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섬으로 알려진 제주, 그곳에는 우리 현대사에 아픈 상처가 남아 있다. 제주 4·3이다. 제주 4·3 발생 70년을 맞아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제주 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제주 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제주 4·3 이젠 우리의 역사 특별전’이 3월 29일부터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 제주4·3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 모습 ⓒC영상미디어
2001년 5월 30일 기준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에 신고된 희생자는 1만 4028명이다. 우리 현대사에서 1950년 6·25전쟁 다음으로 많은 민간인 희생자를 낳은 사건이다.
제주 4·3은 1980년부터 민간 차원에서 시작된 희생자들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요청이 제기됐다. 이를 계기로 2000년 1월 12일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공포됐고, 같은 해 8월에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를 통해 정부 차원의 진상 규명과 조사가 시작됐다. 2003년에는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가 나왔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측은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를 기초로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며 “정치와 이념을 떠나 평화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 아래 당시 희생된 제주도민의 아픔을 되돌아보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전시회가 열리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로 들어서면 먼저 ‘제주 4·3 이젠 우리의 역사’라고 쓰인 대형 포스터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이 메인 포스터 맞은편에는 ‘열네 살 아이의 4·3’이란 제목으로 제주 4·3 생존자인 김인근 할머니가 살아온 이야기가 전시되고 있다. 이곳에는 4·3 당시 어머니를 잃은 김인근 할머니가 미술치료를 받으며 직접 쓴 글과 그림 그리고 편지들을 볼 수 있다.
이번 특별전은 ‘프롤로그’, ‘1부 저기에 있는 봄’, ‘2부 흔들리는 섬’, ‘3부 행여 우리 여기 영영 머물지 몰라’, ‘4부 땅에 남은 흔적, 가슴에 남은 상처’, ‘에필로그’로 구성돼 있다.
본격적인 관람은 기획전시실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들어서면 ‘1부 저기에 있는 봄’부터다. 이곳에서는 일제강점기 제주 주민들의 항일운동 내용과 자료들로 구성돼 있다. 일본에 의해 관제화된 해녀조합에 맞서 1932년 제주 해녀들이 벌인 ‘해녀항일운동’, 제주 청년과 농민들의 항일운동 이야기를 들려준다.
▶ 제주4·3을 배경으로 그린 작품이 전시돼 있다. ⓒC영상미디어
희생자와 유족들의 안타까운 이야기
1부 공간을 지나면 바로 ‘2부 흔들리는 섬’을 만나게 된다. 2부에서는 35년의 일제강점에서 벗어난 후인 1947년의 제주와 제주 4·3이 벌어진 시점을 보여준다. 바로 이어진 ‘3부 행여 우리 여기 영영 머물지 몰라’에서는 4·3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곳 한쪽 벽면에는 진압군과 무장대, 양측에 의해 다수의 민간인이 희생된 제주 지역의 참상을 보여주는 작품이 전시돼 있다.
‘4부 땅에 남은 흔적, 가슴에 남은 상처’에서는 4·3으로 빚어진 아픈 모습이 전시돼 있다. 4·3 당시 총격으로 턱을 잃고 제대로 먹지도 말하지도 못한 채 살아야 했던 무명천 할머니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소개돼 있다.
국가기록원의 협조로 ‘제주도지구 계엄 선포에 관한 건’과 ‘수용자신분장’ 등 4·3 관련 국가기록물 원본 9건을 전시했다. 다만 기록물 보존·관리를 위해 4월 10일까지 원본을 전시하고 이후에는 복제본으로 대체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6월 10일까지 이어진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정치·이념을 떠나 더는 이런 비극이 없어야”
이용석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관
“제주 4·3은 제주만의 역사가 아니라 한국의 비극적 역사입니다. 정치와 이념을 떠나 더는 이런 비극이 없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 특별전을 준비한 것입니다.”
이용석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관이 ‘제주 4·3 이젠 우리의 역사 특별전’을 개최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 연구관은 제주 4·3은 6·25전쟁 다음으로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한 우리 역사의 비극이지만 그동안 제주만의 아픈 역사로 인식돼온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데올리기와 정치적 상황에 의해 그동안 희생자들조차 4·3에 대해 제대로 말을 꺼내기 힘들었다”며 “이번 특별전은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담았다”고 했다.
이 연구관은 지금까지 제주도 안에서 4·3을 조명하는 전시는 있었지만 서울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했다.
이 연구관은 이번 특별전에 대해 정치와 이념과 무관하게 “제주 4·3이 어떻게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소개하는 형태로 구성했다”며 “‘(지금) 우리라면 이런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갔을까’ 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조동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