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출범 100일 기념 국민인수위원회 대국민 보고대회인 ‘대한민국, 대한국민’ 행사가 8월 20일 오후 8시부터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새 정부의 정책과 개혁 과제 등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 형식의 대국민 보고대회는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과 배성재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았다.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여사, 청와대 수석과 부처 장관들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인수위원회 ‘광화문1번가’에 정책을 제안한 250명의 국민인수위원과 질의응답 및 대담을 나누는 형식이었다.
보고대회는 국민인수위원의 질문에 해당 부처의 장관과 수석들이 직접 답하는 시간을 가진 후 대통령이 직접 대답 또는 설명을 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한 시간가량 진행된 보고대회는 지상파 방송 3사와 뉴스채널 2개사에서 생중계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광화문1번가에 많은 국민이 참여했다. 방문자 수 100만 명, 9만 명이 국민인수위원으로 참여했고 정책 제안을 18만 건 넘게 해줬다. 국민이 열심히 제안한 정책들이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보고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면서 대국민 보고대회의 취지를 밝혔다.
▶ 문재인정부 출범 100일을 기념해 8월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민인수위원회 대국민 보고대회 중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 ‘일자리 문제’와 ‘출산 정책’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이 주권자인 직접민주주의 시대”
취임 초기 문재인 대통령은 광화문1번가에 불공정 사례를 접수하는 특별기관을 설립했다. 이를 두고 “대한민국을 공정한 나라로 만들어야겠다는 것은 시대적 과제다. (불공정 사례 특별기관에) 많은 분이 사연을 신고해줬다. 해결이 바로 가능한 사안은 부처에 넘겨 해결하도록 했고, 제도를 개선하거나 정책에 반영해야 하는 부분은 만드는 중”이라고 국민에게 현재의 상황을 직접 보고했다.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광화문1번가’에 제안된 국민 의견에 직접 대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장 많았던 국민 제안의 키워드는 ‘일자리 창출’과 ‘저출산’. 문 대통령은 “집무실에 일자리 현황판이 설치되어 있다. 매달 업그레이드가 된다. 지금은 올 7월 현재의 일자리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작년 7월과 비교하면 올해 고용률이 0.5%p, 취업자 수도 31만 3000명 늘었다. 최근 20년 중 최고 수치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비정규직 비율이 작년보다 늘었고, 청년 취업자 수는 오히려 2만 명 줄었다. 50대 이상 비정규직 일자리가 많고 청년이 취업할 일자리는 오히려 줄었다”면서 좋은 일자리 많이 만들기는 문재인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목표라고 강조했다.
일자리 창출에 국민 세금을 쓴다는 것이 합당한 것이냐에 대한 일부 지적에 대해서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세금을 더 내고 소비하는 사람을 늘리려는 것이다. 경제가 성장하고 심각한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에 대한 해법이기도 하다. 세금을 보람 있게 쓰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은퇴하는 시점인 2022년에는 오히려 노동력 확보가 걱정인 사회로 변한다면서 몇 년 정도만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면 일자리 문제는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고 했다.
저출산 대책과 관련해서는 “엄마와 아빠가 함께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아빠 육아휴직도 있지만 노동 시간을 연장노동까지 포함해서 주 52시간제로 확립하고 연차 휴가를 다 사용하도록 해서 일하는 부모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유를 갖도록 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으로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자리한 김정숙 여사는 100일을 맞아 대통령에게 “처음 취임해서 일을 시작하는 마음으로 초심을 잃지 말아달라”고 고언했다면서, 최근 청주 수해 현장에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준 데 대해서는 “손이 천 개가 있으면 천 개로 해야 할 상황이었다”면서 지도자의 진정성을 되새기게 되는 시간이었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국민은 주권자로서 평소에 정치를 구경만 하고 있다가 선거 때 한 표를 행사하는 간접민주주의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촛불집회처럼 정치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갈 때는 직접 촛불을 들어서 정치적으로 의사표시를 하고, 댓글을 통해서 의사표시를 하고, 정당의 권리당원으로 참여하는 등 직접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문재인정부도 국민의 집단지성과 함께해나가는 것이 국정을 성공할 수 있는 길이다. 온라인·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국민들과 소통하는 노력을 계속해나가겠다”고 전했다.
100일 동안 진행된 국민인수위원회의 정책 제안을 마무리하고 종합하는 자리인 만큼 국민들의 질문과 제안에 각 부처 책임자가 직접 답하는 시간도 가졌다. 다양한 주제의 제안과 질의응답이 토크쇼 방식으로 이어졌다.
국민인수위와 장관·수석 간 질의응답 진행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그동안 가장 심혈을 기울인 정책으로 ‘8·2 부동산 대책’을 꼽았다. “국민 눈높이에 맞춘 정책, 고통을 덜어낼 정책이 무엇인가 고민하는데 가장 잠 못 이루게 한 게 부동산 대책”이라고 전했다.
▶ 국민의 질문에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5월 라오스에서 실종된 여성의 친구로부터 해외여행 시 벌어지는 범죄에 대한 대책을 듣고 싶다는 질문을 받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해외 실종 사건이 매년 50건 정도 벌어지고 있다. 신속한 효과와 초기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해외 안전지킴이 센터 등 원스톱 프로세스를 구상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역사유물 보존과 창작자의 저작권과 관련된 질문을 받았다. 도 장관은 “역사유물이 발견되면 중요도에 따라 문화재로 지정하고 보존에도 힘쓰겠다. 창작자의 불공정한 수익구조를 잘 알고 있으며 앞으로 예술노동의 특성을 인정한 고용보험제도를 설계하는 등 예술인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하겠다”고 대답했다.
인터넷 웹사이트 사용이 불편하다는 지적에 하승창 청와대 사회혁신수석은 “액티브엑스(ActiveX)를 없애는 것이 보안 산업의 발전에도 필요하다”면서 “속도와 방법, 과정에 대해서 충분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 개발자, 관련부처와 잘 협의해 만들어서 빠른 시간 내에 불편하지 않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장애인들도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보편적 디자인)’ 계획에 대해 “우리나라도 1997년부터 관련 법을 만들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이번 정부의 공약, 국정과제에도 관련 내용을 넣었다”며 “이번 정부가 마치기 전까지는 체감할 만한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살률 세계 1위라는 불명예에 대한 대책 마련에 대한 질문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새 정부의 국정과제로 자살 예방을 넣었고, 전담부서도 신설할 예정이다. 한 보고서를 보면 자살하고 남은 유가족들이 심각한 심리적 불안,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긴급복지지원제도로 우선지원을 해주고 있으며 향후 생계비, 주거비, 의료비 등에 대해서도 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제도를 펼치겠다”고 대답했다.
임언영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