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 저기 좀 봐. 저기저기!”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9월 3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에 있는 체험형 자동차 테마파크. 하늘을 나는 우주선 형태의 독특한 외관이 마치 미래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내부로 들어서니 높은 층고에 중간 기둥 없이 넓게 트인 공간이 시선을 압도한다.
이곳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은 연면적 6만 3861㎡, 지하 5층~지상 9층 규모의 국내 최대 체험형 자동차 테마파크다. 자동차의 탄생 과정 및 기능을 즐겁게 체험할 수 있는 각종 전시 프로그램과 함께 레스토랑, 브랜드 숍, 서비스 센터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평일에는 견학, 직업 체험, 기업문화 탐방을 위한 학교나 어린이집 단체 관람객이 많고, 주말이면 가족 단위 관람객으로 북적인다. 2017년 4월 개관 이후 2년 5개월여 동안 국내외 누적 방문객 수는 70만 3000여 명에 이른다.
▶상설전시 플랜트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은 2019년 8월 한국 경제와 기업, 산업 유산의 중요성을 돌아볼 수 있는 ‘가볼 만한 산업관광지’ 20곳 가운데 한 곳으로 선정됐다. 산업관광은 산업 기반시설과 기업 박물관, 체험관 등이 결합한 테마파크형 복합시설을 중심으로 견학, 직업·제조공정 체험, 기업문화 탐방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관광 형태를 말한다. 현대자동차 스페이스마케팅팀 김용만 부장은 “중·고등학생들이 진로체험 목적으로 이곳을 많이 방문하다 보니 교육청 ‘진로체험 패키지 참여기관’으로 지정되기도 했다”면서 “단순히 놀이공원 같은 공간이 아니라 사회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이나 기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볼 만한 산업관광지 20곳에 뽑혀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은 크게 상설전시관과 테마전시관으로 나뉜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는 상설전시관은 유료로 운영되며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차량 전시와 시승 등을 즐길 수 있는 테마전시관은 사전 예약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쇼케이스 전경
입구에서 이어지는 L층에 들어서면 쇼케이스 공간이 펼쳐진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초대형 커넥트 월(Connect Wall) 영상과 테마별로 전시된 현대자동차를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부터 고객과 마주하는 직원인 ‘구루’가 있다. 구루는 인도어로 ‘현자’ 또는 ‘지식인’으로, 자동차에 해박한 지식인이라는 의미에서 이름 붙였다. 고객을 가장 먼저 맞이하고 필요한 게 무엇인지 파악하며, 자동차 문화부터 공간에 대한 이야기까지 알려주는 게 그들의 역할이다. 김용만 부장은 “구루는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의 모든 프로그램과 공간에 함께한다. 다만 전시 설명은 관람객이 먼저 물어보면 대답한다는 걸 전제로 한다. 관람객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게 우리 서비스의 기준이다”라고 설명했다.
▶키친
쇼케이스 공간은 최신 차종, 친환경 차, SUV, 수소전기차 등 양산차(많이 만들어내는 자동차) 라인을 테마별로 보여준다. 특히 이곳에서는 평소 보기 어려운 화물 운송용 대형 트레일러 ‘엑시언트’가 인기다. 트레일러 내부는 이불, 수납장 등 실제 차 안에서 생활하는 운전자의 공간을 그대로 재현했다. 주말이면 아이들이 시승 체험을 하기 위해 긴 줄을 선다. 쇼케이스 공간에서는 현재 이 대형 트레일러를 포함해 총 18대의 차량을 전시하고 있다. 설계 당시 최대 24대의 자동차를 전시할 계획이었지만, 관람객의 편안한 공간 활용을 위해 재조정한 결과다. 이 밖에도 쇼케이스 공간에서는 관람 프로그램, 시설물, 이벤트 등의 정보 안내와 사진 촬영이 가능한 도우미 로봇 3대도 쉴 새 없이 돌아다니며 관람객을 맞고 있다.
▶쇼케이스 전경│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
쇼케이스 공간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을 주제로 한 상설전시관의 체험 공간이 이어진다. 관람객은 강철을 녹이는 과정부터 차를 만들 때 필요한 네 가지 공정인 ‘프레스(성형)-차체(용접)-도장(도색)-의장(조립)’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다. 김용만 부장은 “이 공간의 방점은 고객과 소통이다. 10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일부 선진 업체들의 커뮤니케이션 공간은 대부분 뮤지엄에 가깝다. 그들과 비교하면 우리는 후발 주자지만, 고객 입장에서 안전을 고민하며 진실하게 자동차를 만든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결과적으로도 매우 잘한 선택이었다. 이를 통해 ‘현대자동차에 대해 다시 알게 되었다’거나 ‘공장을 가지 않아도 자동차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 수 있었다’는 고객이 많다”고 밝혔다.
▶셀프 정비 클래스 체험교육
사운드 공간은 ‘소리도 디자인’ 보여줘
방문한 날은 평일 오전 시간으로 학교에서 온 단체 학생 관람객이 대부분이었다. 한 중학교 단체 관람객들과 함께 본격적인 상설전시관 체험에 나섰다. 체험 프로그램마다 관람객들의 환호와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졌다. L층에서 이어진 계단을 내려와 도착한 0층에는 에어백, 안전기술, 바람, 소리, 엔진 등 실제 현대자동차 연구소의 테마 가운데 몇 가지를 체험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먼저 에어백 공간에는 총 90개의 에어백으로 만든 벽이 있다. 벽을 따라 걷자 파란 불빛이 관람객을 따라온다. 곳곳에 있는 손바닥 이미지를 누르자 수축과 팽창을 통해 에어백의 작동 원리를 보여준다. 또 9개의 에어백이 장착된 제네시스 DH 차량의 단면을 통해 사고 시 에어백이 작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에어백 공간을 책임지는 구루는 “평소 에어백을 볼 기회가 많이 없으니 같이 오신 부모님도 굉장히 신기해하며 체험을 즐긴다. 또 모든 프로그램에 아이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 보니 부모님도 아주 만족한다.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설명하고, 또 어른들도 함께할 수 있으니 색다르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테마 시승
에어백 공간을 지나 도착한 안전기술 공간에서는 더미(인체모형·dummy) 가족의 자동차 충돌 테스트 연구소 방문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실제 연구소에서 ‘스몰오버랩 충돌 테스트’를 한 자동차가 전시되어 있다. 더미 가족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다. 윈드 공간에서는 디지털을 통해 직접 깎은 4대의 모형 자동차 주행 테스트를 통해 공기의 저항이 차체에 어떻게 흘러가는지 볼 수 있다. 자동차의 소리를 연구하는 사운드 공간은 소음으로만 느껴졌던 자동차 소리를 재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오케스트라에서 각각의 악기들이 내는 소리에 영감을 받아 자동차에서 나는 ‘소리도 디자인한다’라는 걸 보여주는 콘텐츠다. 엔진을 표현한 파워 트레인은 단순한 부품 전시를 넘어서는 색다른 공간이다. 엔진을 형상화한 5개의 LED 패널 벽과 웅장한 소리가 마치 엔진 속으로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N브랜드존
에어백, 안전기술, 바람, 소리, 엔진의 다섯 가지 체험을 모두 마치면 현대자동차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상징하는 전시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이동한다. 도착한 디자인 공간에서는 벽면을 둘러싼 초대형 스크린과 움직이는 1411개 알루미늄 봉을 통해 현대자동차의 디자인 철학을 볼 수 있다. 상설전시관의 마지막 프로그램은 자동차 경주대회 라이딩 체험이다. 4D 영화 관람용 안경을 쓰고 특수 제작된 의자에 앉아 안전 바를 내리자 자갈과 웅덩이, 산길 등의 거친 길 위를 질주하는 최고의 라이딩이 펼쳐졌다. 함께 체험에 나선 중학생 관람객들의 반응도 어느 체험 때보다 뜨거웠다. 절벽을 지나 차체가 하늘을 나는 순간 비명과 환호가 절정에 다다랐다. 몸을 가누기 힘들 만큼 화려한 묘기를 몇 차례 선보이자 어느새 피니시 라인이 보였다.
▶어린이 투어
카페, 브랜드 숍, 하늘정원 등 편의시설도
상설전시관의 모든 프로그램을 체험한 뒤 이어진 테마전시관 ‘N브랜드 존’은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차에 대한 기술력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실제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최정상급 투어링카 대회인 ‘2018 WTCR(World Touring Car Cup)’ 첫 정식 출전에 종합우승을 한 데 이어 ‘2019 TCR 아시아 시리즈(Touring Car Series)’ 첫 정식 출전에서도 종합우승과 준우승, 3위까지 휩쓸었다. ‘N브랜드 존’에서는 대회 우승 트로피와 레이싱복을 갖춘 포토존, 시뮬레이터 레이싱, 타이어 교체 등을 체험해볼 수 있다. 이 밖에도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는 관람객을 위한 신차, 리무진, 블루 드라이브 챌린지 등 다양한 테마의 무료 시승 프로그램과 키즈워크 숍, 어린이 교통안전 클래스 등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메가 드라이빙 시승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는 키친과 카페, 브랜드 숍, 하늘정원, 노을계단, 다목적홀 등의 편의시설도 있다. 특히 키친에서는 해비치 호텔 앤드 리조트의 셰프들이 만드는 한식, 양식, 아시안 디저트 50여 가지의 메뉴를 1만~1만 8000원에 즐길 수 있다. 그만큼 관람객뿐 아니라 외부 방문객들에게도 알려진 맛집으로 통한다. 브랜드 숍에서는 미니카와 옷, 문구류 등 90여 개의 상품을 만날 수 있다. 현대자동차와 협업한 탐스 운동화는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어 관람객들에게도 인기다. 김용만 부장은 “시설 운영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바로 방문객의 안전”이라며 “특히 어린이 방문객의 안전을 위해 옷에 부착할 수 있는 전용 안전 스티커와 배지, 안내 책자를 만들어 배포하고, 인근 일산백병원에서 직접 운영하는 의무실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강민진 기자
산업관광지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한국 경제와 기업, 산업 유산의 중요성을 돌아볼 수 있는 ‘가볼 만한 산업관광지’ 20곳을 선정했다. 산업관광은 산업 기반시설과 기업 박물관, 체험관 등이 결합한 테마파크형 복합시설을 중심으로 견학, 직업·제조공정 체험, 기업문화 탐방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관광 형태를 말한다. 선정 기준은 470여 개 대상지 중 운영 프로그램의 매력도와 산업관광 인지도, 주변 관광자원과 연계성 등을 평가했다. 선정된 산업관광지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대한민국 구석구석 누리집(korean.visitkorea.or.kr)에서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