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은 일자리 창출, 소득주도 성장, 혁신 성장 등 핵심 정책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꼼꼼히 짜여 있다. 2018년도 예산안 중에는 국민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기발하고 다양한 이색 사업을 위한 예산도 다수 포함돼 있다. 혈기 왕성한 군 장병의 개성을 존중하고 사기를 높이기 위해 보디워시 지급 예산을 편성하는가 하면, 서울 화력발전소를 복합 문화예술 공간으로 만드는 예산도 새롭게 편성했다. 또 세계 소방관 올림픽 개최 예산과 중국의 고전 문헌 동북공정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한국고전총간〉 편찬 예산을 새롭게 편성하는 등 기발하고 독특한 50개 이색 사업 예산을 2018년도 예산안에 편성했다. 50개 이색 사업 예산 중 기발하고 흥미로운 몇 가지를 소개한다.
▶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는부부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 할 경우 두 번째 휴직자의 급여를 인상해 지원한다.
내년부터는 첫째 아이부터 월 200만 원 지급한다 ⓒ뉴시스
아빠가 당당한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근로자의 육아휴직 급여 지원이 확대될 예정이다. 부부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두 번째 육아휴직자의 급여를 인상해 지원한다. 엄마가 먼저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아빠가 그다음으로 휴직하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이른바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로 불린다. 현재는 상한액이 첫째 150만 원, 둘째 200만 원이지만 내년부터는 모든 자녀에 대해 상한액을 200만 원으로 인상한다. 또 첫 3개월에 해당하는 육아휴직 급여 인상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2018년 예산은 총 1조 3110억 6800만 원으로, 올해보다 2264억 8300만 원이 늘어난 것이다.
국군 장병 내년부터 보디워시 사용
국군 장병에게 내년부터 보디워시를 보급하기 위한 예산이 편성됐다. 병영생활 수준을 향상하기 위해 정부는 내년부터 신세대 장병의 선호도가 높은 보디워시를 지급한다. 이는 장병들의 희망을 반영한 것이며, 장병의 구매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세숫비누, 치약, 칫솔, 샴푸, 보디워시 구매비용을 현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정부는 보디워시 지급비용으로 총 48억 34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가동 중단 화력발전소
복합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신
폐기 예정인 서울화력발전소(마포구 당인동) 4호기와 5호기를 예술과 산업이 융합된 공간 등 새로운 형태의 예술 창작 소비 공간으로 재창조하기 위해 2021년까지 총 484억 원의 사업비를 투자한다. 정부는 이곳을 홍대 인근 문화예술과 지하발전소, 한강 생태계 등과 연계해 서울 서북권의 대표 관광지로 조성할 계획이며, 먼저 2018년 예산으로 8억 8000만 원을 편성했다.
국민이 원하는 곳을 경찰이 순찰한다
지역주민이 요청하는 장소와 기간, 또 빅데이터 분석 결과 범죄 가능성이 높은 장소 등이 경찰의 순찰 동선에 반영될 예정이다. 이것은 지역주민이 희망하는 장소를 순찰함으로써 주민 참여형 치안을 실현하고, 과학적 분석에 근거해 범죄 예방 역량을 높이기 위함이다. 이 같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내년에 8억 2400만 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이 밖에도 내년부터 유기동물을 입양하면 질병 진단 키트, 예방접종비, 중성화 수술비 등 입양 시 소요되는 비용 중 최대 20만 원을 지원한다. 또 치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은 물론 국민, 전문 연구자가 함께 모여 ‘치안현장 맞춤형 연구개발 사업’을 진행한다. 정부는 이 사업에 총 27억 5000만 원(과학기술정보통신부·경찰청 각 13억 75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그리고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생리대 등 위생용품 구매비용 지원 예산도 31억 5100만 원을 편성했다. 이러한 사업에 투입될 예산은 조화롭고 안전하며 풍요로운 사회, 또 국민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로 발전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전 세계 소방관들이 한국으로 모여든다
2018년 정부는 전 세계 소방관들이 우정을 다지고 체력과 기량을 겨루는 스포츠 대회를 개최한다. 세계 소방관 올림픽을 개최해 국민을 위해 애쓰는 소방관의 사기를 높여줄 계획이다. 약 50개국의 소방관과 그 가족 등 4만 5000명가량이 참가하는 대형 국제행사로 철인 3종 경기를 비롯해 최강 소방관 경기, 소방관 요리대회 등 75개 종목에서 기량을 겨룬다. 2018년 9월 10∼17일 열리는 이 국제 행사에 9억 33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중국의 고전 문헌 동북공정 막고
우리 것 알린다
중국이 이황 등 우리나라 학자들이 한문으로 저술한 고전 문헌을 자신들의 한문학에 포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고전 문헌 동북공정인 유장(儒藏)과 역외한적(域外漢籍) 편찬 사업을 벌이고 있다. 유장은 2000년대부터 중국 대학에서 한국·일본·베트남의 고전 한문 문헌을 중국 한문학에 포함하기 위해 벌여온 작업을 말한다. 이에 정부는 〈한국고전총간〉 편찬 사업을 통해 이런 중국의 행위를 막고 우리의 고전 문헌을 집대성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한국고전총간〉은 우리의 사상, 학술과 문화의 고유성을 확보해 동아시아 한문문화권에서 우리만의 독립적 위상을 정립하는 작업으로,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2018년에는 3억 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뱀장어 전용 고속도로가 만들어진다
주요 강 하구의 방조제나 둑 등 제방에 뱀장어 전용 어도(魚道), 즉 뱀장어 전용 고속도로가 설치된다. 뱀장어는 바다에서 태어난 치어(실뱀장어)가 강으로 올라와 성장한 후 산란할 때 바다로 나가는 습성이 있다. 그런데 제방 등 인공 설치물 때문에 치어가 강으로 올라가지 못하는 곳이 많다. 이에 치어가 많이 발견되는 영산강 또는 금강 하구 중 한 곳을 선정해 뱀장어 전용 고속도로를 설치할 계획이다. 뱀장어 자원 회복 및 양식 산업 보호, 안정적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뱀장어 전용 고속도로를 설치하기 위해 내년에 4억 35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고기 가격 이제 인터넷으로 확인
온라인 등에서 물건을 살 때 가격을 비교해보고 가장 경쟁력 있는 가격의 물건을 구입하는 게 일반적인 시대다. 이제 축산물도 가격을 비교해보고 가장 경쟁력 있는 상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축산물 가격비교 플랫폼인 ‘고기넷’을 구축하고 축산 농가와 축산물 상인뿐 아니라 축산물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도 축산물 산지, 도매·소매가격을 모두 제공할 계획이다. 누리집 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구현될 ‘고기넷’ 구축에 7억 8200만 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위험물질 운반 차량
실시간 모니터 체계 만든다
위험물질을 운반하는 차량에 대해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가 구축된다. 정부는 내년부터 위험물질을 운반하는 차량 300대에 모니터링 단말기를 시범적으로 설치하고, 2021년까지 약 1만 8000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 위험물질 차량의 사고 접수와 사고 대응 프로세스를 구축한다. 통해 소방서와 경찰서 등 유관 기관들과 자동으로 연계해 신속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든다. 이를 위해 17억 99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이색 사업 예산 이런 점 기대한다
“인문학 전공자 일자리 창출 효과 있을 듯”
중국의 고전 문헌 동북공정 사업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2018년 예산 중 3억 원을 투입해 〈한국고전총간〉 편찬 사업을 시작한다. 그동안 한문으로 된 우리의 고전 문헌을 번역해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 또 책으로 출판해 전 세계 한국학과 한국 문화·사상 연구에 길잡이 역할을 해온 한국고전번역원 관계자들은 이 소식에 반색을 표했다. 박재영 한국고전번역원 기획홍보실장 역시 희망적인 기대감을 밝혔다.
박 실장은 “중국의 고전 문헌 동북공정에 맞서 더 늦기 전에 한문으로 된 우리 고전 문헌을 집대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확인된 것”이라며 “우리 고전 문헌을 번역·해석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해두지 않으면 중국이 벌이는 역사 동북공정처럼 고서공정(古書工程)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했다.
박 실장은 〈한국고전총간〉 편찬 사업이 중국에 대한 대응뿐 아니라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좋은 해법이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또 “우리의 고전 문헌을 체계화하고 세계화할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한국 고유의 문화와 사상적 정체성 확보는 물론 〈한국고전총간〉 사업을 위해 한문학·한국학 등 인문학 전공자의 참여가 필요한 점을 언급한 박 실장은 “인문학 전공자의 대규모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재영 한국고전번역원기획홍보실장
조동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