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와 함께 최고의 강한 응징 방안을 강구하라.”
문재인 대통령은 9월 3일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대북 압박을 지시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인한 인공지진 규모가 5.7로 5차 핵실험 때보다 위력이 5~6배 더 강한 것으로 분석돼 더 이상 북한의 도발을 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 차원의 굳건한 방위 태세로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적극적 대응 방안을 준비하고 추가 도발에 대해 만전의 대비 태세를 갖추라”며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고도화해가는 걸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 위협에 국제사회와 공조해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9월 4일 미국을 비롯해 일본, 독일, 러시아 정상과 통화 외교를 이어갔다. 각국 정상들은 북한의 핵실험을 강하게 규탄하며 협력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9월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번 핵실험이 과거보다 더 강력해졌다는 점, 북한 스스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착용 수소탄 실험이라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하며 북한이 절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실제적인 대응 조치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전적인 공감을 표했다.
아울러 양국 정상은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을 해제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한국은 2012년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에 따라 최대사거리 800km, 탄두중량 500kg 이상인 탄도미사일을 보유할 수 없었다. 우리 군이 보유한 탄도미사일은 300km의 현무-2A, 500km의 현무-2B, 800km의 현무-2C 등이다. 현무-2C는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이지만 탄두중량이 500kg으로 제한돼 위력에 한계가 있었다. 탄도미사일 제한이 없어져 탄두중량을 대폭 늘리게 되면 유사시 북한 도발에 독자적인 응징 능력이 향상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도 공동의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9월 4일 이뤄진 통화에서 양국 정상은 한일 양국과 한미일 3국이 긴밀히 공조하며 북한에 최고도의 압박과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그 일환으로 기존보다 더 강력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은 9월 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엄중한 안보 태세와 민생안정 대비를 당부했다. ⓒ청와대
국제사회 “가장 강력하게 핵실험 규탄”
문 대통령은 같은 날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의 통화에서도 “국제사회와 공조해 보다 강력한 유엔 안보리의 추가적인 대북제재 결의 채택을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EU 핵심국가인 독일 측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에 전적인 협력의사를 밝혔다. 양국 정상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기본 원칙은 분명하게 지켜져야 한다는 점에도 공감했다.
문 대통령은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선 “대북 원유 공급 중단과 북한 해외 노동자 수입 금지 등 북한의 외화 수입원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유엔 안보리에서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때”라며 대북제재에 러시아의 협조를 구했다. 동방경제포럼을 이틀 남긴 시점으로 중국에서 열리고 있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푸틴 대통령은 “BRICS 정상회의에서도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규탄하는 선언문이 채택됐다”며 직접 만나 추가적으로 논의할 것을 기약했다.
국제사회도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난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북한의 행동은 심각한 국제적 의무 위반이며 국제 비확산 및 군축 노력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주요 7개국(G7) 정상들도 성명을 내고 “표현 가능한 가장 강력한 용어로 북한의 새로운 핵실험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 은행 등과 거래를 중단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까지 고려할 것을 시사했다. 국제사회는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더 강력한 대북제재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국제사회의 공조와 별도로 우리 군도 공군·육군 미사일 합동 실사격 훈련을 실시하고 북한의 도발에 군사적 조치를 취하며 경고했다. 북한의 핵실험 다음 날인 9월 4일 새벽 합동참모본부는 “(사격훈련 중) 육군의 지대지탄도미사일인 현무와 공군의 장거리공대지미사일을 동해상 목표 지점에 명중시켰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합동 실사격이 북한 풍계리 핵 실험장까지의 거리를 고려해 공해상 목표 지점을 향해 실시됐다”며 “유사시 적의 도발 원점과 지휘·지원 세력에 대한 정밀 타격 능력을 과시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북 무력시위 발사훈련에는 사거리 300㎞의 현무-2A 탄도미사일과 공군의 슬램-ER 공대지미사일이 동원됐다.
▶ 우리 군이 9월 4일 현무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합동참모본부
사드 발사대 4기 임시 배치
한편 국방부는 사드 임시 배치에 속도를 냈다. 9월 4일 환경부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9월 7일 경북 성주의 사드 기지에 잔여 발사대 4기가 추가 배치됐다. 국방부는 “각종 탄도미사일 발사와 고위력의 핵실험 등 더욱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주한미군 사드체계 잔여 발사대 4기를 추가 배치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임시 배치를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드 체계의 최종 배치 여부에 대해서는 미군 측에 공여하기로 한 전체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엄정하게 시행한 뒤 결정한다는 정부의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했다.
사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조건부 동의’ 승인
국방부가 주한미군에 1차로 공여한 사드 부지의 사업 면적 약 8만㎡에서 실시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환경부가 9월 4일 ‘조건부 동의’ 결정을 내렸다. 엄중한 안보 현황과 지역 주민 등의 찬반 의견이 교차하는 만큼, 평가협의 과정에서 어느 때보다 원칙을 강조했다는 게 환경부의 입장이다. 환경부는 국방부가 제출한 평가서의 미흡한 부분에 보완 요청을 했고, 이에 따라 3회에 걸쳐 보완 및 추가 자료를 제출받았다.
환경부가 ‘조건부 동의’ 결정을 내린 것은 사드 부지가 사업에 따른 환경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나 주기적인 전자파 측정과 결과를 대외에 공개하는 등 주민이 수용할 수 있는 투명한 노력이 필요함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또 해당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환경 관련 기준을 적용할 때는 국내법을 우선 적용하도록 했다.
국방부는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토대로 2차 부지를 주한미군에 공여하고 이를 포함한 약 70만㎡의 전체 부지에 대해 공청회 등을 포함하는 일반 환경영향평가도 진행할 계획이다.
선수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