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우리나라 겨울 날씨를 일컬어 ‘삼한사온’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제 삼한사온이라는 말은 사라지고 ‘삼한사미’라는 말을 써야 할 듯하다. 사흘은 영하 10도를 넘어서는 한파가 닥치고 나흘은 날씨가 좀 풀리는 대신 고농도 미세먼지가 대기를 뒤덮는다.최근 한파가 주춤한 일주일쯤 되는 기간 동안 미세먼지 농도는 아주 나쁨(151㎍/㎡)을 기록하며 한반도의 대기를 흐려놓았다.
▶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인 지난 1월 21일 오후 서울 남산 일대 모습(좌)과 ‘나쁨’인 지난 1월 18일 오전 남산 일대 모습(우) ⓒ연합
미세먼지는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0.001cm) 이하의 먼지로 PM(Particulate Matter)2.5라고도 한다. 주로 자동차 배출 가스나 공장 굴뚝 등에서 배출되며 중국에서 황사가 불어오는 날에는 더 심해지기도 한다. 미세먼지는 건강을 서서히 해치는 물질이다. 대기 중으로 배출된 가스 상태의 오염물질이 아주 미세한 초미세먼지 입자로 바뀌면서 허파꽈리 등 호흡기 가장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혈관을 파고들기도 한다. 겨울철은 온도가 낮아 대기 순환이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다른 계절에 발생하는 미세먼지보다 더 농도가 짙어 주의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에서 배출되는 블랙카본(Black carbon)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블랙카본은 석탄, 석유, 나무 등 연료가 불완전 연소할 때 나오는 그을음을 말한다. 자동차 배기관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를 생각하면 된다. 블랙카본이 섞인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면 면역력이 급격히 저하돼 감기, 천식, 기관지염 등 호흡기질환은 말할 것도 없고 뇌질환, 심혈관질환, 피부질환, 안구질환 등 각종 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 특히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나 천식을 앓고 있는 사람은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되도록 외출을 자제하고 실내에 있는 것이 좋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미세먼지 대처 행동 요령을 미리 숙지해 건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미세먼지로 인해 생기는 병을 예방할 수 있는 생활 속 작은 습관은 어떤 것이 있을까?
▶ 미세먼지와 황사가 나쁨을 기록했던 지난 1월 18일 경복궁에 견학 온 어린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연합
미세먼지 농도가 ‘약간 나쁨’을 기록하면 노약자는 장기간 실외 활동을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외출을 했다면 긴 소매 옷을 입고 렌즈 대신 안경을 착용하도록 한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도로변, 공사장 등에는 되도록 가지 않는 것이 좋다. 미세먼지가 ‘나쁨’인 날에는 외출 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보건용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보건용 마스크는 입자 차단 성능을 나타내는 ‘KF80’, ‘KF94’로 표시돼 있다.
KF80은 평균 0.6㎛ 크기 미세먼지를 80% 이상 걸러낼 수 있다. KF94는 평균 0.4㎛ 크기 입자를 94% 이상 걸러낼 수 있다. 보건용 마스크는 빨아서 다시 쓰면 효과가 크지 않다. 세탁을 하면 마스크 모양이 변형돼 기능을 유지할 수 없고 오히려 먼지나 세균에 오염될 가능성이 높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현관 밖에서 바람이 부는 방향 쪽으로 옷을 잘 털어낸다. 그런 다음 손을 씻고 양치를 꼼꼼히 하고 샤워를 해 몸에 붙은 미세먼지를 씻어낸다. 외출 후에는 반드시 머리를 감고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미세먼지를 씻어내지 않으면 두피의 모공 사이에 끼어 두피 호흡을 방해하고 모낭 세포를 파괴해 심할 경우 영구 탈모가 생길 수 있다. 손과 코는 물로 자주 씻어주고 눈이 따갑거나 이물질이 느껴질 때는 수시로 인공눈물이나 세안액을 사용해 각막을 깨끗이 씻어주는 것이 좋다.
▶ 해조류는 몸속에 있는 중금속을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조선DB
농도 높은 날엔 미역, 다시마 등 섭취
미세먼지가 심한 날 가정이나 사무실 등 실내에 있다면 창문을 닫고 외부 공기가 유입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과일이나 채소 같은 식재료는 랩이나 비닐을 씌워 미세먼지와 직접적으로 닿지 않게 보관한다. 또 반찬 등 남은 음식은 뚜껑을 덮어 밀폐 보관을 하는 게 좋고 공기청정기 등 공기정화장치를 틀어 실내 공기를 청결하게 유지하도록 한다.
때에 따라서는 하루 3회 정도 환기를 해주는 것이 좋다. 환경부에 따르면 일반 가정집의 미세먼지 농도는 40㎍/㎡ 이하다. 그러나 고기나 생선을 구울 때(1580~2530㎍/㎡), 청소기로 청소할 때(200㎍/㎡), 이불을 털 때(250㎍/㎡), 실내에서 흡연할 때(1만㎍/㎡)는 실내 미세먼지가 오히려 바깥보다 더 높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환기를 해줘야 한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부득이하게 환기를 했다면 창문을 닫은 후에는 물걸레로 집안 구석구석을 닦아 미세먼지를 없애야 한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몸에 쌓인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 효과적인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미역, 다시마, 파래, 매생이 등 해조류를 섭취하면 알긴산 성분이 미세먼지에 붙은 중금속을 흡착해 몸 밖으로 배출하고 혈액을 맑게 해준다. 항산화물질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면 미세먼지 배출에 도움이 된다. 배에 들어 있는 루테올린 성분은 기침과 가래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유자, 자몽, 오렌지 등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은 우리 몸의 면역력을 기르는 데 좋다. 미나리도 중금속을 배출하는 데 탁월한 효능이 있다. 알칼리성 채소인 미나리에는 각종 비타민, 무기질, 식이섬유가 풍부해 중금속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데 효과적이다. 마, 연근, 야콘 등 뿌리채소는 면역력을 높이고 호흡기가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준다.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 물을 자주 마시면 몸속에 들어온 미세먼지와 중금속 같은 유해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맑고 깨끗한 물을 식전과 식후에 수시로 마시면 몸의 노폐물이 신속하게 빠져나간다. 하루에 최소한 8잔 정도는 마시는 것이 좋고 한꺼번에 많은 양을 섭취하는 것보다 한 컵씩 수시로 마신다.
장가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