 서로의 다른 점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어요. 특히 개성공단이 다시 문을 열면 좋겠어요. 많은 이들의 생계가 달린 일이니까요. 언젠가는 개성에도 금강산에도 꼭 가보고 싶습니다.
최연성 (21)
“약속 지키는 남과 북이 되길”
모교가 통일교육연구시범학교였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북한에 관심을 가져오다가 북한학을 전공하게 됐습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감동이었어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손을 잡고 악수하는 모습이 합성처럼 느껴질 정도로요. 판문점 선언에서 ‘완전한 비핵화’라고 명시한 것으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친 만큼 예전과 같은 안 좋은 결과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북한이 판문점에서의 합의사항을 지켜서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가 찾아오길 바랍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하는 걸로 풀어갔으면 좋겠어요. 실패를 걱정해서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는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더 중요할 테니까요. 언젠간 북한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임희수 (20)
“판문점 회담 드라마 같았어요”
저는 군사, 안보 쪽에 관심이 많았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국제연구동아리에서 토론 시간이 있었는데, 제가 북한 측 대표를 맡게 됐어요. 이후로 관심이 더 커졌고요. 지난 10년 동안은 남북간 분위기가 정말 안 좋았잖아요. 서로 약속했던 부분들이 잘 지켜지지 않았고요. 그런데 올해 들어 분위기가 급변하는 것 같아서 놀라워요. 김정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향해서 웃으며 걸어오던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사실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비핵화 논의가 나왔지만 그 이후에 핵실험이 계속됐잖아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남북 모두 약속을 지키는 데 엄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제관계는 작은 충돌에도 급격히 냉각될 수 있으니까요. 현재의 이 믿음직스러운 분위기가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랍니다.
유승우 (20)
유슬기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