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이 활발해야 경제에 활력이 생긴다. 정부는 청년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대학생이 창업한 나인브이알은 정부의 콘텐츠 지원을 통해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젊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의 핵심 VR에 겁 없이 도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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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은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오직 창업뿐이었습니다.”
7월 19일 오후 4시 세종대 광개토관 4층에 둥지를 튼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전문 회사 ‘나인브이알(Nine VR)’을 찾으니 서너 명의 직원이 모니터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라면, 간식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며칠 밤을 샌 것 같았다. 나인브이알은 2015년 10월 창업한 벤처 회사다.
이재환(23) 나인브이알 대표는 “사실 어제도 직원들과 밤을 새워 작업을 했다”며 “사무실이 정리가 안 돼 보여드리기 민망하다”고 말했다. 대학교 3~4학년 학부생들이 뭉쳐 만든 나인브이알은 전형적인 스타트업 기업이다. 대학 내에 작은 공간을 마련해 동고동락하며 성공을 꿈꾸고 있었다.
대학생들이 창업했지만 나인브이알은 VR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 결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원하는 VR 중소기업 제작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올해 5억 원 규모의 지원금을 받아 VR 역사 콘텐츠 ‘설민석과 함께하는 VR 역사탐험, 궁궐은 살아 있다’를 제작했다. 종이로 된 VR 단말기에 휴대전화를 넣으면 마치 설민석 선생이 눈앞에서 강의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대표는 “지난해 여름, VR 역사교육이라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무작정 한국사 강사 설민석 선생에게 부탁했다”며 “‘역사 대중화’라는 취지에 설민석 선생이 공감해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당 제품은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VR 업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재환 대표를 만나니 굳이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 창업에 도전한 이유가 궁금했다. 학업을 마치고 창업을 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어서였다. 이 대표는 “처음부터 취업은 생각하지 않았다”며 “고등학교 때부터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면서 창업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고, 컴퓨터는 재미있는 놀이이자 꿈이었다”고 덧붙였다.
▶ 이재환 나인브이알 대표와 직원들 ⓒC영상미디어
프로그래밍 실력 덕분에 입학사정관제로 2013년 세종대 디지털콘텐츠학과에 입학한 이 대표는 창업에 본격적으로 몰두하기 시작했다. 대학 수업도 도움이 됐다. 이 대표는 “영상과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배우면서 VR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공대생으로 부족한 것은 경영 수업을 들으며 보완했고, 스타트업 멘토링 등 학교의 도움이 컸다”고 설명했다. 학교를 창업의 전초 기지로 활용한 것이다. 사무실도 세종대 건물에 있다.
나인브이알이 주목을 받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 VR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VR 산업에 진출하게 된 이유를 묻자 이 대표는 “영상 제작이라는 ‘감성’ 영역과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이라는 ‘이성’ 영역이 결합한 분야라 흥미를 갖게 됐다”고 대답했다. 이 대표는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트렌드가 VR이라고 확신한다”며 “그래서 대기업들도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분명 미래 가치는 대단하지만 현재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분야가 VR이다. 이 대표 역시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창업한 2015년, VR 시장이 형성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불안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창업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간의 노력으로 새로운 유형의 콘텐츠가 탄생하는 시점”이라면서 “이런 시기에 VR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실제로 나인브이알은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삼성전자 등과 VR 청각 솔루션을 개발 중이고, 국토부 공간정보산업진흥원과는 가상현실 지도를 제작 중이다.
점차 VR 산업이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나인브이알 역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선점해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다만 VR 산업 자체가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는 것이 문제다. 이 대표는 “정말 재미있는 VR 콘텐츠가 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늘어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면 VR 시장은 정말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인브이알이 재미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 중인 이유다.
요즘 들어 청년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가 많다. 대학생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창업을 꿈꾼다. 이렇게 생각은 누구나 하지만 도전하지 못하는 것이 또 창업이다. 대학생 신분으로 창업에 도전한 이 대표에게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저 역시 배우고 있어 함부로 조언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확고하게 무언가를 하고자 한다면 빨리 도전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순간마다 포기하고 싶더라도 이겨내야 합니다.”
일단 도전해보라는 조언이었다. 특히 대학 시절 창업을 통해 얻은 지식은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을 뛰어넘는다며 현장에서 배우라고 당부했다.
이정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