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태양보다 더 뜨거운 젊은이들이 있다. 엄홍길휴먼재단 주최로 7월 7~22일 총 15박 16일간 진행된 ‘2018 DMZ 평화통일대장정’에 오른 대학생들이다. 고성통일전망대, 화천 평화의댐, DMZ 155마일 등을 걸으며 하루 10시간 이상의 강행군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쟁취한 참가 대학생 두 명의 소감을 들어봤다.
▶ 7월 7~22일 총 15박 16일간 진행된 2018 DMZ 평화통일대장정 ⓒ엄홍길휴먼재단
평화통일 향한 15박 16일의 발걸음
7월 7일, 약간의 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대장정을 시작했다. 지나가는 우리를 응원해주시던 주민들에게 웃으며 인사를 할 만큼의 여유도 잠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우리는 걷고 또 걸었다. 우리를 시험하듯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속에서도 치열한 싸움은 계속됐다.
가파른 진부령을 넘을 땐 이를 악물어 입술에서 피가 났다. 땅굴 언덕을 오를 때는 옆 팀원의 손이 부서질 듯 세게 잡고 걸었다. 숙영지에 도착해서는 물집과 싸우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내일 다시 걸어야 하기에 피할 수 없었다. 우리는 물집 때문에 뒤뚱뒤뚱 좀비처럼 걸어 다니고, 덜 마른 옷을 입어 피부염이 나기도 하고,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서로를 응원했다. 우리는 결국 싸움에서 이겼고, 대장정을 시작한 지 16일 만에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에 도착했다.
이번 대장정을 통해 느낀 점이 있다. 첫째, 할 수 있다고 믿으면 반드시 하게 된다는 것. 대장정 중 무모해 보이는 순간에 닥쳐도 자신을 믿었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할 수 있다’를 되뇌었다. 그리고 마침내 완주했다.
둘째, 강한 긍정과 신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긍정적인 상황에서는 누구든지 잘 해낼 수 있다. 그러나 부정적이고 힘든 상황을 잘 헤쳐나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헤쳐가기 위해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마지막으로 리더의 자세를 배웠다. 엄홍길 대장님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의연한 모습을 잃지 않고 먼저 걸으며 대원들의 안전과 휴식을 생각했다. 길게 말하지 않고도 눈빛만으로 대원들의 가슴에 열정을 불어넣는 리더의 모습을 보며 나 또한 훗날 그런 리더가 되리라고 다짐했다.
첫 오리엔테이션에서 나는 여학생 대표를 자청했다. 덕분에 출발할 때마다 구호를 외쳐 늘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항상 전체를 생각하느라 시간을 좀 더 쪼개 써야 했다. 누군가 내게 “왜 사서 고생하느냐”고 물었다. 그래도 이 경험을 통해 나 자신이 생각보다 강하다는 걸 확신했다. 아울러 우리를 응원하고 후원해준 분들이 있어 도전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만큼 나 또한 나누며 살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 여정이었다.
신혜연│서울여대 3학년
▶ 7얼 22일 350km 완주를 마치고 파주 임진각에 도착한 단원들 ⓒ엄홍길휴먼재단
내 인생 가장 뜨거웠던 여름
15박 16일의 DMZ 평화통일대장정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350km를 걸으며 내 발과 발목은 퉁퉁 부었다. 다리는 바지선을 경계로 까맣게 탔고 팔은 검게 그을렸다. 내성발톱도 곪았다. DMZ 평화통일대장정은 강원 고성통일전망대를 출발해 진부령, 화천 평화의댐, 철원, 연천을 거쳐 파주 임진각에서 마무리됐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럼에도 완주할 수 있었던 요인은 두 가지였다. 우선 강한 의지다. 장맛비와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도 우리의 의지는 같았다. 비에 발이 불어 너덜너덜해져도 아픈 내색하지 않고 걷는 대원들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 또 다른 하나는 단합력이다. 무더위에 아스팔트가 끓어오르고 진부령 능선을 넘으며 힘이 빠지고 무릎도 꺾였다. 그러나 한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치며 서로를 이끌어주는 마음은 우리 의지를 더 강하게 해줬다.
대장정을 마치고 다시 도시로 돌아왔다. 도시와 정반대의 풍경인 DMZ가 생각난다. 산으로 둘러싸인 그곳에서는 평소 보기 힘든 동물이 우리를 반겨줬다. 사람의 손길이 잘 닿지 않아 그렇다는 설명을 듣고, 안보를 위해 헌신하는 군인을 보며 대한민국의 분단 현실을 실감했다. 남북관계는 복잡하다. 하지만 ‘평화통일’은 모두가 지향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통일 대한민국에서 살아갈 때 DMZ라는 것이 있었고 그곳을 걸으며 인생에서 가장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고 추억하며 말하고 싶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가치를 실감한 15박 16일의 대장정이었다.
조원태│한국교통대 3학년
“평화통일 여정에서 그대의 잠재력을 깨웠길”
엄홍길(산악인)
2013년 정전협정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한 평화통일대장정이 벌써 여섯 번째 여정을 마쳤다. 대학생들이 전 세계 유일의 분단 현실을 직시하며 평화통일에 대한 염원을 고취하고자 한 의도였다. 젊은 시절, 도전이라는 값진 경험 속에서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강한 정신력·체력·자신감도 기를 수 있길 바랐다.
매년 무더위와 싸우지만 올해는 유난히도 날씨와 사투를 벌였다. 처음 나흘간은 비가 내렸다. 강원도 일대는 여름이어도 비가 내려 쌀쌀했다. 바람까지 거세게 불자 대원들은 추위에 고생했다. 반면 화천 평화의댐을 지나자 중서부 평지로 들어서면서 이례적인 폭염까지 더해져 대원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배낭을 메고 하루 10~12시간씩 걷는 강행군에도 다행히 큰 사고 없이 15일이 지났다. 이 여정을 통해 대원들은 그동안 몰랐던 잠재력을 깨달았다고 본다. 큰 어려움을 이겨내니 자신감도 얻었다. 또 동해 바다를 끼고 산과 계곡을 배경으로 걸으며 우리나라 금수강산이 이토록 아름답다는 사실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얻은 듯했다. DMZ에서 평화통일 강연을 듣고 북녘 땅을 바라보며 대원들이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짧고도 긴 15박 16일의 여정을 통해 이들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과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기회였길 바란다. 또 앞으로 펼쳐질 인생에서 더 큰 꿈을 향해 멈추지 않고 도전하는 초석이 됐길, 그대들의 앞날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