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의를 파악하는 창구는 많을수록 좋다. 정책과 행정의 성공 여부가 민의 수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명절이나 선거철에 시장과 터미널을 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 역시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이곳은 정부의 정규직 전환 의지가 담긴 상징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공식 외부 행사로 찾은 곳이 바로 인천국제공항공사였다. 문 대통령은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공공부분 비정규직 제로’ 선언을 했다. 실제로 2017년 12월 26일,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 규모와 방식에 대한 노사 합의가 이루어졌다. 정부의 의지가 정책으로 결실을 맺은 현장,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국민들은 정부와 사회에 어떤 바람과 기대를 갖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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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의 능력과 청렴도 높여 국가 경쟁력 향상해야”
“공무원이 되기 위한 노력만 있고 된 이후 안주한다면 국가 경쟁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공무원=철밥통’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공무원 사회에도 무능과 부조리를 과감하게 없앨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건축 관련 일을 하는 강재명 씨는 평소에 공무원을 접할 기회가 많다. 그래서 공무원들의 무능과 무사안일한 태도를 변화의 주체로 지목했다. 공무원의 청렴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청렴은 누구나 지켜야 할 도리지만 공직자의 청렴도는 일반 시민보다 더 높아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의 혈세가 꼭 필요한 곳에 적절히 사용될 테니까요.”
청렴은 공무원의 6대 의무 중 하나로 직무와 관련해 직접 또는 간접을 불문하고 사례·증여·향응을 수수할 수 없다고 명시된 공직자의 가치다. 강씨는 “공무원이 사적 이익을 탐해 공무를 행사하면 공정한 업무 수행이 불가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패가 심할수록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국민통합과 경제발전을 저해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는 “이렇게 되면 궁극적으로 정부 정책의 추진 동력을 상실하고 국가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강재명(42·인천광역시)
“등록금·주거비 부담 줄었으면…최저임금 인상 반가워”
요즘 대학생들은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산다. 학자금 대출 상환, 기약 없는 취업 준비, 치솟는 집값 등 과도한 삶의 비용 때문이다. 많은 학생이 20대 초반부터 학자금 대출이라는 빚을 떠안는다. 공미선 씨 역시 대학 등록금을 가장 큰 부담으로 꼽았다.
“금융공학을 전공하는데, 경영대에 속해 있지만 공대에 버금가는 등록금이라 많은 부담이 돼요. 졸업 후에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는데, 대학원은 장학금 지원이 학부보다 더 적어 고민이에요.”
내년부터 서울대 등 전국 41개 국립대가 입학금을 폐지하고, 사립대 역시 5년에 걸쳐 폐지하기로 교육부와 합의한 상태다. 하지만 이것은 학부 입학금에 해당하기 때문에 대학원 신입생들은 현행대로 입학금을 내야 한다. 입학금 폐지 논의에서 대학원생들은 제외된 상황이다.
“자취하는 친구들은 월세와 생활비 부담이 정말 커요. 요즘은 대학생들의 휴학이 잦은데, 취업 부담 때문이기도 있지만, 월세 부담 때문인 경우도 많아요.”
실제로 대학 기숙사는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고 대학가 인근 전월세 값이 만만치 않다. 대학생 주거 문제를 해소할 기숙사 건립은 인근 임대업자들의 반대와 행정 절차에 발목이 잡혀 난항 중이다. 물론 어려움 속에서도 좋은 소식도 있다. 2018년부터 7530원으로 인상되는 최저시급 때문이다.
“친구들이 정말 큰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해요. 같은 일을 하는데 받는 금액이 늘어나니까 피부로 체감되는 거죠.”
공미선(25·경기 용인)
“맞벌이 부부도 맘 편히 아이 키울 수 있는 사회 됐으면”
5세 남자아이를 키우며 맞벌이로 살고 있는 전명운 씨. 그는 요즘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새삼 깨닫고 있다.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아이가 갑자기 아프거나 어린이집 방학과 같은 긴급 상황에 대처하기가 쉽지 않아요. 부부 중 어느 한 명이 집에 없으면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죠.”
전명운 씨는 부모의 공백을 돈으로 메우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남는 시간에 ‘학원 뺑뺑이’를 돌리고, 베이비시터 비용을 지출하고 나면 무엇을 위해서 일하는지 복잡한 심정에 빠지기도 한다. 정부의 지원이 있다고 하지만 국·공립의 문턱은 높고, 방과 후 정원도 제한이 있어 실질적인 대안이 되지 않는다. 전명운 씨 역시 “국·공립은 벌써 떨어졌다”며 체념했다.
“아침 7시에 맡기고 저녁 7시에 아이를 데려올 수 있는 것처럼 돼 있지만 그렇게 운영되는 곳이 많지 않고, 그렇다고 해도 등·하원 도우미가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전명운 씨는 처가의 도움을 받으며 육아를 하는 상황이다. 근처에 살고 계시지만 아이가 어려서 사실상 입주 형태라 할 수 있다. 조부모의 도움을 받는 가정은 운이 좋은 편에 속하지만, 또 다른 고민이 있다. 부모님의 노후를 육아와 맞바꾸는 것에 대한 송구함이다. 육아 문제는 부부 차원을 넘어 3대가 얽혀 있는 사회 현상이기도 하다.
“출산율을 높이는 것에 정책과 지원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아이를 키우는 것부터 수월해져야 아이 낳는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전명운(37·경기 성남)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으로 처우 개선 이뤄야”
“소방 장비를 사비로 사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 이런 일은 앞으로 없었으면 합니다.”
송재문 씨는 최근 일어난 제천 화재 참사를 언급하며 소방관들의 국가직 전환에 대해 이야기했다. 현재 소방공무원은 98.8%가 지방직이고 1.2%만이 국가직이다. 지방직 소방공무원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에 따라 인력, 소방 장비 등 근무조건 차이가 크다. 소방관이 사비를 털어 안전장갑을 구입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화재 참사 뒤에는 항상 소방공무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있습니다. 소방관 처우 개선은 개인의 일이 아니라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국가직으로 전환되면 시·도별 차별 없는 소방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현재 119안전센터 하루 근무 인원의 경우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 지역은 6~7명인데 도 지역은 4~5명에 불과하다. 국가직으로 전환되면 통일된 예산과 조직을 모든 지역에 고르게 배분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소방관의 처우 개선은 물론 지역 간 재난 대응 격차도 해소할 수 있다.
송재문(25·인천광역시)
“문화·예술 창작자들에게 실질적인 지원 이뤄져야”
박인애 시인은 문화·예술 분야에도 실질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故) 최고은 작가가 2011년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사망해 사회적 충격을 주었지만 지금까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는 지적이다.
“프랑스의 경우 일 년에 한 번 정도 국가에서 예술가들의 창작품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지원합니다. 그렇게 하면 안정적으로 다음 창작을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지지요.”
문화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대이다. 문화 역량이 국가의 경쟁력을 선도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문화·예술의 사회적 역할이 강조되지만 경제적 문제까지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예술인은 혼자서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며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수준 높은 창작활동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문화예술 투자가 이뤄져야 합니다. 문화예술계 지원 사업은 경제적인 이유로 창작활동을 중단하지 않도록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과 같습니다.”
박인애(48·경기 파주)
“서류에만 존재하는 보육교사 월차 보장되길”
안기정 씨는 20년 만에 베트남으로 친구들과 여행을 떠난다. 모두 큰맘 먹고 시간을 냈지만, 그중에 보육교사로 일하는 안기정 씨의 참석이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보육교사에게 월차와 연차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권리예요. 너무 당연한 것인데, 동료들에게 너무나 미안해하면서 여행을 떠나게 되네요. 보육교사로 일한 지 9년 만에.”
보육교사들이 연월차 휴가, 경조사, 병가 등으로 근무가 어려울 경우 대체교사를 투입해야 하지만 대체교사의 수가 적어 실제 이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보육교사는 영유아를 보육하는 직업 특성상 휴가 사용이 제한되고, 휴게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등 스트레스가 많다. 시야 안에 아이들을 두고 있어야 해 화장실 한 번 편히 못간다. “월차는 고사하고 해야 하는 일들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대체교사 지원이 원활히 이루어져 보육교사들도 마음 편히 휴가를 사용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안기정(45·충북 영동)
“농산물 최저가 보장제 시행으로 농촌 경제 안정되길”
귀농 7년차 손금이 씨는 농사보다 농산물 가격이 널뛰기하듯 오르내리는 것이 더 힘들고 어렵다고 말한다. 손 씨가 사는 경기도 양평은 대부분의 물량이 수도권에서 소비된다.
“가격이 10배 이상 뛰니까 종잡을 수가 없어요. 최저가 보장이나 최고가 제한 등으로 가격이 일정하게 유지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실제로 전라북도에서는 농산물 최저가 보장제가 실시되고 있다. 가격 폭락에 대한 걱정 없이 안전적인 영농활동 보장을 위해 관련 조례를 제정한 것이다. 조례 제정에 따라 농산물 품목별 기준 가격을 마련하고, 시장가격이 기준에 미치지 못할 때는 차액의 90% 이내에서 지원한다. 제주에서는 당근을 대상으로 ‘제주형 농산물 가격 안정관리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이것은 단순한 최저가격 보장제와는 달리 생산자단체의 노력에도 가격이 하락했을 때 경영비 등 손실을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가격 변동 폭이 크면 그 피해가 소비자들에게 돌아가서 안타깝죠. 농촌 경제는 물론 물가 안정 차원에서도 농산물 최저가 보상제 확대를 고려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손금이(45·경기 양평)
“지속적인 정부 지원으로 4차 산업혁명 융성 이뤄내야”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만큼 정부 지원이 절실합니다.”
강경수 씨는 캐나다가 인공지능(AI)의 강국으로 떠오르는 이유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꼽았다. 캐나다 정부의 조건 없는 연구개발 지원과 자유로운 외부 인재 수혈 등으로 인한 성과라는 것이다.
“기한 내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에만 지원하는 풍토도 바뀌었으면 합니다. 초기에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도 힘들고, 4차 산업혁명 관련 인력은 일반 IT 인력보다 양성 기간도 길기 때문입니다.”
4차 산업혁명 융성을 위해 정부가 민간과 함께 유망 분야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정책에 더해 규제의 유연성도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존 정책과 제도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은 결국 4차 산업혁명에서 만들어질 겁니다. 신기술 제조뿐만 아니라 문화, 건설, 농업 등 다른 산업과 접목된 일자리 재생산과 확대가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강경수(36·경기 안산)
“신혼부부 주택 공급 조건, 소득보다 자산 살펴야”
결혼의 출발은 보금자리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성기 씨는 정부가 발표한 신혼부부 특별공급 주택 기준에 의문을 표했다. “분양가 9억 원이 넘는 주택의 특별공급은 저소득층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소득은 적지만 부모에게 물려받은 자산이 많은 금수저에게 유리한 제도입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받기 위한 소득 조건은 외벌이인 경우 전년도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 100%, 맞벌이는 120%다. 3인 가구 이하 맞벌이의 경우 부부 월급 합산액이 월 586만 원, 연봉으로 7032만 원이 넘으면 특별공급을 신청할 수 없다. 수도권의 집값을 생각할 때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이라는 지적이다. 소득 기준을 지역별로 달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단순 소득 조건만 볼 게 아니라 증여·상속에 따른 자산 보유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형평에 논란이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저소득층 임대주택의 입주자 선정 시 소득 외에 자동차와 다른 부동산 보유 여부도 따지는 것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기(34·경기 고양)
강보라│위클리 공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