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촌 산울림소극장 맞은편 서원빌딩 6층의 스튜디오코인 사무실. 30여 평 남짓한 공간은 10여 명의 가상현실(VR) 개발자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안경처럼 머리에 쓰고 VR 영상을 즐길 수 있는 장치인 HMD(Head Mounted Display)를 착용하니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17세기 과학자 뉴턴과 함께 직접 지구를 돌려보며 만유인력을 논해보고, 태양계 밖 보이저 1호에 탑승해 우주의 한없는 적막함에 빠져보고, 스튜디오코인이 꾸민 공간에서 모둠별 창작물을 전시하는 ‘우리반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하고, 보트 하나에 의지해 망망대해를 건너는 보트 피플이 돼보기도 한다.
스튜디오코인은 올초 ‘포룸VR: 원더랜드, 앨리스의 선택은’의 개발을 완료했다. 이는 다수가 동시에 참여하는 협동학습형 VR 콘텐츠다. 체험자 1인과 참가자 5인이 주어지는 질문과 상황에 대해 토론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학습 게임을 VR 기술로 구현했다.
문영삼 스튜디오코인 대표는 “포룸(Forum)은 말 그대로 토론회란 의미로, 고대 로마 도시의 공공 광장인 포룸을 뜻한다”면서 “VR를 통해 토론이 열리는 곳 이 바로 포룸VR”라고 설명했다.
ⓒC영상미디어
문 대표는 연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프로그래머다. 지난 2011년 6월 프로그래머와 그래픽디자이너, 기획자 등 세 분야 전문가들이 의기투합해 스튜디오코인을 설립했다. 직원 13명이 교육용 증강현실(AR), VR를 적용한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체험자와 참가자의 역할을 나눠 미션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공동의 가치를 선택하고 스토리를 만들어나가는 RPG(게임 속 등장인물의 역할을 수행하는 롤플레잉 게임) 형식을 취했습니다. 1명의 주인공 체험자(experiencer)가 앨리스가 돼 TV 화면으로 들어가고, 5명의 참가자(participants)가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 질문과 토론을 통해 가치를 추구하는 토론 게임입니다.”
▶ ‘포룸VR : 원더랜드, 앨리스의 선택은’에서 주인공인 VR 체험자 외에 참가 어린이들이 팀을 이뤄 목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 ⓒ스튜디오코인
e-러닝 콘테스트 에듀게임 분야 대상 수상
‘포룸VR’는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VR 산업 중소기업 제작지원 대상 사업으로 선정돼 창업자금 80%(3억 5000만 원)를 지원받았고, 6개월의 개발 작업을 거쳐 올해 2월 완성됐다. ‘포룸VR’는 올해 8월 13일 ‘제13회 e-러닝 우수기업 콘테스트’에서 에듀게임 분야 대상인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문 대표는 “전형적인 VR 모델을 탈피하고 독창적인 다중협력 시스템을 제안한 것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콘텐츠 개발사에게는 콘텐츠를 시작할 수 있는 씨앗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런 측면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지원, 그리고 한국 제1호 가상현실협동조합인 광주VR업체협동조합도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문 대표는 “HMD를 착용한 체험자와 함께 참가자(동료)들이 원더랜드를 탐험하고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1인 체험으로 그치지 않고 기존 VR와는 다른 깊이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고 자부한다”면서 “얼마 전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6학년 5개 학급을 대상으로 한 ‘포룸VR’ 연구 수업은 열광적이었다”고 전했다. 학생 설문조사와 학계 분석에서 ‘포룸VR’ 콘텐츠가 흥미롭고, 교우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의사소통의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검증받았다고 한다.
문 대표는 “이후 학교 사업화 문제는 숙제로 남아 있지만 현재 논의 중인 체험존 사업, 지자체 도서관 입점 등 하루라도 빨리 공간이 확정돼 ‘포룸VR’를 대중에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VR 시장이 안정적으로 안착하길 바랄 뿐이죠. VR라는 하드웨어가 나와도 소프트웨어가 채워주지 못하면 VR 시장은 죽고 맙니다. 마치 3D 입체 TV처럼 처음에 기술과 자본이 이끌어가다가 결국 3D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지 못하니까 유저인 시청자들에게 외면당해 시장이 시들어버린 것처럼요. 유저들에게 새로운 의미를 선사하는 VR 콘텐츠가 필요합니다.”
스튜디오코인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매력적이면서 가치를 창출하는 콘텐츠를 계속 개발하고 있다. 문 대표는 “스튜디오코인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재난안전 관련 VR를 제작 중”이라며 “‘포룸VR : 원더랜드, 앨리스의 선택은’ 후속작으로 ‘포룸VR : 오즈의 마법사’, ‘포룸VR : 11소년 표류기’ 등을 곧 선보일 예정”이라고 했다. 그리고 “스튜디오코인은 게임 차원에 머물러 있는 VR 시장에서, 왜 꼭 VR여야만 하는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차원에서 유의미한 VR 교육 모델을 만드는 데 설립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스튜디오코인은 오는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17’에 참가한다. 문 대표는 “현재 국내에서 교육용 VR를제작하는 업체는 스튜디오코인이 유일해 VR 콘텐츠로 세계시장을 노크해볼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오동룡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