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 5대 명산 중 하나인 전남 장흥의 천관산은 아름다운 억새밭과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해마다 가을이면 은빛 억새가 푸른 다도해와 어우러져 최고의 절경을 자아내 전국의 관광객을 이곳으로 모이게 한다. 이번 가을에도 역시 억새의 낭만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서울에서 천관산에 가려면 조금 일찍 서둘러야 한다. 서울 광화문에서 정동쪽에 정동진이 있다면, 정남쪽으로 선을 쭉 그으면 나타나는 정남진 장흥이다. 서울 만남의 광장을 기준으로 총거리 374.46km. 대략 5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꽤 먼 거리다.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무안광주고속도로를 타다가 나주 방면에서 지방도로를 타고 쭉 내려가야 만날 수 있다. 햇살 속 억새의 낭만을 즐기려면 부지런히 서둘러야 한다.
천관산은 지리산, 내장산, 월출산, 능가산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으로 손꼽힌다. 정상 부근의 바위들이 비죽비죽 솟아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주옥으로 장식한 천자의 면류관 같다고 해서 천관산이라 이름 붙였다. 다른 산에 비해 규모나 높이가 나을 것이 없는데도 함께 언급되는 것은 사람을 부드럽게 맞아들이는 듯한 빼어난 산세 때문이다.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아 있는 봉우리마다 봄에는 동백꽃, 가을에는 억새가 장관을 이룬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천관산은 억새의 산이라고 불린다. 아홉 개의 암봉이 억새와 어우러진 풍경은 어디에서도 만나기 어려운 장관이다. 게다가 산에 오르면 남해안 다도해가 한 폭의 동양화처럼 펼쳐지고, 북으로는 영암의 월출산, 장흥의 제암산, 광주의 무등산이 한눈에 들어와서 그야말로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억새만 보았던 도시인에게 이 풍경이 더욱 이색적이고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당연한 일. 올해도 전국에서 억새를 찾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룰 것은 당연한 풍경이다.
▶ 천관산 정상에서 억새를 즐기는 등산객들
역광으로 볼 때 가장 아름다운 억새
은은한 빛을 가진 억새는 역광으로 볼 때 가장 아름답다. 능선에 올라서는 시각이 오전 10시 이전이면 환희대에서 연대봉으로 방향을 잡고, 오후 3시 이후에는 반대쪽으로 산행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팁이다.
가장 많이 알려진 천관산의 산행 코스는 장천재를 기점으로 삼고 선인봉-종봉-구정봉-환희대-억새 능선-연대봉-봉황봉 능선을 거쳐 다시 장천재로 내려서는 코스다.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산행에 능숙하지 않은 초보자들이라면 탑산사에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장천재 기점 산행은 해발 100m 안팎 높이에서 시작하는데, 탑산사 기점은 차를 타고 해발 300m 가까이에서 시작한다. 구룡봉 능선, 닭봉 능선, 불영봉 능선 등 다양한 코스가 있으니 컨디션에 따라 걸으면 된다. 억새 능선을 가장 빨리 오르는 코스는 닭봉 능선으로 알려져 있다. 모두 50분 정도 소요된다.
정상에 오르면 40만 평의 억새밭이 장관을 이룬다.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탁 트인 억새밭의 풍경을 보면 숨이 탁 트인다. 억새 능선의 중간인 환희대는 2013년 영화 ‘해적’을 촬영한 장소다. 해적으로 전업을 하려던 산적들이 멀리 바다가 보이는 산 위에서 넋을 잃고 쉬는 모습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 천관산 문학공원
▶ 천관산 억새
천관산의 억새 능선이 가장 아름다운 것은 노을과 운무다. 황금빛 억새밭에서 석양과 운무가 연출하는 절경은 산행의 묘미를 더한다. 솜털 같은 눈꽃을 틔운 억새들이 석양에 물들면 산 전체가 온통 황금빛이 된다. 이때 주의할 것은 황홀한 억새의 장관에 빠져서 하산 시간을 놓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천관산에는 해가 떨어져 캄캄해진 산길을 내려오는 등산객이 유난히 많다.
억새를 충분히 즐긴 후에는 산 중턱에 있는 천관사에 들르는 것도 추천한다. 신라 애장왕 때 영통화상이 세운 곳으로 현재 법당, 칠성각, 요사 등이 남아 있다. 3층 석탑, 석등, 5층 석탑 등 문화유적들도 있으니 땀을 식히고 내려가는 것이 좋다.
맑은 날은 크게 상관이 없지만,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올 때는 방풍보온 의류를 꼭 챙겨야 한다. 천관산은 비바람을 피할 곳이 거의 없고, 햇살을 피할 만한 곳도 많지 않다. 모자를 꼭 챙겨서 햇살을 피하는 것도 요령이다.
문학공원, 정남진 전망대,
장흥삼합 등 즐길 거리 풍성
▶ 1 정남진 전망대 2 정남진 장흥 토요시장 3 토요시장 할머니 장터 4 한우삼합
천관산이 위치한 전남 장흥군은 억새 말고도 볼거리, 먹거리가 풍부한 곳이다. 예로부터 문림(文林) 고을이라 알려진 이곳에는 국내 최초로 야외 문학공원이 조성돼 있다. 이 지역 출신의 문학가인 한승원, 이청준, 송기숙을 비롯해 전상국, 구상, 안병욱, 이성복, 박범신 등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시인, 소설가, 수필가, 아동문학가의 글을 자연석에 새겨 넣은 54개의 문학비가 세워져 있다. 높이 15m, 폭 9m의 7층 규모 문탑에는 국내 유명 문인 39명의 작품과 육필 원고, 연보가 캡슐에 담겨 보관돼 있다. 지역 주민들이 자력으로 쌓아올린 600여 개 사랑의 돌탑도 눈길을 끈다.
아름다운 바다를 만나고 싶다면 장흥의 랜드마크인 정남진 전망대를 놓쳐선 안 된다. 10층으로 조성된 정남진 전망대는 태양과 파도를 형상화해서 만들어졌다. 이곳에 오르면 잔잔한 남해 풍경이 한눈에 들어와 천관산 정상과는 이색적인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청정한 남해 바다에서 건진 해산물과 한우 등 먹을거리로도 빠지지 않는다. 대표적인 먹거리는 장흥한우삼합이다. 키조개, 표고버섯, 한우를 함께 먹는 장흥한우삼합의 주재료인 한우는 품질이 좋기로 정평이 나 있다. 전국 생산량의 84%를 차지하는 키조개 역시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싱싱한 맛이다. 장흥읍 정남진 토요시장에는 식당 24곳이 모여 한우삼합을 판매하고 있으니, 주말을 이용해서 들르면 더욱 풍성한 가을 여행을 완성할 수 있다.
여행 정보
장흥군청 문화관광과 061-860-0224, 0380(주간), 061-863-7071(야간)
등산 코스
① 장천재 > 체육공원 > 금강굴 > 환희대 > 연대봉 (3.6km/1시간 40분 소요)
② 장천재 > 체육공원 > 금수굴 > 억새평원 > 연대봉 (2.6km/1시간 40분 소요)
③ 장천재 > 양근암 > 정원석 > 연대봉 (2.5km/1시간 30분 소요)
④ 천관사 > 환희대 > 억새평원 > 연대봉 (3.3km/1시간 40분 소요)
⑤ 탑산사 > 불영봉 > 연대봉 (2.1km/1시간 10분 소요)
⑥ 탑산사 > 닭봉능선 > 닭봉헬기장 > 연대봉 (1.5km/1시간 소요)
⑦ 탑산사 > 탑산암 > 구룡봉 > 환희대 > 억새평원 > 연대봉 (2.8km/1시간 30분 소요)
⑧ 유자농장 > 불영봉 > 연대봉 (3.0km/1시간 50분 소요)
⑨ 유자농장 입구 > 장검봉 > 구룡봉 > 환희대 > 연대봉 (4.2km/2시간 30분 소요)
⑩ 천관산자연휴양림 > 진죽봉 > 환희대 > 연대봉 (2.5km/1시간 30분 소요)
교통 호남고속도로 동광주 IC > 제2차 순환도로 > 소태 IC > 29번 국도 > 화순 > 이양 > 839번 지방도로 > 봉림리 삼거리 > 820번 지방도로 > 23번 국도 > 장흥읍 > 23·77번 국도 방향으로 진입. 목포나 순천 방면 2번 국도를 타고 장흥읍까지 간 다음 23·77번 국도를 따라 관산이나 대덕까지 접근.
식당 천관마루(표고버섯) 061-867-2366 대호정(활어회, 아구찜) 061-867-0505 삼거리(해물탕) 061-867-1915 향미식육식당(삼겹살) 061-862-2677
숙박 천관산자연휴양림 전남 장흥군 관산읍, 061-867-6974 천관마루 전남 장흥군 관산읍당월길 37, 061-867-2366 로얄장 전남 장흥군 관산읍옥당3길 4, 061-867-3336
임언영 | 위클리 공감 기자
사진|장흥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