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위한 1차 여론조사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공론화위원회는 지난 8월 31일 7차 정례회의 후 언론 브리핑을 열어 2만 명을 대상으로 한 1차 조사가 8월 30일 저녁 9시 기준 4562명이 응답했다고 밝혔다. 1차 조사를 시작한 지 닷새 만에 전체 목표치의 23%가량이 응답한 셈이다.
1차 조사는 아침 10시부터 저녁 9시까지 휴대전화와 집 전화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집 전화의 경우 8월 25일부터 1차 조사에 들어갔고, 8월 29일부터는 휴대전화를 통해 1차 조사를 진행 중이다. 공론화위원회는 집전화보다 휴대전화 응답률이 높아 응답자 수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신고리 공론조사 번호(02-2056-3357)로 전화가 오면 잠시 짬을 내 꼭 조사에 응해줄 것을 당부했다.
앞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지난 8월 25일부터 신고리 5·6호기 건설 영구 중단과 재개를 판가름하기 위한 1차 조사에 돌입했다. 1차 조사는 조사 수행업체로 선정된 한국리서치 컨소시엄이 전화를 통한 설문조사 방식으로 약 보름간 진행한다.
전화 조사는 휴대전화 90%, 집 전화 10%를 혼합해 2만 명이 전화에 응답해야 한다. 기존 전화 설문조사는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번 공론조사에서는 응답자 비율을 현격히 높여 통상의 여론조사보다 규모와 신뢰도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공론화위원회는 조사 수행업체에 휴대전화 접촉 성공률 80%, 응답률 40% 이상이 되도록 하고, 집 전화는 10회 이상 재통화를 걸어 전화 응답률을 높일 수 있게 관리한다. 공론화위원회는 조사 착수와 함께 구체적인 설문 문항과 순서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논의 끝에 조사를 마친 후 의결을 거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1차 조사 설문 문항은 ▲지역·성별·연령 등 기본 질문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인지 여부 ▲5·6호기 건설에 대한 중단·재개·판단 유보 의견 및 이유 ▲시민대표참여단 참여 여부로 구성했다.
충분한 숙의로 공론조사 결론 도출
시민참여단 희망자 가운데 500명을 추려 9월 13일까지 시민참여단을 구성한다. 시민참여단이 꾸려지면 9월 16일 토요일 오후 서울에서 오리엔테이션을 연다. 시민참여단에게 공론화의 의미, 시민참여단의 역할 등에 대해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통해 한 달간 진행되는 숙의 프로그램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 8월 28일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한수원 새울원자력본부를 방문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김지형 위원장 등 일행이 5·6호기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
오리엔테이션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신고리 5·6호기 문제에 대한 숙의 과정에 들어간다. 시민참여단은 이 과정에서 자료집 학습, 이러닝(e-learning), 전용 Q&A, 시민참여단 종합토론회에 참여한다. 자료집은 공론화위원회가 만든 작성 원칙 및 기준에 따라 건설 중단 및 재개 양측 대표단에서 직접 작성한다.
작성 내용은 제3의 자료검증 전문가 그룹에 의뢰해 객관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오프라인 학습이 어려운 시민참여단을 위해 온라인 학습시스템 ‘이러닝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신고리 5·6호기 문제에 대한 배경지식, 토론 의제별 주장 등에 관해 건설 중단 및 재개 측 전문가가 직접 강연하는 동영상이 5~6개 제공된다. 또한 시민참여단이 전문가와 쌍방향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강좌별 Q&A 등 플랫폼 기능을 마련했다. 동영상 강의는 9월 21일부터 시작해 3일 단위로 한 강좌씩 선보일 계획이다.
충분한 숙의과정을 거친 시민참여단은 10월 13일 저녁부터 10월 15일까지 2박 3일간 종합토론회에 참여한다. 전문가 설명회, 전체토의, 분임토의, 질의응답 등 다양한 과정을 거쳐 시민참여단에 대한 최종조사가 이뤄진다.
숙의 과정에 참여하는 시민참여단에게는 맞춤형 지원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시민참여단이 확정되면 온라인에 익숙지 않거나 장애가 있는 등 개별적인 상황에 맞춰 숙의 과정을 지원하는 지원 전담 도우미를 제공한다. 직장인이 숙의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 결근을 할 경우 행정적 지원도 할 예정이다. 끝까지 숙의 과정에 참여한 시민참여단에게는 공론화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활동인증서와 활동에 대한 합당한 보수 및 교통비가 지원된다.
공론화위원회는 최종조사가 끝날 때까지 이전의 조사결과를 공개하지 않을 계획이지만, 1차 조사와 최종 조사 사이에 유언비어 또는 날조된 얘기가 퍼져 공정성을 위협할 만한 상황이 되면 공표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공론화위원회는 시민참여단뿐 아니라 전 국민적 숙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힘쓸 계획이다. 토론회, 간담회, TV토론회 등을 통해 온 국민이 신고리 5·6호기 문제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공론화위원회는 서울 2회, 광주·대전·부산·수원·울산 각 1회씩 총 7회 지역순회 토론회를 연다.
신고리 5·6호기가 있는 울산지역 관계자와도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공론화위원회는 지난 8월 28일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을 방문해 건설 중단 및 건설 재개 측 지역 관계자와 의견을 나눌 계획이었다. 건설 중단을 주장하는 지역 관계자를 만나 공정하고 객관적인 공론화 추진에 대해 의견을 나눴지만 건설 재개를 주장하는 지역 관계자와는 만남이 성사되지 못했다. 현장에서 짧은 대화를 통해 건설 재개 측의 요구를 듣고 조만간 공식적으로 자리를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공론화위원회는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 신고리 5·6호기 시공사 등 이해관계자 간담회뿐 아니라 신고리 5·6호기 문제에 대해 미래세대인 청소년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미래세대 토론회도 준비 중이다. 공론화위원회는 1차~4차 조사결과를 정리한 뒤 이를 토대로 10월 20일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또는 공사 재개에 대한 응답 비율을 포함한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한다.
김지형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은 “공론화의 최선의 목표는 통합화 상생의 길을 찾는 데 있다”며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공론화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며 “다양한 주장을 활발하게 주고받는 것은 공론화의 걸림돌이 아니라 오히려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공론화 사안에 대해 진정한 사회통합이 이뤄지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 달라”고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 어떤 결과든 존중”
문재인 대통령이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 결과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혔다. 지난 8월 29일 열린 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처리와 관련한 내용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건설 백지화가 공약이었으나 공정률 등을 고려해 다시 한 번 국민 의견을 듣고 공론조사로 사회적 합의를 거치자는 것”이라며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가 앞으로 국가적 갈등 과제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결하는 시범사례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가현 | 위클리 공감 기자