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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방 해병대 부부 “나라사랑에 힘든 줄 몰라요”

2018.06.01

최전방 서북도서 백령도와 연평도엔 열일곱 쌍의 해병대 부부가 함께 국토 수호에 이바지하고 있다. 해병대사령부에 따르면 백령도에 열 쌍, 연평도에 일곱 쌍의 해병대 ‘섬마을 부부’가 근무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보병, 포병, 통신, 재정, 정훈 등 맡고 있는 병과가 다양하다.

백령도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대흠 중위와 정슨현 중위 부부

▶ 백령도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대흠 중위와 정승현 중위 부부가 지난 5월 21일 부부의 날을 맞아 본청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해병대

한대흠(27)·정승현(26) 중위 부부는 이들 중 유일한 장교 부부다. 해병대 사관후보생 118기 동기생으로, 한대흠 중위는 포병 장교, 정승현 중위는 재정 장교다. 백령도 여단본부에서 정승현 중위는 재정참모실, 한대흠 중위는 정보참모실에서 포병분석 장교로 근무하고 있다. 정 중위는 “남편은 휴대전화 금지구역에 근무하고 있어 출퇴근은 함께하지만 하루 종일 거의 못 만난다”고 했다.

한 중위는 백령도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 2012년 백령도 전차중대 전차조종수(해병1124기)로 군 복무를 마치고 2015년 해병대 장교로 임관해 현재 백령도에서 두 번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 중위는 병사 시절 배치됐던 백령도에서 장교 계급장을 달고 다시 간 경우다.

백령도 전출 결정되자 결혼식 날짜 연기

대학에서 체육학을 전공한 정 중위는 4학년 교생실습 때 교사와 군인의 길을 놓고 고민했다고 한다. 정 중위는 “교사 지원은 연령 제한이 없으나 장교는 만 27세까지여서 해병대 장교후보생을 지원했다”고 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포항에서 훈련을 받으면서 자연스레 이뤄졌다. 100여 명의 남군 동기 사이에서 열세 명의 여군 동기들이 극한의 체력훈련을 거치면서 친밀해졌고, 한 중위와 같은 중대에 속한 정 중위는 훈련 때 도움을 많이 받으면서 믿음이 갔다고 한다.

“남편은 2012년 해병 생활을 했기 때문에 훈련 자체가 익숙했고, 저희 118기 사후 동기생들 중에도 재입대한 친구들이 몇 명 있었는데 훈련의 흐름을 알고 많은 도움을 줘 여군 동기들이 정신적으로 의지를 많이 했습니다. 2015년 임관 직후 동기생들의 동기애가 불끈불끈 하늘을 찌를 때 모임에서 자연스레 만났습니다. 그다음 단둘이 만남을 이어가면서 2016년 11월 무렵 결혼을 결심했습니다.”

각각 해병대 1사단과 군수단에 근무하던 두 사람이 2016년 11월 혼인신고를 마치고 결혼식을 준비하던 중 정 중위의 백령도 전출이 먼저 결정됐다. 한두 달 사이에 초고속으로 결혼식을 올리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두 사람은 결혼보다 최전방 부대 임무 숙지가 우선이라는 생각에 결혼식을 2018년으로 미루기로 했다. 사연을 들은 선후배들은 안정적인 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해병대사령부에 보직 조정을 건의했다.

한 중위는 ‘부부군인 동일지역 근무’라는 인사관리 규정에 따라 백령도에 두 번째로 배치됐다. 한 중위와 정 중위는 분기별로 휴가를 나가면서 본격적인 결혼식 준비를 추진했다. 지난 2월 한 중위와 정 중위는 전우들의 축하를 받으며 서울 영등포구 대방동 해군해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정 중위는 “백령도 바다는 겨울엔 풍랑이 세고 여름엔 해무(海霧) 때문에 배가 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친정엄마가 결혼식 당일 신랑신부 없는 결혼식이 되는 것 아니냐며 무척이나 걱정하셨는데, 다행히 배가 잘 떠서 네 시간 동안 배를 타고 나와 결혼식을 치렀다”고 했다.

한 중위는 “최전방 백령도에 대한 자부심으로 아내이자 동기인 정 중위의 백령도 입도가 자랑스럽다”고 했다. 정 중위는 “백령도와 연평도는 해병대가 지키는 서북도서로 이곳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장병들은 최전방을 지킨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며 “특히 간부들은 해병대는 누구나 반드시 서북도서에서 근무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는다”고 했다.

백령도와 연평도에는 ‘군인의 길’을 함께 걷는 해병대 부부 열일곱 가족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최전방 섬이라는 특수한 환경과 군인이라는 특별한 직업을 군인부부만이 나눌 수 있는 전우애로 극복하며 서북도서와 가정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해병대는 앞으로 서북도서와 같은 격오지에 근무하는 부부군인을 포함한 맞벌이 가정을 위해 육아시설을 늘리고 탄력근무제도를 적용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 중위는 “도서 근무는 통상 18개월인데 군 생활에서 좋은 경험인 것 같다”며 “처음 백령도 관사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할 때는 모든 것이 낯설고 막연했는데, 백령도 주민들의 인심도 좋고 자연 풍광도 아름다워 정이 들었다”고 했다.

백령도·연평도에 17쌍 해병대 부부 임무 수행

한 중위와 정 중위 부부는 최북단 북방한계선(NLL)을 지키는 해병대로서 백령도 근무가 보람 있다고 했다. 정 중위는 “지도를 펴놓고 봐도 인천보다 북한 해주에 훨씬 가깝다”며 “포병관측소에 올라가 보면 북한이 한눈에 들어오면서 아, 이곳이 우리 국토의 최일선이구나 하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고 했다.

정 중위는 최근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따라 한반도에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해병대는 외부의 상황 변화에 상관하지 않고 군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할 뿐”이라고 했다.

한 중위, 정 중위 부부는 18개월의 도서지역 근무를 마치고 올해 백령도를 떠난다. 한 중위는 7월, 정 중위는 가을이면 다른 해병대 부대로 간다. 정 중위에게 2세 계획을 묻자, “뭍으로 나가서 천천히 생각해볼 것”이라며 “섬마을 부부로 근무하면서 콩돌해안, 두무진 해변 등 많은 추억을 만들고 떠나게 됐다. 평화의 소중함을 체험하고 간다”고 했다.


오동룡│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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