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 대회에는 우리에게 생소한 무예 종목이 많이 선을 보였다. 충주 호암2체육관에서 열린 벨트레슬링 대회의 입상자들이 시상대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맨손 무예 연무 종목에 출전한 불가리아의 두 여성이 불가리안 켐포를 시연하고 있다.
무술(武術)은 애초 삶과 죽음의 문제였다. 인간과 인간이 직접 부딪치는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파고들었던 기술이 바로 무술이다. 이기는 자는 삶을 유지했고, 지는 자는 더 이상 숨을 쉬지 못했다. 그래서 무술은 수직과 수평의 결과로 남았다. 이긴 자는 계속 서서 살아갔고, 진 자는 수평으로 죽어갔다. 특히 덩치가 작은 이가 덩치가 큰 이를 제압하려면 그야말로 기술이 필요했다. 동작을 유연하게 하고, 힘을 응축하고, 파괴력을 키우기 위해 젊음을 소진하기도 했다. 깊은 산에 들어가 오직 무술만 단련하다, 어느 날 고수(高手)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거기까지 가기 위해선 수많은 수평과 수직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오가야 했다.
▶말레이시아 원주민 복장으로 연무 종목에 출전한 남자 전사
▶캄보디아에서 온 여성 무예 대표단이 포즈를 취하며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전설적인 액션 영화배우 이소룡이 처음 배운 무술이 바로 영춘권이다. 영춘권은 무술 가운데 유일하게 여성이 만든, 자신보다 힘이 강한 남성을 제압하기 위해 만든 무술이다. 그 여성의 이름은 엄영춘(嚴詠春)이다. 청나라 시절 중국 남부 푸젠성에 살던 영춘은 산적 두목에게 협박을 받는다. 자신과 결혼하지 않으면 가족을 살해하겠다고 했다. 이미 약혼자가 있는 영춘은 슬픔에 빠진다. 그때 우연히 비구니 오매(五梅)를 만난다. 사정을 들은 오매는 산적 두목에게 약혼자와 헤어졌고, 1년 후 결혼하겠다고 말해 시간을 벌어보라고 조언한다. 오매는 바로 소림사 출신 매화권의 달인. 오매는 영춘에게 자신의 무술을 전수했다. 6개월 만에 매화권을 습득한 영춘은 두 개의 사물을 관통하는 가장 짧은 거리는 직선이라는 이론에 입각해 짧고 간결하게 적을 제압하는 권법을 창안했다. 1년 뒤 산적 두목을 만난 영춘은 자신을 손으로 제압하면 결혼해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런 영춘을 가소롭게 여기며 달려들던 산적 두목은 번개처럼 주먹과 발을 날리는 영춘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무술이 수평과 수직을 가르던 시절 이야기다.
▶프랑스식 킥복싱인 사바테에 출전한 각국 대표가 치열한 경기를 펼치고 있다.
▶무기를 들고 하는 남녀 무예 연무 종목에 출전한 필리핀 선수들이 박진감 넘치는 연기를 펼치고 있다.
다양한 무술이 무예와 무도로 발전
시간이 흘러 현대로 접어들며 무술은 대결이 아닌 건강을 유지하는 스포츠 차원으로 존재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무술보다는 무예(武藝)라는 이름으로 현대인의 삶 속에 파고들었다. 또 정신적 수련을 강조하며 무도(武道)라고도 불리게 됐다. 무술이 다양한 형태로 변신을 거듭하며 각종 무예와 무도로 발전한 것이다.
▶인도 여성이 긴 헝겊을 무기로 하는 무예를 선보이고 있다.
▶러시아 격투기인 삼보에 출전한 남자 선수들이 극강의 힘을 겨루고 있다.
8월 30일부터 9월 6일까지 8일간 충주에서는 ‘2019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이라는 독특한 대회가 열렸다. ‘시대를 넘어, 세계를 잇다(Beyond the Times, Bridge the World)’라는 구호 아래 열린 이번 대회에는 106개국 2400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해 20개 종목에서 실력을 겨뤘다. 세계 유일의 국제 종합무예 경기대회인 셈이다.
▶크라쉬에 출전한 두 선수가 중간 휴식 중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기록경기의 하나인 낙법 멀리뛰기에 출전한 한국 선수가 시원한 낙법을 성공시키고 있다.
태권도, 유도, 합기도, 무아이타이, 주짓수, 씨름, 택견 등 익히 알려진 종목도 있었지만 사바테, 카바디, 크라쉬, 펜칵실랏, 벨트 레슬링 등 비교적 우리에겐 낯선 외국의 전통 무예도 포함됐다.
투르크메니스탄이 종합 1위를 차지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금메달 8개·은메달 7개·동메달 4개 등 총 19개 메달을 따냈다. 한국은 2위(금 7·은 7·동 17), 몽골(금 7·은 5·동 6)이 3위, 키르기스스탄(금 7·은 3·동 6) 4위, 카자흐스탄(금 5·은 5·동 6)이 5위를 차지했다.
▶두 명이 하는 격투기 연무 종목에 출전한 말레이시아 선수가 민속음악을 배경으로 연기를 하고 있다.
▶무기 없이 맨손으로 펼치는 개인 연무 종목에 출전한 인도네시아 여성 무예인.
상위에 이름을 올린 국가들을 보면 알겠지만 아시아권 나라가 주로 참가했다. 이번이 두 번째 열리는 2회다. 이시종 충북도시사가 충주 시장으로 있을 때 만든 세계무술축제를 발전시킨 대회다. 개회식에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위짜이칭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 라파엘레 키울리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GAISF) 회장 등이 참석하기도 했다.
▶기왓장 격파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들. 모두 한국 선수다.
▶타이의 펜칵실랏 여성 선수들이 무예 연기를 펼치고 있다. 펜칵실랏은 영화 <아저씨>의 원빈이 구사한 격렬한 말레이시아 전통 격투기다.
입장 수익 0원…경기 룰 깜깜
올림픽 같은 종합경기대회의 운영방식을 도입했지만 아직은 허술한 점이 많다. 주최 쪽은 대회가 끝난 뒤 “15만 명의 관람객이 찾은 성공적인 대회였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동원된 관람객이 많은 자리를 차지했다. 150억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입장 수입은 0원이다. 모든 경기가 무료였다. 우즈베키스탄의 전통 씨름 크라쉬나 러시아 대표 무예 삼보, 말레이시아 왕가(王家)의 무술로 각국 경호원들이 익힌다는 펜칵실랏 등 일부 종목은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 갈고닦은 무예를 무대 위에서 선보이는 ‘연무’ 종목에서는 각종 무예의 정교함과 진지함을 엿볼 수 있었다. 격파와 높이차기, 멀리 낙법하기 등 새로 도입한 기록경기도 눈길을 끌었다.
▶벨트를 서로 움켜잡고 상대를 제압하는 벨트레슬링에서 두 남자 선수가 기량을 겨루고 있다.
▶사바테에 출전한 두 여성 국가대표가 경기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낯선 경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동원된 관람객들은 경기 룰도 모르는 상황에서 제대로 경기에 집중하지 못했다. 유지현 대회 조직위 대변인은 “이번 대회는 세계적으로 무예계에 큰 획을 긋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 명실상부한 ‘무예 올림픽’으로 발전하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베트남의 두 남자 무예인이 철제 삼절곤을 들고 박진감 넘치는 겨루기 연기를 하고 있다.
▶충주무예마스터십 시상을 도와주는 여성의 복장은 한복이다.
글 사진
이길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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