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가치공유연구소는 청년들이 저마다 하고 싶은 일로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청년 자기미래 가치창출 인큐베이터’다. 협동조합을 공부하는 대학생 모임으로 시작해 청년들이 마주한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 위치한 서울혁신파크에서 이두영 소장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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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그대로, 협동조합의 가치를 공유하는 곳입니다. 그냥 가치공유연구소라고 불러도 되는데, 협동조합의 가치를 공유하려고 긴 이름을 만들었어요. 우리끼린 줄여서 ‘치유소’라고도 부릅니다.”
협동조합가치공유연구소 사무실은 서울혁신파크 내에 있다. 2015년 2월 설립 이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무중력지대에 둥지를 틀었다가 이곳으로 옮긴 지 넉 달째다. 첫 시작부터 지금까지 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이두영 소장이 협동조합가치공유연구소의 시작 스토리를 들려줬다.
“사실 역사는 좀 더 깊어요. 2013년 여름 협동조합 스터디 모임에서 출발한 작은 점조직이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창업 관련 이슈에 비해 협동조합의 경우는 인프라가 많이 부족했거든요. 단순한 교육사업 세미나로는 부족함을 느껴 조직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다양한 활동을 제안했어요.”
그중 하나가 협동조합 창업경진대회와 창업캠프다. 발로 뛰며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다가 자금을 마련했고, 그것으로 국내 최초의 협동조합 창업경진대회를 탄생시켰다. 현재 협동조합가치공유연구소가 협동조합 창업경진대회와 캠프를 주관하고 있다. 그러던 중 무중력지대라는 곳에 공간이 생겼고, 이후 다양한 청년과 협동조합 플랫폼을 제안하는 조직으로 확장해서 이어지고 있다.
# 내 일로 내일을
다른 청년기관들과 비교했을 때 협동조합가치공유연구소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이곳은 청년이 꾸리는 협동조합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청년보다는 창업에, 좀 더 구체적으로 협동조합 방식의 창업에 포커스를 둔다.
“우리가 늘 말하는 일종의 모토가 있어요. 청년이 바라는 ‘내 일’로 청년의 ‘내일’을 꿈꿀 수 있는 기회를 만들자는 거예요.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청년들에게 협동조합을 교육하는 것은 물론 가치를 전달하는 것까지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큰 그림 아래에서 협동조합가치공유연구소의 플랫폼은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 중 하나가 가치 채용 관련 콘텐츠인 ‘꽃피는 봄’이다.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청년과 기업을 매칭하는 일종의 구인구직 플랫폼이다.
“사회적 기업의 경우 인사와 관련된 업무에 신경을 못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세 기업은 비용 부담으로 광고를 내지 못하거든요. 거꾸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도 정보가 부족해 지원하지 못하는 청년들도 많아요. ‘꽃피는 봄’은 이들의 접점의 가치를 추구하는 채용 플랫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알려진 구인구직 사이트의 가입비용이 40만 원 수준인데, 꽃피는 봄 플랫폼에서는 월 단위 일정의 관리비용으로 직업 리포트 등 다양한 서비스까지 제공한다는 것이 이 소장의 설명이다.
‘노량진대학교’도 재미있는 사업 중 하나다. 누구나 강의를 개설하고 들을 수 있는 신개념 오픈형 교육 플랫폼이다. 소소한 콘텐츠지만 그것을 수용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재기 발랄하고 기상천외한 강의가 많아요. ‘가라오케 현대사’는 심수봉, 패티김, 남진, 나훈아를 통해서 우리 사회와 문화를 짚어보는 수업이에요. 재미있는 수업은 청년뿐 아니라 넓은 세대의 호응을 얻기도 해 더 보람을 느낍니다.”
‘청년의 유산’은 점포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과 운영이 중단된 점포를 연결해 최소 자본의 점포 창업을 지원하는 청년 사업 프로젝트다. 이 밖에도 여러 사회 문제를 주제로 청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관련된 일을 하는 청년 3명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청년사공’이라는 이름의 오픈 테이블 이벤트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연구소의 설립 취지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인 ‘협동조합가치공유학교’도 운영 중이다. 여기서는 협동조합의 기초개념과 조직 구성, 의사소통 과정, 협동조합 사례 등을 배울 수 있다.
아직 조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협동조합의 규모를 키우기 위한 노력도 놓치지 않고 있다. 이 소장은 현재 ‘청년협동조합연합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협동조합 중 청년들을 대상으로 공유의 장을 마련해보자는 취지다. 이외에도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캠프를 여는 등 협동조합 방식의 다양한 이슈를 만들어가고 있다.
▶ 창업캠프에서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아이디어 공유의 장이 열린다. ⓒ협동조합가치공유연구소
# 청년의, 청년을 위한 사업
“사실 ‘내 일로 내일을’ 프로그램을 처음 짤 때만 해도 자신이 없었어요. 청년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할지 입증된 것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이런 자신감은 있었어요. 기존의 적성검사들, 이를테면 심리검사 결과지가 과연 진로 결정에 구체적인 도움이 될까요? 그보다는 청년이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합쳐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어요. 그런 측면에서 협동조합가치공유연구소가 제안한 플랫폼들이 어느 정도 역할을 수행했다고 생각합니다.”
밀도 있게 청년들과 부대끼면서 고민을 해온 이 소장은 청년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에 애정과 희망 그리고 걱정이 섞여 있다. 분명 이전 세대보다 나아진 점이 많지만 다들 먹고살기 위한 고민만 한다는 점은 안타깝다고.
“제가 대학교 갓 입학했을 때는 1학년은 도서관에 가면 안 되는 분위기였어요. 요즘은 1학년이 도서관에 먼저 가 있고, 취업을 잘하기 위해 경제 동아리에 들어가요. 동아리 본연의 역할이 망가진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만큼 여유가 없다는 말이겠죠.”
▶ (위 부터)가치 채용 플랫폼 ‘꽃피는 봄’은 오프라인 행사인 ‘맞밤’ 시간이 있다.
청년 자기미래 가치창출 프로젝트인 ‘내 일로 내일을’ 프로젝트 현장
협동조합가치공유연구소의 제안으로 시작되어 매년 열리고 있는 협동조합 아이디어 경진대회 ⓒ동조합가치공유연구소
이 소장의 임기는 앞으로 7년 남았다. 청년의 넓은 정의에 해당하는 만 39세가 지나면 이 조직에 머무를 수 없다.
“떠나는 순간을 떠올리면 마음이 아플 것 같지만 중년이 청년을 위한 콘텐츠를 할 수 없다는 소신, 그리고 연구소의 설립 취지가 달라질 수는 없어요. 우리 모형은 청년이 운영하는 기업이에요. 청년이, 청년의 사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청년 이슈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이 소장은 후배 세대는 반드시 더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세대마다 고민의 지점도, 가치관의 생김새도 다르지만 저마다 자기 위치에서 열정을 태우기만 해도 행복한 세상이 완성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청년’ 이 소장의 생각이다.
임언영│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